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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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photo by 최성욱


지난 2월 1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연에 다녀왔다. 그런데 왜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사진이 이제서야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ㅋ
그건 그렇고.
이날 강연은 7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번 쉬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 동안 계속된 강연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번도 졸지 않았다. 물론 졸릴만한 강연이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테지만.
나는 정성일의 영화평을 꽤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그의 글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난해하다. 적어도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의 주제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였다. 아바타의 현란한 화면에 눈이 멀어버린 한국사회는 '아바타는 영화의 미래'라고 결론지어버렸다. 정부는 3D를 보고 눈이 돌아가버렸는지 영화진흥 관련 예산을 3D기술 개발에 몰빵하기로 자랑스럽게 떠들어댄다.
좌파든 우파든 사회전체가 <아바타>에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 정성일은 '유니크'한 주장을 내놓았다. 감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바타>가 보여준 것은 영화의 미래가 아니라 자본의 파워다.
강연 내내 정성일은 매우 섬뜩한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풀어놓았다. 정성일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 게다가 우리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그의 불길한 예견은 어느정도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다가' 동의할 수밖에 없다. 자본은 어김없이 그러한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자본이 공세를 펼치는 곳에 인간의 자유가 과연 존재한 적이 있던가.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볼 기회는 아주 희귀해질 것이고, '자본'이 생산한 영화들을 멀티플렉스에서 골라 보며 '자유롭게 영화를 선택한다'는 착각 속에서 복제품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다. 이런 슬픈 미래는 자본이 만들어 낼 것이다. 정성일은 이런 미래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싫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막강한 힘.
그래도 각자 할 일은 해봐야지.
나는 '영화는 재밌으면 된거 아냐'라는 의식부터 차분히 돌아보기를 권한다.

나는 <아바타>를 3D로 봤다. 물론 내돈 내고 본 건 아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선배가 예매까지 해주니까 봐준거다. ㅋ 3D는 처음이라 신기하긴 했다. 극장을 나서면서 '우와 재밌네'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안난다. 하긴 뭐 기억할만 한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관람료는 그렇게 비싸게 받아 챙기고, 왜 3D안경은 반납하라는 거냐. 난 당연히 영화 끝나면 집에 가지고 갈 줄 알고 득템했다고 좋아했는데. 미국에서는 다 가져간다고 하더만. 더런 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