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징그럽지만, 또.

징그럽다. 징허다, 징해. 허벌나게.
어쩜 세월이 지나도, 당하고 또 당해봐도, 때가 되면 똑같은 소리들인지. 무서울 정도로 답답하구나.
선거가 닥쳐오니까 진보신당을 코너에 몰아넣고 역적이라고 다구리 놓는 걸 두고 하는 소리야.

반MB? 좋다. 좋아. 완전 동의한다. 근데 반MB가 야권연대의 목적과 가치의 알파요 오메가는 아니잖냐. 그냥 한나라당 후보만 떨어지면 그걸로 만사 OK 되는 거야? 뭘 위해서 반MB를 하는 건지가 중요한 거잖아.
무상급식도 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개미 오줌만 한 복지제도도 확충하고, 조세개혁해서 부자들 세금 더 내게 하고, 4대강 삽질도 막아야 하고, 해야 할 일 많다. 이런 거 하려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MB를 심판하겠다는 거잖아.
그러면 그게 가능한 쪽으로다가 연대든 연합이든 후보단일화든 나눠먹기든 해야 할 거 아냐. 근데 그게 아니잖아. 솔까말 민주당을 선두로 줄세우기 하겠다는 게 5+4 협상이었잖아.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거의 다 가져가고, 한명숙과 유시민 중 최소 1인이 서울 or 경기도 가져가고, 나머지 정당들은 기초단체장 몇 자리 가져가라는 거잖아.
단순히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야권이 후보단일화하는 게 반MB였냐? 그렇게 해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었다 치자. 아니 쿨 하게 지방선거에서 야권연합이 한나라당에 압승을 거뒀다 치자. 그래서 뭐? 그걸로 반MB가 된거냐? 아니잖아. 진짜 반MB는 그 다음부터잖아. 근데 5+4 협상에는 그게 없었어.

단적인 예가 하나 있어. 민주당을 비롯해 소위 야권이 반MB 외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4대강 삽질이잖아. 이 4대강 중에 영산강도 포함되거든. 근데 서울 정치권에서는 4대강 반대하면서 MB 비판하는데, 지역에서는 상황이 달라. 심지어 민주당 소속 광주 전남 단체장들은 영산강 사업 반대 안해. 작년에 영산강 사업 준공식 하는데 MB가 참석했거든. 그 때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역균형발전, 녹색성장' 어쩌고 하면서 'MB어천가'를 불러서 잠깐 논란이 된 적도 있어. 그러니까 서울에서 민주당은 4대강 반대 하면서 MB 까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지역발전' 어쩌고 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인거지. 워낙 한국정치가 서울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이해되어버려서 이런 문제는 거의 부각되지도 않지.

어쨌거나 머리에 쥐 나도록 후보전술만 갖고 잔머리를 굴렸지, 노회찬이 주장한 가치연대는 없었던 거야. 애초에 진보신당이 5+4 협상에 참여한 까닭이 바로 반MB를 위한 가치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어. 이건 다 알잖아. 근데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니까 그게 아닌거야. 참여의 이유가 없어졌는데 뭐 얻어 먹을 게 있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겠어. 그래서 진보신당이 5+4 협상에서 나온 건 자연스러운 거야. 오히려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거지.

그리고 진보신당의 결벽증 어쩌고 하면서 비난하는데, 솔직히 결벽증 정도는 아니잖아. 아예 협상 테이블에도 안나가고 산 속에 당사 차려놓고 독야청청하는 정도는 되어야 결벽증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거야.
차이를 극복하려면 쌍방간 양보가 필수야. 물론 양보는 공정한 것이어야지. 당연히 기계적으로 똑같은 수준으로 양보하는 게 공정한 건 아니고. 기득권을 부당하게 오래 갖고 있었다면 더 많이 내놔야 하는 거야. 벼룩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하려면 자기는 목숨도 내놓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야 차이가 극복되고 연대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 근데 벼룩의 간을 탐내면서 자기는 머리카락 몇 올만 뽑겠다고 하면 되겠어? 그게 작은 차이야?

또 노빠들은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어차피 당선되지도 못할텐데 왜 양보를 못하느냐고 비난해선 안돼. 니네가 노무현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가 뻔히 낙선될 줄 알면서도 옳은 길이라고 믿었기에 묵묵히 걸어갔던 어리석은 우직함 아니었어? 노회찬과 심상정, 그리고 진보신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묵묵히 갈 길 가겠다는 거야. 그들에게는 그게 옳은 길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길이 달라서 지지하지 않는 건 자유인데, 그 선택은 존중해야 옳은거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반MB가 절대가치다 하면서 우기진 마. 그건 당신들 생각일 뿐이야.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진 않아.
게다가 진보신당이 5+4 테이블에서 나왔다고 해서 반MB 안하는 것도 아니야. 무조건 한나라당 후보만 이기는 것이 반MB라고 착각하진 마시라고.

그러니까 안 그래도 맘 고생 심한 진보신당한테 '한나라당 2중대'네, '민족의 역적'이네 오바 떨지마. 그럴 힘 있으면, 민주당한테 4대강 사업은 반대하면서 영산강 사업은 반대 안하는 이유나 가서 따져봐. 아, 먼저 그게 말이 되는부터 생각해보고.

징그럽지만 또 말한다.
비판적 지지로 낙선이 당선으로 바뀔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세상은 확실히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