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 EBS냐? 됐고!

가카께서 EBS 본사를 방문하시어 가라사대,
"사교육을 없애자는 게 정부의 목표"
이건 뭐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올바르지도 않아. 사교육을 없애긴 왜 없애? 문제는 사교육의 존재 자체가 아니야. 사교육이 비정상적인 광풍으로 몰아치면서, 공교육과 상호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파괴적 관계가 되는 것이 문제인 거지. 물론 돈으로 쳐바를스록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일단 제쳐두고.
학교 정규수업, 방과후 수업, 보충 수업 등으로는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사교육도 있어야 하는 거야. 학교가 모든 학생의 학습을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어. 물론 학교는 그걸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사교육을 없앤다는 되도 않는 소리나 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가 먼저란 말야.
가카의 정권은 교육정책이 없어. 그 분들은 시험 잘 봐서 대입경쟁에서 이기게 해주는 것이 교육인줄 아셔. 국가백년지대사라는 교육에 대해서는 철학도 없고, 큰 밑그림도 당연히 없으신 거지. 그래서 내뱉는 교육정책이란 것들이 모조리 사교육 어쩌고, 수능 어쩌고, 일제고사 어쩌고 하는 것밖에 없게 되는 거야. 이 분들께는 학교와 학원의 차이는 개미 오줌 만큼도 느껴지질 않을 것 같아.

가카는 또 "EBS 수능강의만으로도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셨어. 만만한 게 EBS인가 싶네. 아무리 스타강사들을 영입해서 EBS 수능강의의 '질'을 높인다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아. 화끈하게 메가스터디를 국영화해서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죽이는 강의를 제공한다고 해보자. 언뜻 보면, 가난한 학생들도 좋은 강의를 듣게 되니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 것 같아. 그런다고 모두가 원하는 대학 가는거냐? 어차피 대학정원은 정해져 있잖아. 게다가 요즘엔 어진간하면 대학은 다 가. 문제는 SKY냐, 못해도 'in 서울'이냐 하는 거잖아. 수능시험 점수 잘 받는 게 끝이 아니잖아. 친구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서 서열 높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잖아.
그리고 부잣집 학생들은 그냥 가만히 있을까? 그럴 리 없지. EBS 강의의 질을 높이든, 메가스터디를 국영화하든 상관없이 그들은 새로운 고비용 사교육 시장으로 가게 돼 있어.

사교육 없애는 것도 좋고, EBS 강의 강화하는 것도 좋아. 근데 문제는 경쟁이란 말야.
죽자사자 서열 높은 대학 가야 하는 현실, 대학서열에 따라 인생의 서열까지 정해주는 미친 사회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가카의 노력은 헛고생 된다 이말이지.
당장 경쟁이라는 시스템을 포기할 순 없다는 건 이해해. 다만 경쟁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인생에서 낙오되어야 하는 현실은 어떻게 좀 해볼 수 있잖아.
그러니까 하루 아침에 상당수 대학을 국공립화하고 대학평준화를 이룰 순 없겠지만, 최소한 의료, 실업, 교육, 출산, 육아 등 사회복지를 확충하기만 해도 조금이라도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경쟁 시스템에 인생을 거는 도박을 거부할 수 없고 현재의 행복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생존의 기본조건조차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잖냐. 기본적인 생존은 보장해줘야, 몇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라도 만들 거 아냐.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걱정을 국가가 좀 덜어줘야 인생의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그럴 거 아냐. 한번 실패하면 골로 가는 시스템은 너무 살벌하잖냐.

그러니까 EBS 가지고 뻘짓해서 대충 눈가림할 생각 말고, 4대강에 꼴아박을 돈으로 복지 좀 제대로 갖춰줬으면 좋겠어. 솔직히 인민들 돈이지 가카 돈도 아니잖아. 원래 돈 주인을 위해서 좀 써보시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