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릿재는 발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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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릿재는 발파중

광주 라이더의 성지 너릿재 옛길이 훼손되고 있다. 너릿재 옛길은 광주에서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르게 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봄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벚꽃이 눈처럼 흩어 내린다. 좀 과장하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해도 될만 한 근사한 길이다.

요로코롬 멋진 길이란 말이다!


오늘 실로 오랜만에 너릿재 옛길 라이딩에 나섰다. 만발한 벚꽃을 기대하며. 룰루랄라 즐겁게 페달링 하는데 너릿재 부근의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고가도로 공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산의 한쪽 면을 왕창 헐어내버리고 도로를 내고 있었다.

2008년에 찍은 사진. 왼쪽으로 길이 구부러지는 부분이 현재 고가도로가 가로지르는 곳이다.


2010년 오늘 찍은 사진. 너릿재 옛길 위를 가로질러 광주-화순간 고가도로가 공사중이다. 위 2008년 사진과 비교해보면 제대로 풍광을 망치고 있다.


징허다 징해. 아무리 토건족들이 인민의 혈세를 쪽쪽 빨어먹고 산다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토건족의 아가리에 갖다 부을 세금은 많고, 밥 굶는 사람들을 위해 쓸 세금은 늘 '부족'한 것이 대한민국.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토건공화국, 도로공화국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도로가 필요하단 말인가. 여기저기 산 뚫고, 땅 뚫고 뻥뻥 도로가 뚫리니 살람살이 좀 나아지셨나.
로드킬을 다룬 다큐 <어느날 그 길에서>를 보면 도로건설의 중복과잉투자 문제가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 올렸던 감상문에서 관련 부분을 옮긴다.

2005년 녹색연합은 도로건설에서 중복과잉투자가 일어나 5조4천억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가철에 반짝 쓰일 도로를 위해서 엄청난 예산을 들인다. 거의 같은 코스로 나 있는 국도 옆에 새로운 고속도로가 뚫린다. 명절 때에나 차량 소통이 많아지는 한적한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된다.

벚꽃 사진 이쁘게 찍어오려고 했으나, 무시무시한 사진만 찍어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