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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여성을 위했다고

요즘 TV, 책, 인터넷 등을 보면 여성 심리에 대한 콘텐츠들이 종종 눈에 띤다. 전문적인 심리분석도 없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오락성 짙은 심심풀이 같은 것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는 오락과 가십을 더 부각시키는 것들이고. 대개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예능 버전들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제한적으로 다뤄지는데, 연애하는 또는 결혼중인 젊은 여성에 국한된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뭐라 할 일은 아니다만. 여하간 엄마의 심리 이런 건 소재가 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나 가족적으로나 '엄마'들은 '여성'을 박탈당하고 살아가니깐 뭐.

그건 그렇고.
그냥 오락으로 생각하고 웃고 넘기거나 간혹 '맞아 맞아' 하는 것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것들을 자신의 실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좀 위험하다. 그닥 효과적이지도 않고. 중요한 건 서로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인 것이지, 남녀 차이에 대한 정확한 구분법의 습득은 아니니까. 게다가 관계에서 본질적인 우정과 연대, 애정 따위를 키워주거나 또는 깨트리거나 하는 건 대개 인간의 차이, 너와 나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 오해, 인정못함, 배려없음 때문이 아닌가. 물론 통속적인 남녀 차이로 인한 갈등이 없진 않겠으나, 그닥 본질적인 건 아닌 것 같다. 부차적이고 표면적인 건데, 그걸 본질이라고 믿는 건 글쎄... 문제해결에 별로 도움은 안될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남자들이란!' 또는 '여자들이란!' 하는 말들을 쉽게 하는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걸 잘 알면서도 종종 쓴다. 쉽고 간단하고 편한 방법이기도 하고, 왠지 그럴싸 하니까.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왜 (젊은) 여자의 심리냐는 거다. 상품성이 높으니까 그렇다고 하면 '네~'하고 말아도 무관하긴 하겠다만.
여하간 대개 어떠한 상황에서 여자가 이런 말이나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이러저러한 의미이니까 남자들이 잘 파악해서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남자의 어떤 말은 여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여자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줘야 한다... 뭐 이런.. 특히 예능 버전의 '화성남자 금성여자'들이 그렇다.
왜 남자만 여자한테 맞춰 줘야 하느냐 같은 남보원스런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또 이런 식으로 (젊은) 여성이 소비되는 건 아니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자는 거야 좋은 취지이긴 하나, 항상 남자들이 어떠한 조치(?)를 해줘야 하는 존재로 여성을 이미지화하는 건 좀... 여성을 존중하는 일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 난 남자라서 장담할 순 없으나, 내가 여자라면 되게 기분 나쁠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 여성을 위하는 사회였다고. 여권신장이라거나 양성평등과는 무관하고, 대상화된 (젊은) 여성이 오락적으로 소비되는 것일 뿐. 결국 고도로 아닌 척 하고 있으나, 굉장히 성차별적인 거 아니냐 싶다.
연애도 잘 하려면 공부가 필요한 법이긴 한데, 이런 식은 아니올시다... 뭐 그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