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

    나이 들어간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신체적인 변화에서부터 감지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심경의 변화에서 먼저 느낄지도 모른다. 몸이든 마음이든 늙으면 변한다. 나는 몸이 늙는 것보다 마음과 정신이 늙는 것을 경계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또래 사람들은 서른 중반을 넘기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말은 대개 몸이 그렇다는 뜻이었다. 어쩌다가 몇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느새 흰머리가 늘었고, 표정의 생기는 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나는 마흔이 넘어서도 잘 몰랐다.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고,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고 느꼈다. 머리털이 더 많이 빠져나간 것 같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내가 아이고..

    근본적인 관점

    [김규항 칼럼] 우리 안의 대운하 격동의 시기에 김규항이 입을 열었다. 한동안 그의 사회적 발언을 접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작정하고 쓴 듯(하긴 그렇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냐만은) 평소 그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김규항의 단호한 입장을 좋아한다. 김규항은 외부에 대한 단호함을 자신의 삶에도 똑같이 또는 더 엄하게 적용한다. 그의 단호한 입장에는 늘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근본적 성찰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근본적인 관점에 대하여 '그런 관점도 가능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지어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근본적인 관점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근..

    좋은 주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좋은 이야기들만으로 구성된 주례사는 참 지루하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주례사말이다. 좋은 주례사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김훈의 '물적 토대를 구축하라'는 주문은 좋은 주례사에 속한다. 김규항의 주례사도 꽤 '근사'하다. 신랑은 육아가 엄마의 일이 아니라 부모의 일이라는 것에 동의합니까? 신부는 남편과 아이를 보조하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살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으로 태어날 아이가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양 부모님은 두 사람이 동의하고 서약한 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짧은 만화 <불행한 소년>의 강박

    만화가 최규석의 '불행한 소년'이라는 짧은 만화가 김규항이 발행인으로 있는 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 그런데 그 만화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그 만화를 본 구독자들(의 부모!)이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절독 선언까지 불사했다고 한다. 일단 만화를 감상하시라. '불행한 소년' 그리고 항의와 해명 요구에 대한 김규항의 답장을 읽어보시라. 나는 김규항의 입장과 주장에 대하여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특히 가짜 천사에게 평생을 속은 사람에게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속을 편하게 하려는 심사라는 것. 또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강박이 있다는 것. 이것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