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뜨거운 감자 - 시소

    영화는 없고 사운드트랙은 있다. 뜨거운 감자의 프로젝트 앨범 '시소'는 그래서 OST가 아니라 'IST'(Imaginary Sound Track)이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보았던 어느 사랑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김C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나 싶고, 배두나의 짧은 나레이션도 감정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적인 가사는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10개의 트랙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불현듯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다가, ..

    <버스, 정류장>의 재발견

    루시드 폴의 음악을 듣다가, 문득 다시 보고 싶어졌다. . 처음 본 게 4년전인가. 가물가물하다. 잔잔한 멜로물로만 기억에 남아 있던 영화. 완전한 재발견이다. 다시 보지 않았다면 천추의 한으로 남았을 만큼. '재섭'의 나이 서른둘. 지금 나와 같다. 감정이입이 제대로다. 완전 몰입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소름이 끼친다. '재섭'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나를 보는 것 같다. 마음이 시큼하다. 이건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상처입은 영혼에 대한 담담한 스토리다. 참고로, '재섭'이 일하는 학원의 학생으로 윤진서가 출연한다. 이것도 재발견. 소름 끼치는(?) 대사를 받아 적었다. 김준호 : "말 좀 해라 짜샤. 오랜만에 나와서 가만히 있냐. 재미없게." 김재섭 : "니네 얘기 재미있게 듣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