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초행 : 두렵지만 한걸음 한걸음

    시놉시스 보고 꼭 봐야지 했던 '초행'. 광주극장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니, 오늘 아니면 내일 퇴근하고 볼 수 있다. 내일 저녁엔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오늘 보기로. 겨울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건 추위와의 싸움. 당직 퇴근하고 집에 들러 목도리까지 챙겨 나갔다.'초행'은 7년차 연인 수현과 지영이 슬슬 결혼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영화냐 다큐냐 헷갈린다.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다큐라고 생각할 만큼 리얼 리얼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대환 감독이 배우들에게 상황 설명만 하고 거의 모든 대사를 애드리브로 하게 했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섬세한 상호작용과 배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할 일. 영화는 두 배우의 리얼 애드리브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누구..

    불안은 개나 줘버리고

    청년인턴이라고 가카가 하사하신 은혜로운 알바를 하던 시기에 썼던 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격언을 다시 새기며. 그리고 다시 '위로'를 시작한다. 2009.06.15 정년퇴임을 앞둔 직원이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다. 나는 고개를 꾸뻑 숙이고 옆에 서서 담배를 문다. 그가 말한다. (내가 인턴을 그만 둘 때 그는 '아따, 우리 원종이가 잘 되믄 내가 사위 삼을라고 했는디...' 했다. 빈말이어도 기분 좋았다.ㅋ) "자네도 힘들제잉? 사회생활이란 게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란 말이시...." 멋진 말이긴 한데, 느닷없기도 해서 잠시 뻘쭘하다가 나는 짧게 반응을 보인다. "아, 네...." 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말했다. "저도 취직이란 걸 해서 '나를 잃어버리'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생각해보..

    이명박을 욕하는 것보다 노회찬과 심상정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 조중동을 욕하는 것보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시사IN을 구독하거나 돈으로 후원하는 것이 자동차 중심의 폭력적 교통문화를 성토하는 것보다 주로 버스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이고 더 나은 방법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 방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왜 적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욕하면서도 세상이 들이미는 삶의 방식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안 때문이다. 국가와 자본이 신자유주의를 통해서 인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바로 불안이다. 이명박은 빠르고 노골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영화 의 후반부 신민아의 한마디, "사람들은 다 ..

    불안에 대한 위로

    젊은이들이여, 기성관념의 주술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라. 시야를 넓히고, 이 세상에는 어른들이나 권력자들이 권장하는 것과는 다른 삶의 방식, 다른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기성의 “거대 담론”에 의지할 수 없는 시대에는 누군가 지도자 같은 인물을 찾아내 따라가고 싶은 심리에 빠지는 건 자연스런 이치다. 하지만 설사 외롭고 불안하더라도 오히려 지도자 같은 인물을 의심해 보는 태도, 집단에 의지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보는 태도를 키우기 바란다. 외로움이나 불안은 존엄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대가인 것이다. 2008년 3월 15일자.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 '생존경쟁 내몰린 젊은이들에게'에서 발췌 요즈음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에 대한 위로다. 도종환이 시로 썼듯이, 흔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