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페어 러브 : '페어'한 사랑

    '예쁜 영화'라는 게 있나? 예쁜 배우가 나온다거나 배경이 예쁘다거나 그런 거 말고. 그냥 영화가 예쁜 거 있잖냐. 참 오랜만에 예쁜 영화 하나 봤다. 늙은 아저씨 안성기와 젊은 처자 이하나가 보여주는 예쁜 사랑 이야기, '페어 러브'는 예쁜 영화다. 포스터 한가운데에다가 '사랑스런 로맨스 탄생'이라는 글자를 아주 노골적으로 박아 놓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긴 하다만. 이 영화 예쁘다. 남은(이하나)은 형만(안성기)의 죽은 친구의 딸이다. 대략 줄거리는 검색 해보든가, 영화를 직접 보든가 하시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소품과 배경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먼저 카메라. 형만은 오래된 클래식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이다. 콘탁스네 스티글리츠네 하는 말들이 막 나온..

    <화려한 휴가>- 화려한 흥행, 초라한 성찰

    영화 를 봤다. 너나 할 것이 모두가 봐야 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세태가 불편해서 일부러 극장을 찾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주 용봉대동풀이 기간에 학교에서 무료상영하는 행사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공짜는 좋은 거다! 대부분.) 미디어와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특별한 기대 같은 건 없었다. 줄거리가 전혀 모르는 내용인 것도 아니고. 영화를 감상한다기보다는 그저 어떤 사회적 현상(?)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더 컸다. 게다가 공짜인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분노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걱정 반 기대 반 심정도 있었다. 왜냐하면 많은 대중들이 그러한 정서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라디오 스타>- 진부한! 그러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의 스토리는 진부하다. 한 때 날렸던 스타가 강원도 소도시의 라디오 방송 디제이를 맡고, 우여곡절 끝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라디오 방송은 인기를 얻는다. 여기에 잠깐의 찡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지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따스한 기분을 안겨주면서 끝난다. 스토리 얼개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결코 참신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한 때는 날렸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88년도 가수왕' 최곤은 한 때의 화려함을 잊지 못해 현재의 곤궁함을 전혀 모르는(아니면 외면하는) 스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좋게 밴드나 하고 있던' 최곤을 발견해 가수왕까지 만든 매니저 박민수는 끝까지 최곤의 손발 노릇을 마다 하지 않는 착하고 희생적이며, 순박하기까지 한 '형'(매니저라기보다는!)의 전형적인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