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자유로운 세계>- 그는 어쩌다 그리 되어버렸을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면, 무척 시시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슬픈 감동이나 격한 분노 따위가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어떠한 '논쟁'을 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 가 그랬던 것처럼. 는 역사 해석이 개입된 영화적 재구성이 아닌, 단순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는 다큐영화가 된 것도 아니다. 그저 '울어라', '분노하라'는 불편한 도덕적 강요로 도배질된 신파극에 그쳤다. 또 항쟁의 주체보다는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의 순수한 피해자를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 그래서 강도는 높았지만 간직될 수는 없는 눈물과 분노만 가능했을 뿐이다.(나는 영화를 보고 울지도 분노할 수도 없었지만) 이런 점에서 는 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 켄 로치는 착취당하는..

    티켓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다. 에르마노 올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감독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은 이들 거장 3인방의 옴니버스 영화다. 잘 모르지만, 켄 로치가 함께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장'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대부분 이야기는 기차 안에서 이뤄진다. # 에피소드 1 이타심 또는 선행에 관한 이야기다. 1등석에 자리잡은 노학자는 탁자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고 편지를 쓴다. 업무차 방문한 어느 연구소(혹은 기업?) 측에서 일하는 금발 미녀에게. 그녀는 노학자의 기차 티켓을 예약해주고, 직접 배웅까지 나온다. 노학자는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1등석 칸 맨 앞 테이블에 앉아서 여인에 대한 공상에 빠져 있는 노학자. 그의 눈 앞에는 1등석..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논쟁에 주목하게 하는 힘

    을 보고 혹자는 '형제의 비극'을 본다. 그래서 한국 영화 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은 형제가 주인공이지만,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형제'와는 무관하다. '형제'는 갈등 고조를 위한 영화적 요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형과 동생에 대한 비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영국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대한 감독의 역사적 성찰을 담고 있는 무거운 영화이다. 이 영화에 담긴 감독 켄 로치의 성찰은 단순히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대한 거대하고 영웅적인 서사시를 그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켄 로치는 아일랜드 독립투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입장의 차이들에 주목한다. '형제의 비극'은 바로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일랜드 공화국 수립을 인정한 '런던협약'에 대한 입장의 차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