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

    1, 2, 3

    #1 일본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하여 54년만에 정권을 교체하게 되었다 한다. 자민당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일본 인민들의 변화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일본 민주당이 내놓은 정책들이 땜질 처방에 가깝다는 지적도 많다. 여하간 미국에서 오바마의 당선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에 어떠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는 신자유주의 이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MB정권은 레이거노믹스의 흉내를 내는 것 같지만 실상은 6~7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바로 작은 이명박이라는 자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행하게도 MB는..

    존경

    #1 나는 김대중을 찍지 않았다 1997년 12월 18일, 한국의 1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날이다. 그 때 나는 대한민국 육군 일등병 신세. 군인들은 선거날 전에 부재자 투표를 한다. 어느날 오후 중대 막사에는 행정병과 경계근무병 등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아 있었다. 다들 부재자 투표하러 버스 타고 떠났다. 나는 행정병도 아니었고, 경계근무도 없었는데 그 버스에 타지 못했다. 선거권이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기 때문. 생애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었던 날, 나는 그렇게 고참 하나 없는 내무반에서 홀로 왕고처럼 삐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을 찍었을까? 아니다. 나는 국민승리21이라는 좀 뜨악한 이름을 달고 나온 권영길 후보에게 내 생애 첫 투표를 ..

    '함께 살자'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영웅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딱 하나다. 그것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최루액 폭탄을 퍼붓고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 주변을 선회하고 선무방송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짧은 수면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고약한 경찰헬기도 아니고, 도장2공장 옥상에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노동자들을 개패듯이 폭행하는 깡패짓도 아니며, 물과 전기를 끊고 의료진의 출입마저 허가하지 않았던 경찰의 반인권적 짓거리도 아니다. '노사간의 문제다'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척' 했던 정부의 '수수방관'도 아니고,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측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한 동료 노동자들에게 새총을 겨누는 마음 아픈 장면도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

    다시 페달을 밟으며

    지난 해 9월 사고 이후 거의 1년만에 다시 페달을 밟는다. 하루에 잠깐씩 운동삼아 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한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장거리 라이딩은 떠날 수 없지만, 좋다. 그런데 인근에 마음놓고 속도를 낼만한 코스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몸이란 것이 참 대단하다. 거의 1년여만에 타는 거라 몸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웬걸. 며칠 타고 나니까 몸은 금새 예전의 라이딩 스킬을 모조리 재생해냈다. 물론 아직 근력이 예전만 못하니까 페달링할 때 RPM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낸다든가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좋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이 좋다. 돈 들이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거리 만큼 자유롭게 이동시켜주며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