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

    사랑은 실존적으로

    2007년 9월 9일 어쨌든, 사랑은 교훈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실존적으로 하는 거다. 어느 시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으니 세상이 재상영관 같다고. 단 하나의 영화를 보고, 보고, 또 보는 것 같다고, 대체 우리는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 것일까...... 선은 텅 비고 추상적이기만 하고, 일상은 자고 먹고 섹스하고 사냥하는 욕망의 습관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전경린 소설 中에서- 사랑은 무언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어지는 것은 아닐지. 사랑은 어떠한 가치가 아니라, 그리 되는 삶의 형태는 아닐지. 분명한 것은 제도가 사랑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것.

    2007년 8월 27일 시인 정호승은 이런 시를 썼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시인은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시인을 위해 단 한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왕년에는 그랬다. 술 한잔이 달콤했고, 오가는 술잔에 정을 담았으며, 거나한 취기에 감히(?) 혁명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술은 로맨티스트를 낳았고, 혁명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한낱 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술은 전혀 로맨틱 한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혁명의 도구도 아니었다. 아! 술은 단 한번도 나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음주의 뒤끝은 늘 민망하고 미안하며, 허무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거듭하면, 취기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이

    2007년 7월 3일 저녁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출사 카페에 들어갔다. 7시30분 번개모임 글이 있다. 오늘 중요한 몇 가지 업무도 끝냈겠다 수고한 기념으로 한 바리 뛰어줘야겠다 싶어서 나갔다. 17명이 모여서 너릿재 다녀왔다. 라이딩 끝나고 수일통닭에서 시원한 맥주로 뒷풀이까지 즐겼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닉네임과 실명, 그리고 나이를 말한다. 이른바 자기소개의 양식이 그러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왜 나이가 마치 필수요소처럼 들어갔을까.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 '뿅뿅뿅'님 하던 사이가 형님, 동생, 누나, 오빠, 언니 이렇게 질서가 잡힌다. 다들 그러한 질서가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그냥 '땡땡땡'님 하면서 존대하는 것이 더 편하던데. ..

    질문

    2007년 6월 30일 우리는 죽도록 살아가면서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랑이 완성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바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사랑은 완성의 대상인가? 그렇다면 사랑의 완성은 무엇인가? 질문이 늘어만 간다.

    기억되어야 할 것

    2007년 2월 9일 우리가 알기로 해바라기는 해를 좇아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 움직이는 것은 해바라기 '꽃잎'이 아니다. 해바라기의 성장을 담당하는 줄기와 잎의 끝부분만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해를 좇아 움직이는 줄기 때문에 해바라기 꽃잎이 해를 향해 있는 것일 뿐이다. 왜 우리는 꽃에 대하여 꽃잎만을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것일까? 정작 꽃잎을 키우는 것은 줄기와 잎, 뿌리가 아니던가. 줄기와 잎, 뿌리가 전부라거나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의 그늘에 가려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야기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정 가치있는 것들이 이야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