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

    몽상가

    2007년 2월 3일 나는 몽상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웬지 모를 낭만적 뉘앙스가 좋다. 혹자는 이상을 비현실과 동의어로 치환해버리지만, 현실에 대한 나름대로 냉철한 분석을 배제한 이상은 별로 없다. 이상은 현실의 개선을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이상이 이상에서 머무는 한, 이상이 현실에 대하여 어떠한 방향이나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상은 현실의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이 없는 현실은 퇴보에 불과하다. 그래서 꿈을 꾼다. 그래서 억지라도 부려보는 거다. 그것조차 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버텨낼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내가 아는 한, 역사는 꿈 꾸는 자들의 억지에 의하여 추동된다. 물론 억지는 말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억지스런 행동이 수반된다.

    연대의 바탕

    2007년 1월 25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완결한 개인이 되는 것보다 내가 부족한 것을 당신이 갖추어 함께 도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비록 개인의 부족함은 많더라도 관계는 성숙해질 것이다. 성숙한 관계에서 각 개인도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부족함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장으로 관계가 성숙해진다기보다는 관계가 성숙해짐으로써 그 안의 개인들이 함께 크는 것. 이것이 연대의 바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너는 저것을 갖추는 것.

    기억

    2007년 1월 2일 자꾸 상기하지 않으면 잊는다. 쉽게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위하여. 기어이 마주 보고, 술잔 부딪힌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다. 내 앞에 없어도 된다. 그대 마음 그대로. 그대가 간직한다면, 그걸로 된다. 그대 마음, 그대가 가장 잘 알듯이, 내가 그 마음 안다면 되는 거다. 걱정이다. 내가 아는 그 마음,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어쩌나. 괜찮다. 나의 잘못조차 그대는 너그럽게 받아주겠지. 나의 배려보다는 그대의 너그러움으로 우리가 좀더 대면하기를. 그래서 나는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꾸 우리 기쁜 날들을 추억한다. 우리 잊혀질 날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다면, 기억해야 한다.

    잡탕

    2006년 12월 28일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의 중에서 그래도 남겨진 낭만은 애틋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남겨져야 하는 것들은 앙상하고 스산할 뿐이다. '어리석음, 어리석음, 어리석음, 소심함, 소심함, 소심함이 뒤섞인 잡탕' 새해에 대한 설계는커녕, 묵은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지도 못하는. 하지만 세상에 우스운 청춘은 없다.

    확인

    2006년 12월 20일 육성과 글자는 마음을 앞서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육성과 글자로 확인해주기를 바란다. 마음을 그대로 두고 교감하면 될 일을, 기어이 끄집어 내서 확인하려고 한다.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은 마음이지, 육성과 글자 따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