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

    연애는 화폐로 하는 것인가?

    우리 시대의 연애가 썰렁해진 건 무엇보다 '차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준은 물론 학벌, 가족관계, 거기다 외모까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어떻게 열정이 폭발하겠는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둘 다 몸이 너무 무거운 탓이다. 자가용과 아파트, 그럴듯한 직업과 연봉 등이 척도가 되는 한 몸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동시에 욕망은 잠식되어간다. 화폐야말로 욕망의 흡혈마왕이라는 것, 잊지 마시라. 그러니 이 화폐가 쳐놓은 저지선을 뚫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의 열정을 누릴 수 있겠는가? ...쇼핑은 자가용에 대한 욕망과 포개진다. 쇼-쇼핑-자가용, 이렇게 이어지는 회로를 차단하는 것도 화폐 권력과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걸어야 한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사랑..

    좋은 대화

    자신의 생각과 입장에 흔쾌히 동의해주는 사람들에게는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반면에 자신의 생각과 입장의 오류를 발견하여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사람에게는 감정적 불편함을 느끼는 게 십상팔구다. 하지만 후자가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니 말이 다 맞아'하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나 사뭇 진지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내 생각엔...'이라며 다른 생각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좋은 대화의 근사한 상대가 될 수 있다. 무슨 말을 해도 '응'과 '그래 맞아'만 반복해대는 사람과 시도 때도 없이(그러니까 눈치없이) '아니야'와 '넌 틀렸어'로 대화를 시..

    또 EBS냐? 됐고!

    가카께서 EBS 본사를 방문하시어 가라사대, "사교육을 없애자는 게 정부의 목표" 이건 뭐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올바르지도 않아. 사교육을 없애긴 왜 없애? 문제는 사교육의 존재 자체가 아니야. 사교육이 비정상적인 광풍으로 몰아치면서, 공교육과 상호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파괴적 관계가 되는 것이 문제인 거지. 물론 돈으로 쳐바를스록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일단 제쳐두고. 학교 정규수업, 방과후 수업, 보충 수업 등으로는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사교육도 있어야 하는 거야. 학교가 모든 학생의 학습을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어. 물론 학교는 그걸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사교육을 없앤다는 되도 않는 소리나 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

    징그럽지만, 또.

    징그럽다. 징허다, 징해. 허벌나게. 어쩜 세월이 지나도, 당하고 또 당해봐도, 때가 되면 똑같은 소리들인지. 무서울 정도로 답답하구나. 선거가 닥쳐오니까 진보신당을 코너에 몰아넣고 역적이라고 다구리 놓는 걸 두고 하는 소리야. 반MB? 좋다. 좋아. 완전 동의한다. 근데 반MB가 야권연대의 목적과 가치의 알파요 오메가는 아니잖냐. 그냥 한나라당 후보만 떨어지면 그걸로 만사 OK 되는 거야? 뭘 위해서 반MB를 하는 건지가 중요한 거잖아. 무상급식도 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개미 오줌만 한 복지제도도 확충하고, 조세개혁해서 부자들 세금 더 내게 하고, 4대강 삽질도 막아야 하고, 해야 할 일 많다. 이런 거 하려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MB를 심판하겠다는 거잖..

    기고를 접다

    프레시안은 변호사 김용철씨의 책 와 관련된 릴레이 기고를 받고 있다. 나도 좀 할말이 있을 것 같아 기고를 작심하였으나, 접었다. 써놓고 보니 글이 마무리가 안된다. 뻔한 결론을 짓기도 뭐하고. 임팩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대충 정리해서 기고할 수도 있으나, 프레시안의 사회적 위신(?)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접었다. 솔직한 이유는 對 프레시안 기고전에서 2전 2승 기록인데, 3전 2승 1패로 만들고 싶진 않아서다. 1패보다는 전승 기록이 더 나으니까. ㅋ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경영씨는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결혼하면 신랑, 신부에게 각각 5천만원씩 지급', '출산시 양육비 3천만원 지급', '60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매월 건국수당 70만원 지급'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