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

    자전거는 위험하지 않아

    라이딩 도중 공원이나 벤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흔히 겪는 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90% 이상이 아저씨들이다)이 다가와서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은밀히(?) 접근하여 내 자전거를 슬그머니 살펴본다. 그러고나서 나에게 건네는 첫 질문은 이런거다. "이런 건 얼마나 하요?" 정해진 나의 답변은 이렇다. "제 건 별로 안 비싸요." 이쯤 해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혹 끈질기게 가격을 묻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말해주면 이 분들은 별말 없이 가신다. 생각보다 싸서 죄송합니다. ㅋ 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자전거 타면 안 위험하요?'다.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반박한다. "위험한 건 자동차죠. ..

    '텅빈 충만'

    지난 2006년 봄날,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진정한 행복은 이 다음에 이뤄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좋은 가구, 권력 등 이런 욕망들은 막상 갖게 되면 한동안 행복할진 모르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집니다. 이들은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자신의 책을 출판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는 기사를 보고, 빠르게 책장을 훑었다. 나에게도 법정 스님 책이 한권 쯤 있을텐데 하며. 다행이다. 한권 있긴 하다. 1989년에 샘터에서 출판한 '텅빈 충만'. 20년이 넘는 세월 탓에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가 풀풀 난다. 군대 시절 나는 매주 종교행사 때마다 불교를 골랐다. 교회에서 주는 초코파이보다는 절에서 주는 떡을 더 좋..

    말이 통해야

    광범위한 사례연구에 의하면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성격, 지능, 학력, 수입, 외모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답니다.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대화가 잘 통할 수 있는 부부의 결혼 만족도가 제일 높다네요. 하지만 이런 유의 결론에는 늘 크고 작은 이견(異見)이 뒤따릅니다. 돈을 많이 벌어 오면, 한예슬만큼 예쁘면, 모태범처럼 명랑한 성격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졌으면... 친밀하지 않고 대화가 안 통한들 그게 무슨 대수냐는 거지요. 그 정도는 능히 참고 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착각(錯覺)입니다. 자동차 매장에서 디자인, 성능, 가격을 까탈스럽게 따진 뒤 아직 운전 면허증이 없다고 얘기하는 격입니다. 성능 뛰어나고 디자인 마음에 들고 가격 적절하다면 그깟 면허증이야 무슨 문제냐는 거겠지요. 명백한 착각..

    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지난 2월 1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연에 다녀왔다. 그런데 왜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사진이 이제서야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ㅋ 그건 그렇고. 이날 강연은 7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번 쉬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 동안 계속된 강연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번도 졸지 않았다. 물론 졸릴만한 강연이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테지만. 나는 정성일의 영화평을 꽤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그의 글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난해하다. 적어도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의 주제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였다. 아바타의 현란한 화면에 눈이 멀어버린 한..

    노회찬과 조선일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격한 비난이 쏟아지는 사태에 대하여. 1. 노회찬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당신에게 일부에서는 소녀시대가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니들이 뭔 죄가 있겠냐, 소속사가 나쁜 색키'라고 감싸준다. 이런 애정과 관대함의 1할이라도 노회찬한테 베풀었으면 한다. 진정 당신이 노회찬의 지지자였다면. 정치인을 지지하고 말고 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손바닥 뒤집 듯 하는 것인가? 그게 무슨 지지자인가? 진정한 지지자는 대상이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비판하고 더 철저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서 잘못을 바로 잡도록 만든다. 그게 좋은 지지자다.라고 생각한다. 노회찬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건 당연히 각자 자유다. 그런데 '노회찬을 지지했는데 이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