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

    知란 무엇인가?

    2007년 6월 16일 공자 왈, "仁이란 愛人이다" 그리고 "知란 知人이다" 물론 공자는 질문하는 자와 그 상황에 따라서 인과 지에 대해서 다른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통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무지(無知)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을 뜻하게 된다. 경쟁이 삶의 원리가 되고, 사회운영의 논리가 된다는 것은 결국, 무지한 개인과 무지한 사회를 양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원리와 논리를 아는 것이 '지식'으로 대접받는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배척당하는 것, 이것을 사회는 '효율'이라고 부른다. 무지가 知로, 진실한 知가 어리석음으로 둔갑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이다. 그런 점에서 '어리석음..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교육은 꽤 대중적인 화두다. 너도 나도 교육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한마디씩 훈수 두기를 주저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 이것을 '교육열'이라고 부른다면, 한국의 교육은 수준 있는 발전을 이루고 있고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과 열망을 즐기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누구나 교육 문제에 대해서 입 열기를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질문은 던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에 주목하는 오류를 범한다. 살벌한 사교육비 부담이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수업시간을 국영수에 몰아주느라 음악, 체육, 미술은 천덕..

    어항

    국무총리 정운찬씨가 '4대강 어항론'을 펼쳤다. 그는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완료되면 큰 어항 된다" 어떤 느낌이 드나? 난 딱 보고 '어라! 운찬씨가 4대강 사업 반대하는거냐?' 했다. 놀랍고 기이한 일이구나 했다. 4대강의 생태를 살린다는 게 이 미친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데, 그걸 대놓고 '어항'이라고 조롱했구나 한거다. 소심한 운찬씨가 감히 가카에게 반기를 든 것인가? 흠.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근데 그게 아니네. 운찬씨는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면서 "지금이 작은 어항이라면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들은 큰 어항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니까 '어항'을 좋은 개념으로 쓴거다. 같은 우..

    마이 웨이

    (내가 본)거의 모든 성장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남들이 뭐라든 'my way'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아직 마이 웨이를 모르는 자에게는 그걸 찾으라고 하고, 마이 웨이를 포기하고 먹고 사는 현실을 택한 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이 웨이'를 외칠 것을 권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진실한 성장 영화는 그 결말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즐거운 인생' 같은)따뜻한 성장 영화는 마이 웨이의 행복감을 화면 가득 채워준다. 좌우당간에 성장 영화들은 '마이 웨이'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겠냐고 한다. 인생의 희노애락 따위는 평정심으로 대할 수 있을 법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어깨를 감싸며, '힘들어도 네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하라'고 조언해주고 쓰윽 사라지는. 그리고 우리의 ..

    아빠 한대수는 행복하다

    예전에 어쩌다 텔레비전을 켰다가 한대수가 나온 걸 보고 바로 채널고정한 적이 있다. 한대수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게다가 아침 토크프로그램이라니. 여하간 횡재다 생각하고 시청했다. 한대수는 어린 딸과 함께 출연했었다. 옥산나와 결혼 16년만에 갖게 된 첫 자식. 한대수는 나이 예순에 아빠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를 꼽으라면 단연 한대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마초 기질도 좀 있고,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보헤미안 한대수가 즐겨 쓰는 독특한 어휘가 있다. 그는 '좋다'는 느낌을 '양호하다'고 표현한다. 맛있는 음식도 '양호하다'고 하고, 멋진 옷도 '양호하다'고 한다.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양호하다'는 말을 썼더니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