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

    10년 전의 일기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를 들으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늘은 낡은 책상 서랍에서 / 10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 그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정말 좋은 노래는 종종 '이거 완전 내 이야기잖아!' 하게 만든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보았다. 낡은 책상 서랍은 아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꺼내긴 했지만. 뭐. 정말 뭔 놈의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 안나오는 관념들을 붙잡고 혼자 폼잡고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만. 다들 그럴 나이 아니었냐 막 이래. 나는 누구인가, 누가 나인가 / 2000년 *월 *일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옆집 사는 깡패가 애인 같은 '깡패'가 되었다가 깡패 같은 '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거 꼭 봐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다만,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사회적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박중훈의 깡패.... 아니 양아 연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이고(역시 박중훈! 그런 뜻), 정유미는 좀 아쉬움 남는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 정유미의 연기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고. 정유미가 장편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인상을 좀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별로 그럴만한 연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캐릭터 자체가 그닥 튀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좀 아쉽다. 정유미는 참 괜찮은 배우인데. 어쨌거나 청..

    이기주의

    1. 대학 1학년 때였나 싶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오월대라는 무시무시한 조직이 있었다. 전남대에서 운동권 남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몸 담았던 '준군사조직'. 서울 쪽에서는 사수대라고 불렀으나, 광주전남권 대학에서는 '전투조직'이라고 했다. 여하간 오월대는 가투에서 전경과 쌈박질하는 게 주요 임무이긴 했으나, 가끔 학내규찰활동도 했다. 늦은 밤 학내를 돌아다니면서 취객 정리, 불량(?) 고삐리 군기 잡기,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 여학생 보호 같은 경찰 노릇을 하는 거다. 학우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깃발 들고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며 돌아댕기는 남학생 떼거리를 보고 학우들이 오히려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건 그렇고. 어느날 긴급히 학내규찰 소집령이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