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자전거는 위험하지 않아

    라이딩 도중 공원이나 벤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흔히 겪는 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90% 이상이 아저씨들이다)이 다가와서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은밀히(?) 접근하여 내 자전거를 슬그머니 살펴본다. 그러고나서 나에게 건네는 첫 질문은 이런거다. "이런 건 얼마나 하요?" 정해진 나의 답변은 이렇다. "제 건 별로 안 비싸요." 이쯤 해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혹 끈질기게 가격을 묻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말해주면 이 분들은 별말 없이 가신다. 생각보다 싸서 죄송합니다. ㅋ 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자전거 타면 안 위험하요?'다.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반박한다. "위험한 건 자동차죠. ..

    보기좋은 짝궁

    누군가 처음부터 두 그루의 나무를 나란히 심었을까? 어찌 하여 강변에 나란히 나무가 자라게 되었을까? 사람이 한 것이라면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일이고, 자연현상이라면 신기한 노릇이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강과 나무들, 그 나무들 사이에서 낚싯대를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진 풍광이 멋드러졌다.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넋 놓고 지켜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결과물이 저래... 낚시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네. 어쨌거나 오래오래 더불어 지내시길.

    다시 페달을 밟으며

    지난 해 9월 사고 이후 거의 1년만에 다시 페달을 밟는다. 하루에 잠깐씩 운동삼아 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한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장거리 라이딩은 떠날 수 없지만, 좋다. 그런데 인근에 마음놓고 속도를 낼만한 코스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몸이란 것이 참 대단하다. 거의 1년여만에 타는 거라 몸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웬걸. 며칠 타고 나니까 몸은 금새 예전의 라이딩 스킬을 모조리 재생해냈다. 물론 아직 근력이 예전만 못하니까 페달링할 때 RPM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낸다든가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좋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이 좋다. 돈 들이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거리 만큼 자유롭게 이동시켜주며 내..

    -6kg

    사고 이후, 거의 석달 사이에 몸무게 6kg이 줄었다. 젠장. '밥 먹으려고 태어났냐'는 비아냥에도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자전거를 즐겨타면서 일정한 체격과 체력을 유지해왔는데. 사고 나고 왕성한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데다가, 나름대로 심각한 마음앓이를 겪고 나니까 몸무게 6kg이 공중분해되어버렸다. 설상가상, 스트레스는 고운(?) 이마에 피부 트러블을 상처처럼 남겨놓았다. 다친 어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눈물나는 물리치료와 자가운동으로 이제는 팔을 들어 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몸이 나아지면 마음도 조금이나마 회복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성인이 된 남자가 싫다

    영화 에서 재섭은 소희에게 독백처럼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성인이 된 여자가 싫어. 남자도." 나는 성인이 된 남자가 싫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좁은 길에서 보행자 여럿이 길을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가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뒤를 돌아본다. 경험상, 이 때 몇 가지 유형의 장면이 펼쳐진다. #1. 그들이 모두 여성일 경우 : 95% 이상 즉시 길을 터준다. #2. 그들이 모두 남성일 경우 : 반반이다. #3.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을 경우 : 여성들은 옆으로 피한다. 남성들은 뒤를 흘깃 쳐다보고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제 갈길 간다. 와우! 남자답다(?).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음을 인지한 여성이 그 남성을 옆으로 끌어당긴다. #4. 남녀 커플일 경우 : 반반이다.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