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이젠 안녕, H!

    H에게 내가 너를 만나고 알게 된지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첫만남은 늘 그렇지. 티끌 하나 없이 순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것. 첫만남은 그렇게 숭고함마저 느껴졌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 너와 함께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었지. 졸필이나마 여기저기 글을 남기는 일도 네가 없었다면 많이 힘들어졌을거야. 그렇게 많은 일들을 너와 함께 겪어내고, 너로 인하여 내가 즐겁고, 너로 인하여 내가 울기도 했지. 그런건가봐.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 익숙해지는 만큼 관계의 깊이도 성숙해지면 좋으련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익숙함은 막연한 믿음을 잉태하지. 믿음이 막연하다는 건 무턱대고 믿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믿음은 실로 지극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익숙해지면 잊어..

    끝나지 않은 노래 / 노리플라이(No Reply)

    콰르릉 천둥소리가 나고 비가 뚝뚝 떨어진다. 잠이 들 듯 말 듯, 그러다 만다. 가끔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때가 있다. 적막함 속에 정신이 명료해지는 느낌이 좋으니까. 그래서 낮과 밤이 번갈아 오는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종일 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끝나지 않은 노래 / 노리플라이(No Reply) 그땐 몰랐어 웅크린 채 지쳐 있던 내게 손 내밀어 준 날 감싸 준 너의 그 모든 진심을 두 눈을 감으면 들려 따사로운 웃음 곁에 있어 준 그 모습이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었어 어디로 향할진 몰라도 날 둘러싼 이 세상이 나를 움직여 내 맘 깊은 곳에 흘리는 그땐 말하지 못했던 이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 이 노래로 서성였었어 붐비는 마음 서투른 모습들 꿈은 저 멀리 아주 먼 곳..

    타임 리셋

    “내 생각엔….” 저우치가 말했다. “당신과 나는 같은 운명인 것 같아요. 우린 모두 상대방의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죠.” 안안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어느날 그가 당신을 잃는다면, 그는 마침내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겠죠. 지나간 잘못을 아파하며 뉘우칠 거고. 그러고는 그가 다음 여자를 만날 때는 더 나아지는 거예요. 그는 그녀와 결혼할 거고, 아주 좋은 남편이 되겠죠.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당신이 있을 거예요….” “그럼 그 부인은 어떻게 그런 운명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사실 그의 부인도 좋은 운명은 아니에요. 그녀는 결혼하지만. 사랑은 얻을 수 없을 테니까. 그 남자는 자신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죠. 솔직히 난 그의 부인이 아주 운이 나..

    전화카드 한장

    전화카드 한장 / 조민하 작사, 작곡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 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줄 것이 있노라고 참 좋아했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듣고 '좋네, 씨바' 했더랬다. 1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는 유일한 민중가요다. ..

    "차라리 굶는 애들 밥이나 주지"

    10월 13일, 14일 초6, 중3, 고1 학생들은 일제고사를 본다. 196만명이 되는 학생들이 동시에 똑같은 시험문제를 풀게 된다. 책정된 예산은 117억원이나 된다. 내가 다니는 독서실 건물에도 학원이 있다. 간혹 학원 가는 아이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학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짠 하다. 한번은 엘리베이터 구석에 머리를 쳐박고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이유없이 미안해지기까지 하더라.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졸라'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고 눈살을 찌푸린다. 1층에서 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이들이 3층에서 내릴 때까지 '졸라'라는 말을 졸라 많이 듣게 된다. 이해해야지. 세상이 아이들을 '졸라'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