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드림러버님이 궁금해 하시길래 알려드립니다. 저는 단 한명의 독자 의견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ㅋ 지금 오른쪽에 보이는 저 사진을 찍은 사람은 미국의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이다. 이 자의 작품들을 구글링해서 감상하다가 저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블로그 대문사진으로 올렸다. 이 작품 속 모델은 '리사 라이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시 유명한 여성 보디빌더이다. 남성적인 근육질에, 여성의 가슴, 신부를 상징하는 하얀 면사포, 그리고 누드. '중요한 건 남자냐 여자냐가 아니라, 너의 욕망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난 이 사진 보자마자 그런 느낌이 들더라.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사후에 '포르노 사진가', '변태 사진가' 같은 오명을 쓰기도 하였다. 물론 그의 전복적인 작품들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의 소행이긴 하..

    난 팬이다

    나는 팬 문화를 우호적으로 보는 편이고, 팬 문화를 관찰하는 짓을 즐긴다. 그러나 누군가의 팬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딱 한명을 빼고. 그가 바로 진중권이다.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던 중 '이 사람 멋진데' 하고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1년 부산대 '월장 사건'이었다. 이게 뭐냐면, 부산대 여성주의 활동을 하던 학우들이 '월장'이라는 웹진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예비역 문화를 씹는 글이 실렸고, 분개한 전국의 예비역들이 '월장'을 초토화 시켜버린, 그런 더러운 일이다. 요즘 네티즌수사대에 밉보이면 신상 털리는 게 필수가 되는 지경인데, 그 때에도 월장 여학우들의 신상이 털렸다. 핸폰 번호가 털려서, 온갖 추잡한 협박과 욕설로 융단폭격 당했다. 실제로 신변의 ..

    불안은 개나 줘버리고

    청년인턴이라고 가카가 하사하신 은혜로운 알바를 하던 시기에 썼던 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격언을 다시 새기며. 그리고 다시 '위로'를 시작한다. 2009.06.15 정년퇴임을 앞둔 직원이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다. 나는 고개를 꾸뻑 숙이고 옆에 서서 담배를 문다. 그가 말한다. (내가 인턴을 그만 둘 때 그는 '아따, 우리 원종이가 잘 되믄 내가 사위 삼을라고 했는디...' 했다. 빈말이어도 기분 좋았다.ㅋ) "자네도 힘들제잉? 사회생활이란 게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란 말이시...." 멋진 말이긴 한데, 느닷없기도 해서 잠시 뻘쭘하다가 나는 짧게 반응을 보인다. "아, 네...." 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말했다. "저도 취직이란 걸 해서 '나를 잃어버리'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생각해보..

    가카의 교육과정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 발표됐다.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고 하여 명박가카의 취미대로 날림으로 급조된 거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도 올해 3월 초등 1,2학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마당에 국가 교육과정을 바꿔버리는 걸 보면 역시 가카의 추진력 하나는 정말 씨바스럽다. 아마도 교육과정 역사상 최단기간에 이뤄진 개정이 아닌가 싶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란 게 워낙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가카는 역시 상상 이상을 보여주신다. 뭐 이런 건 명박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거니까 넘어가주자. 개인적으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받은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사회와 도덕을 통합하는 바람에 사회과 임고생들은 내년부터 임용시험 티오를 거의 제로로 예상한다. 국영수를 ..

    연민과 위로... 루시드 폴 4집 Les Misérables

    며칠 전 루시드 폴의 신보가 발매되었다. 4집 Les Misérables 이다. 이번 앨범에는 의미심장한 곡들이 많다. 1번 트랙 '평범한 사람'을 듣고 있으면 용산 사태의 참극을 떠올리게 된다. 모르겠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루시드 폴이 정말로 용산 사태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직접 입을 열기 전까지는.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곡일지도. 여하간 올해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레미제라블 part 1 & 2'는 5·18 당시 이름 없이 스러져간 남자와 남자는 다시 오지 않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여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고등어'는 또 어떤가?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바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