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생매장

    생매장 산 채로 묻어버리기로 하였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슬펐다 다시는 슬픔이 숨 쉴 수 없도록 한 치의 숨구멍도 용납치 않으리니 이제 기다릴 수 있다 눈물을 그친 자만이 저녁 노을 앞에 꽃으로 설 수 있으니 이제 꽃이 되어 고양이 같은 슬픔을 만난다 2007.10.13 무려 2년 전에 쓴 시. 요즘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다.

    나도 '킹콩'이 되고 싶어

    나에겐 '은사'가 없다. 유치원 1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대학원 3년 하여 나의 학력은 장장 20년간 쌓여왔으나 '은사'라 할만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내가 건방진 건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거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2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마음에 남아 있는 선생님 한명 없다니! 물론 '저런 작자가 선생이라니!'하는 인간들 몇은 마음에 남아 있긴 하다만. 나는 체질상 누군가를 부러워 하는 데 별로 재주가 없다. 그냥 남이사 뭐라든 나 잘난 맛에 사는 편인데, 내가 부러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참고로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음식 잘 만드는 사람도 부러워 한다.) 아는 인간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새끼 이명박

    1. 대개 좌파들은 인간의 개별적 변화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혁을 강조한다. 자유주의자나 우파가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고 믿는다면, 사회주의자나 좌파는 '세상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러나 그래가지고서는 나도 변할 수 없고, 세상도 달라지지 않는다. 김규항의 말대로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본디 하나'다. 지난 몇년간 어떤 조직적 활동도 배제한 채 극히 개인적 삶을 살아와서일까. 요즘엔 사회구조보다는 '개인'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 2. 이명박이 '건설'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나는 이명박을 반대하고 혐오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 무서워 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는 이명박을 반대하면서도 이명박을 닮아가고 있고, 이명..

    닥치는 대로 감상평

    최근에 본 영화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들만 닥치는 대로 썰 풀어본다. 더 본 것 같은데 금방 기억 안나는 걸 보면 크게 상관은 없겠다. ㅋ 가슴배구 한국의 '몽정기' 같은 일본 영화. 여교사에게 배구대회에서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달라고 지들 맘대로 약속해버린 중딩들의 성장 드라마. 제목에서 혹 하지 않는 자 누가 있겠냐만, 당연하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을 볼 수는 없다. 얼마전 난리났던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고 했던 고딩 동영상 사건과 비교해보면 생각할 거리가 좀 있음. '옵빠이'를 볼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동기부여는 보잘 것 없는 루저 중딩들을 확실하게 탈바꿈 시킨다는 교육학적 영화로도 볼 수 있음. 2012 영화를 보고 나서 배 보다는 잠수함을 만들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이젠 김밥을 팔지 않아...

    다시 걷는다. 복잡한 상념들은 길 가는 자의 발목을 자꾸만 붙잡게 마련이다. 상념은 때로 감성을 충만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길 가는 자에게 묵은 상념이 주는 낡은 감성은 독배가 되어 돌아온다. 길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생긴다. 길 가는 자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산을 오른다. 하는 이런 폼은 아니었고. 어제 멀리 본 무등산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저것 참 볼 만 하지' 하는 생각에 연양갱을 챙겨 산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급격히 따스해지는 날씨 때문에 서석대 아래 그늘 진 곳에서만 겨우 눈 구경했다. 쩝. 증심사 입구는 아직도 공사중이다. 식당과 등산의류 매장들은 몇 곳 개점하였다. 모든 곳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덮어지겠지. 허름하기 그지 없었던 보리밥집이며, 대포집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