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자동차는 왕이 아니에요

    2007년 10월 24일치 에 실렸다. "자동차는 왕이 아니에요" 심리학을 전공한 한 미국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미치광이가 된다”고. 내 경험상 ‘미치광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옹졸해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일부 운전자들의 사전에는 양보라는 단어가 삭제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전거와 보행, 대중교통을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자동차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길을 걷다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모퉁이에서 교통섬으로 가는 길은 무척 길다. 열 걸음도 안되는 거리이지만 우회전하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다. 인도 끝에 보행자들이 서 있어도 자동차들은 먼저 멈추는 법..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2007년 10월 16일치 에 실렸다.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지난 주말, 모임이 있어서 무등산 산장으로 나섰다. 교통수단은 자전거. 산수5거리부터 무지막지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고 허벅지 근육은 잔뜩 팽창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통스럽지만 상쾌하다. 다만 반갑지 않은 자동차 매연 때문에 좀 괴롭긴 하다. 휴일 탓인지, 산장으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꽤 많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보며 “이 많은 차들이 무사히 주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산장으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 주차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미 주차장은 포화상태. 시간이 갈수록 도로가에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났다. 급기야 내려오는 시내버..

    걷기 좋은 문화전당

    얼마전 광주드림에 투고한 글이다. 걷기 좋은 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내 주차장 규모를 크게 줄이기 위한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문광부의 방침에 광주시가 협조한 결과다. 주차공간 대신 문화공간 확보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전당 주변을 문화공간과 보행중심 거리로 가꾸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보행 공간의 잠식과 궤를 같이 해왔다. 차도가 넓어지면서 보행자는 ‘갓길’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지금 보행현실을 보라. 보행자가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도와 횡단보도에서조차 자동차의 위협과 눈치에 시달려야 한다. 잠시 눈을 돌려 네덜란드를 보자.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보행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자전..

    자전거에 전용도로를 허하라

    2007년 8월 1일자 광주드림에 게재됨. 얼마 전 서울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가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행자는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자전거 운전자는 구속됐다. 이런 끔찍한 일이 남 일 같지 않다. 광주시는 에너지 절약이나 친환경을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권유한다.(정작 공무원들은 안 타지만) 그런데 주변의 자전거 관련 시설을 보면, 광주시의 권유는 시민들을 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꼴이다. 광주시는 인도 위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들었다. 사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한 데 어울려 다닐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이다. 변변한 자전거 전용도로 하나 만들어 놓지 않고, 인도 위에 페인트로 자전거 그림만 그려 놓으면 끝인가! 자전거와 ..

    여기 물 좀 빼주세요.

    606억원. 광주시가 2004년 말부터 시작한 광주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에 들이는 돈이다. 누구 돈인가. 피 같은 돈, 시민의 혈세다. 이 돈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시민 불편부터 해소하는 게 우선일 터. 운암교 부근 광주천변에 조성된 공터. 평소 시민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아이들이 공놀이도 하는 곳이다. 그런데 비가 내린 뒤 물이 가득 고여 있다. 폭우가 내린 것도 아닌데 공터의 3분의2가 물에 잠겨 있다. 시공 때부터 배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된 것이다.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서류 따위로만 해치우는 행정의 한계다. 사후 관리를 모르쇠 하는 행정의 게으름이다. 덕분에 고인 물이 자연 상태에서 마르기 전까지 시민들은 이 공터를 이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