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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학 시절에는 부산, 전주, 부천 등 국제영화제를 찾아다녔는데, 어찌된 일인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국제영화제를 찾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놀지 못하는 일은 돈보다는 마음이 없을 때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쩌다 소식을 듣기만 했는데, 올해엔 드디어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이 아쉬웠지만, 고대했던 '원 썸머 나잇'의 마지막 밤을 즐긴 것만으로도 풍족했다.해질녘 입장한 청풍호반무대는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오바하자면 영화제에 와서 영화는 안보고 '원 썸머 나잇' 하나만 즐겨도 좋다. 가수들의 공연도 좋았지만, 시네마콘서트는 와 기대 이상이다. 커다란 무대의 스크린에는 흑백 무성영화 이 상영되고, 생태주의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이 영화 속 장면과 근사하게 어울리는..

    아니다

    두려워 하지는 않았지만,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화가 안난 것은 아니다.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털어놓지는 않았지만,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탓하지는 않았지만, 실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후회하지는 않았지만, 실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아쉽지는 않았지만, 섭섭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에어팟

    에어팟을 샀다. 지구상 유일한 스마트폰은 아이폰이라고 주장하고 살았는데 에어팟은 가격 탓에 구입을 망설이긴 했다. 집에서 청소나 요리할 때 음악을 틀어놓는데, 진공청소기 모터소리, 물소리, 칼질소리 등 온갖 소음 때문에 음악은 감상이 아니라 그냥 틀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공동주택에서 무작정 볼륨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어팟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집안일 할 때 무선의 자유로움을 누리면서, 주변의 소음으로부터 좀더 음악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 이걸로 통화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애플 제품은 애플 제품끼리 사용해야 한다는 믿음도 한몫을 하고. 하루 사용해봤는데 가격만 빼면 무조건 사야 할 이유밖에 없다. 에어팟을 사용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후기도 보긴 했지만, 나에겐 그..

    입당

    7월27일 정의당에 당비 납부하는 당원이 되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말로만 지지한 것이 미안하고 미안해서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중앙당에서도 이제서야 좀 충격과 슬픔을 추스리는 것 같다. 오늘 집 우편함에 커다란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정의당. 알 수 없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었다. 이정미 대표의 편지가 적힌 엽서와 신입당원 가이드북이 들어 있다. 이정미 대표의 편지글을 읽으면서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의 첫 당적이었던 민주노동당에 가입할 때에는 설레고 들떴다. 내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잠시나마 당 활동가를 직업으로 삼기도 했다. 그런 열정과 뜨거움은 이제 없다. 나도 나이가 들었고, 내 입 하나 건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살다보면 의식과 생각은 바뀌고, ..

    어느 가족 : 불완전하니까 가족이다

    *아래 글에는 영화 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은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조금은 유명해졌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봐야지 하고 광주극장 예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이 나서 숨만 겨우 쉬면서 영화를 봤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남아 있어서 고마운 광주극장.은 줍고 주워지는 관계로 이뤄진 가족을 보여준다. '줍는 행위'와 '훔치는 행위'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먼저 버려진 사람들로 구성된 이 가족을 소개해보자.할머니 하츠에 :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그 남편의 죽음 덕분에 연금을 받고 낡은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