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

    생태주의자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쓸데없는 억지 결론을 내려보았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람은 바로 생태주의자라고. 웃기는 가정이지만, 사회주의자보다는 생태주의자가 더 많은 사회가 더 좋은 세상일 것이다. 물론 생태적인 사회주의자도 가능하고,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지하는 생태주의자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생태주의자가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 가장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세력은 단연 생태주의자들이라고 믿는다. 생태주의자는 단순한 환경보호론자가 아니다. 생태주의자는 근본적으로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며,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에서 인간우월적인 사고를 배제할 줄 안다. 아메리카의 인디언 드와미쉬 족의 시애틀 추장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땅을 사들이려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

    보수를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나왔다. 제목에서부터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삼성을 반대한다'라거나 '삼성을 비판한다' 같은 과격한 표현 대신에 '생각한다'를 선택한 것은 김용철 변호사의 진심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2007년 한국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그의 양심선언 때부터 그의 입장은 일관되었다. 그가 겨냥한 것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와 그 가신들의 부정부패였다. 삼성을 무너뜨리거나 해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이며 권위적일 뿐만 아니라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삼성식 황제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었으리라. 그러니까 김용철 변호사는 매우 정상적인 보수주의자이고, 자본주의자인 셈이다. 그는 법을 지키자고 했을 뿐이다. 그는 "납세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음악은 영혼의 심장

    나는 장르를 가려가면서 음악을 듣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니라면 일부러 듣지 않는 장르는 있다. 전자음과 비트가 강한 하우스 뮤직 같은 건 거의 듣지 않는다. 걸그룹의 후크송에도 무관심하다. 요즘 한국가요계는 걸그룹이 대세라고 하지만, 내가 찾아서 들은 적은 한번도 없다. 국민가요인양 거리에서 틀어대고,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로도 듣고 하니까. 내가 굳이 수고할 필요가 없다. 남들 다 하는 거라면 괜히 비켜 가려고 하는 기묘한 기질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즐겨 듣게 되는 음악들은 주로 재즈이거나 클래식, 올드한 한국가요들이다. 어느날 문득 이 사실을 깨닫고,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했다.

    김현식 20th Anniversary Part 1 - 비처럼

    김현식 20주년 추모앨범 '김현식 20th Anniversary Part 1 - 비처럼'이 나왔다. 1부 '비처럼'이 먼저 나왔고, 2부 '음악처럼'이 나중에 나온단다. 기대가 컸다. 그래서 실망도 크다. 나는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음악적 완성도 따위는 논할 능력도 이유도 없다. 김현식과 그의 노래, 그의 목소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실망했다. 마음은 설레었다. 헤드폰을 쓰고 1번 트랙부터 플레이. 별로 감동스럽지 않다. 솔직히 트랙리스트와 가수를 보고 좀 그랬다. 이런! '어둠, 그 별빛'을 부른 가수가 김경호라니. 김경호를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김경호가 부른 덕택에 그냥 김경호의 노래가 되어버렸다(재해석이나 재발견이라고 칭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아쉬울 뿐. 물론..

    호들갑의 효과

    강기갑 의원 무죄, PD수첩 무죄. 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결과다. 세상이 하수상하여 이런 판결조차 마치 대단한 일인양 평가받고 있지만, 사실 지극히 당연한 결과 아닌가. 애초에 기소 자체가 무리한 정치적 행위였으니까.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했는데, 법원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판결했을 뿐이다. 판사가 특별히 정의로운 게 아니라, 나쁜 판사가 아니었을 뿐인거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호들갑은 저쪽 분들이 떨어주신다. 우익 단체들은 대법원장 관용차량에 달걀을 투척하고, 한나라당은 사법개혁 운운하며 고작 1심 판결을 가지고 쟁점을 만들어낸다. 조중동은 '충격적 판결'이라며 선동에 나선다. 저들은 기소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을 얻었다. 법원에서는 졌으나, 정치에서는 이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