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존경

    #1 나는 김대중을 찍지 않았다 1997년 12월 18일, 한국의 1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날이다. 그 때 나는 대한민국 육군 일등병 신세. 군인들은 선거날 전에 부재자 투표를 한다. 어느날 오후 중대 막사에는 행정병과 경계근무병 등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아 있었다. 다들 부재자 투표하러 버스 타고 떠났다. 나는 행정병도 아니었고, 경계근무도 없었는데 그 버스에 타지 못했다. 선거권이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기 때문. 생애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었던 날, 나는 그렇게 고참 하나 없는 내무반에서 홀로 왕고처럼 삐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을 찍었을까? 아니다. 나는 국민승리21이라는 좀 뜨악한 이름을 달고 나온 권영길 후보에게 내 생애 첫 투표를 ..

    좋은 주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좋은 이야기들만으로 구성된 주례사는 참 지루하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주례사말이다. 좋은 주례사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김훈의 '물적 토대를 구축하라'는 주문은 좋은 주례사에 속한다. 김규항의 주례사도 꽤 '근사'하다. 신랑은 육아가 엄마의 일이 아니라 부모의 일이라는 것에 동의합니까? 신부는 남편과 아이를 보조하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살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으로 태어날 아이가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양 부모님은 두 사람이 동의하고 서약한 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을..

    두번째 사랑 :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소피,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진 여자. 남편은 성공한 한인 2세 남성.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삶. 그러나 남편의 신체적 문제로 그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지하, 뉴욕에 불법체류 중인 한국 남성. 연인이 한국에 있다.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연인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돈 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정자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그마저 거부당한다. 불법체류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 임신을 위해 정자가 필요한 소피. 정자를 팔아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는 지하. 거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삭막한 섹스는 수단에 불과했고, 거래의 목표는 소피의 임신이다. 소피의 임신을 위한 섹스는 계속 된다. 어느날 우연히 소피의 남편을 보게 된 지하는 소피의 속사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