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봄날은 간다 :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영화 는 볼 때마다 어떤 사안들(삶에서 중요한 것들이지만 대개는 별 생각없이 넘어가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것들)에 대하여 잠정적인 문장을 만들게 한다. 사람은 안 변하지만, 사랑은 변한다. 를 네번째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허진호 감독이 상우(유지태)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를 준 이유는 뭘까?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이 변한 은수(이영애)를 비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거나, 상우의 사랑에 순수함을 덧칠(?)하여 애절함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은수의 사랑이 변한 건 상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우가 은수로부터 '헤어져'라는 말을 듣고, 난 안 변했는데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고 묻고 있다는 건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는 뜻이다. 사랑이 변한 건 상우가 안변했기 때..

    목수정의 새 책

    목수정의 새 책이 나왔다. 진보운동 한다는 일부 사람들에게조차 '싸가지 없는 여자'로 '찍힌' 목수정이 나는 좋다. 일반인들에게는 '정명훈 사건'으로 '무례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유명해지기도 했고. 싸워야 할 때 싸우고, 소리쳐야 할 때 소리치고, 떠나야 할 때 떠나고, 무엇보다 '삶을 즐길 줄 모르면 좌파가 아니고, 하면서 신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라는 신념은 그녀의 '싸가지 없음'을 더욱 빛나게 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목수정이 문화정책 담당 연구원을 할 때, 언젠가 진보정당이 집권을 하게 되면 그녀가 문화부 장관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 사랑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목수정을 교육부 장관으로! 하기도 했다만. 어쨌거나 그녀에게 관..

    페어 러브 : '페어'한 사랑

    '예쁜 영화'라는 게 있나? 예쁜 배우가 나온다거나 배경이 예쁘다거나 그런 거 말고. 그냥 영화가 예쁜 거 있잖냐. 참 오랜만에 예쁜 영화 하나 봤다. 늙은 아저씨 안성기와 젊은 처자 이하나가 보여주는 예쁜 사랑 이야기, '페어 러브'는 예쁜 영화다. 포스터 한가운데에다가 '사랑스런 로맨스 탄생'이라는 글자를 아주 노골적으로 박아 놓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긴 하다만. 이 영화 예쁘다. 남은(이하나)은 형만(안성기)의 죽은 친구의 딸이다. 대략 줄거리는 검색 해보든가, 영화를 직접 보든가 하시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소품과 배경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먼저 카메라. 형만은 오래된 클래식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이다. 콘탁스네 스티글리츠네 하는 말들이 막 나온..

    뜨거운 감자 - 시소

    영화는 없고 사운드트랙은 있다. 뜨거운 감자의 프로젝트 앨범 '시소'는 그래서 OST가 아니라 'IST'(Imaginary Sound Track)이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보았던 어느 사랑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김C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나 싶고, 배두나의 짧은 나레이션도 감정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적인 가사는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10개의 트랙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불현듯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다가, ..

    복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이걸 처음 봤을 때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내가 20대 때 사랑했던 여자와 똑같이 닮았어요. 이게 내 복수죠." "복수?" "그림 속에 갇혀 있잖아요. 나는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볼 수 있죠. 그녀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복수'에 대한 재미있는 견해라서 옮겨둔다. 머리 속에 비워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나는 가끔 프랑스 영화를 고른다. 철학 책 읽는 것처럼 골치 아픈 프랑스 영화를 보면 딴 생각이란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으니까. 최소한 영화 보는 동안에는. 사전 정보 없이 고른 는 골치가 아니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 ㅋ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연기는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시체가 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