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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출인에게 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 왔다.

    술 마실 때마다 자전거 보관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술집 안에 들여놓을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일행의 양해를 구하고 1층에 있는 술집을 고른다. 통유리 밖으로 자전거를 감시할 수 있다면 딱이다. 하지만 이러한 곳도 많지 않다. 이제는 이러한 곤경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술집들이 야외에 테이블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바깥에서 자전거를 옆에 두고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시절이 왔다. 그러나 역시 과음은 금물이다.

    H선배에게

    H선배! 오늘 오랜만에 마음 설레이는 '흥분'을 보았어요. 선배는 기자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흥분했다며 자조했지만, 나는 선배의 흥분이 참 신선했답니다. 기자가 객관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객관성이란 것이 묘해서 때로는 비겁함의 다른 말이 되기도 하지요. 확실하게 편들어야 할 때 '객관성'의 우산 아래에서 무색무취의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선배의 흥분은 올바른 태도이면서, 기자의 덕목이기도 할 것입니다. 흥분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한다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단, 기자의 흥분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뜨거운 흥분이기보다는 시비를 명확하게 가릴 줄 아는 차가운 흥분이어야겠지요. 선배! 탁월한 문장가도 아니고, 투철한 기자정신의 소유자도 아니..

    5ㆍ18 수업연구

    교육실습 때 5ㆍ18을 주제로 수업연구 발표를 했다. 1차시 수업 45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고, 학생들과 교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적어도 사실(史實)만이라도 충실하게 전달되었기를 바랄 수밖에. 수업 시간에 나는 국사 교과서에 나온대로 '5ㆍ18 민주화운동'이라고 지칭했다. '5ㆍ18 민중항쟁'이라는 말을 쓰지 못했다. ㅠㅠ 아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쓴 글들의 일부다. 민주화를 위한 광주 시민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불과 내가 태어나기 12년 전의 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민주항쟁의 영상을 보니 마치 그 자리에 내가 있는 것 같다. 광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그 거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처참하고 서글픈 역사이지만,..

    고독

    고독은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고독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고독. 후자의 고독은 가슴을 찌르는 송곳이지만, 전자의 경우에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때 고독은 단순히 외로운 것이 아니라 홀로 있음의 자유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고독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때로는 관계의 성숙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맞닿아 있다면, 고독은 고통과는 다른 것이리라. -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의 시경(詩經) 中 -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

    공권력을 잘 이용하자

    저녁 밥을 먹고 바람이나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도로를 타고, 풍암저수지를 지나 시청자미디어센터 쪽으로 달리던 중에 인도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자전거를 멈췄다. 인도 위에 한 할머니가 배를 깔고 누워 있고, 그 옆에서는 젊은 여성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인도 위로 올리고 뭐 도울 일 없을까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전화로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19에 신고한 것 같았다. 전화를 끊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걸어나오더니 쓰러졌단다. 옷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할머니에게 말을 시켜봤더니, 술을 드셨다고 한다. 젊은 여성에게 119에 신고한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할머니 목에 걸려 있는 연락처 목록을 보고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