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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도 난다>-아이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이든, 책이든, 영화든 나는 교훈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교훈이 갖고 있는 계몽적인 자기 권위, 그리고 어떠한 가치에 대한 교화와 주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에 대하여 우리가 눈 감고 귀 막고 있을 때. 그 사실을 깨우치려면, 사실에 대하여 우리의 눈과 귀를 열려면 교훈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영화 는 나에게 교훈적인 영화다. 그것도 점잖게 타이르거나 차분히 가르치는 교훈이 아니라, 매섭게 내려치는 회초리다. 바만 고바디 감독의 또다른 영화 도 그러했다. 그의 영화들은 전쟁(어른들의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스런 생활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영화가 회초리가 되어 나의 ..

    <괴물>-약자들의 연대

    *주의! 아래 글에는 영화 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은 장르로 따지자면 괴수영화에 속하겠지만, 분명히 정치적 영화다. 그것도 매우 정치적인 영화다.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독극물이 돌연변이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설정, 검증되지 않은 세균전 무기를 엄연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땅에서 멋대로 사용하는 뻔뻔한 미국. 이 정도 설정을 가지고 을 반미영화라고 딱지 붙이는 것은 오히려 민망한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조롱은 이미 에서 그 실력이 입증되었다. 은 '조롱'은 보여줬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은 조금 다르다. 아니 확실히 은 '조롱'에서 만족하지 않고 분명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것을 '약자의 연대'라고..

    <구타유발자들>-폭력은 정치적이다

    영화 은 재미있는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불편한 영화다. 나에겐 제목부터 불편했다. '구타유발'이라는 말은 오로지 가해자의 관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때릴만 하니까 때린다'라는 식의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의 폭력은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어이없는 논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맞을만한 이유를 제공한 '구타유발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구타와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다. 이쯤되면 관객은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다. 상영시간 내내 불편함에 몸을 뒤척이며 영화의 결말을 기다릴 수 밖에. 영화는 폭력의 원시성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건은 인적 없는 산골의 냇가에서 벌어진다. '구타유발자들'은 평평한 돌덩이 위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시골 양아치들의 보스 봉연(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