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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스>- 눈보다는 귀가 즐거운 영화

    영화 는 수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좋은 영화이고, 다시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난 벌써 두번 봤다. 특별한 영화적 기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시나리오가 신선한 것도 아니고, 배우의 연기가 탁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물량공세는커녕 저예산 인디영화로 분류되는 가 조용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그건 바로 음악 때문이라고. 맞다. 음악 참 좋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영화지만, 영화를 보는 데 그들의 이름을 알 필요는 전혀 없다. '그'와 '그녀' 사이의 애틋한 호감을 느끼고, 음악에 귀를 맡기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화려한 휴가>- 화려한 흥행, 초라한 성찰

    영화 를 봤다. 너나 할 것이 모두가 봐야 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세태가 불편해서 일부러 극장을 찾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주 용봉대동풀이 기간에 학교에서 무료상영하는 행사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공짜는 좋은 거다! 대부분.) 미디어와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특별한 기대 같은 건 없었다. 줄거리가 전혀 모르는 내용인 것도 아니고. 영화를 감상한다기보다는 그저 어떤 사회적 현상(?)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더 컸다. 게다가 공짜인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분노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걱정 반 기대 반 심정도 있었다. 왜냐하면 많은 대중들이 그러한 정서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두번째 사랑 :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소피,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진 여자. 남편은 성공한 한인 2세 남성.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삶. 그러나 남편의 신체적 문제로 그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지하, 뉴욕에 불법체류 중인 한국 남성. 연인이 한국에 있다.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연인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돈 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정자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그마저 거부당한다. 불법체류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 임신을 위해 정자가 필요한 소피. 정자를 팔아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는 지하. 거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삭막한 섹스는 수단에 불과했고, 거래의 목표는 소피의 임신이다. 소피의 임신을 위한 섹스는 계속 된다. 어느날 우연히 소피의 남편을 보게 된 지하는 소피의 속사정을..

    <리틀 러너>- 착하디 착한 영화

    영화 의 원제는 이다. 랄프는 주인공의 이름. 원제와 비교해보면 '리틀 러너'라는 국내 개봉용 제목은 참 운치 없다. 이 영화는 착하디 착한 영화다. 흠 잡기가 미안할 정도의 수준이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소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와 닮았다. 조금 무거운 감이 있었던 와는 달리 는 유쾌한 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유머와 귀여운 말썽꾸러기 랄프의 캐릭터 덕분이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특유의 낙천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랄프. 이 영화는 인물을 측은하게 만들지 않고, 어줍잖은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류의 영화보다 가 주는 감동이 훨씬 더 깊고 강하다. (나는 을 매우 지루하게 봤다.) 착한 영화들은 대개 매우 전형적이기 때문에 ..

    가족 너머를 상상해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는 불합리하다. 가족의 맹목성은 폭력과 다를 것이 없다. 가족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것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상처받기도 하고 이해불가를 선언하기도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일이 많다. 이러한 맹목성은 사회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근원을 갖고 있다. 혈연은 선택이 아닌 운명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이미 불합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맹목성과 당위는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한국의 TV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가족주의적 가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가족 이야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