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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다. 에르마노 올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감독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은 이들 거장 3인방의 옴니버스 영화다. 잘 모르지만, 켄 로치가 함께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장'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대부분 이야기는 기차 안에서 이뤄진다. # 에피소드 1 이타심 또는 선행에 관한 이야기다. 1등석에 자리잡은 노학자는 탁자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고 편지를 쓴다. 업무차 방문한 어느 연구소(혹은 기업?) 측에서 일하는 금발 미녀에게. 그녀는 노학자의 기차 티켓을 예약해주고, 직접 배웅까지 나온다. 노학자는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1등석 칸 맨 앞 테이블에 앉아서 여인에 대한 공상에 빠져 있는 노학자. 그의 눈 앞에는 1등석..

    멜로 영화를 혼자 보고

    영화 를 보고 왔다. 혼자. 아마도 멜로 영화를 혼자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슬플까,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보고싶을까 했다. 오늘은 영화평이고 뭐고, 그냥 그렇다. 1995년 여름 대한민국은 애먼 사람들을 생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백화점이 무너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살아도 산 목숨이었을까! 그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세월이 지나자 대한민국은 그 엄청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사회가 이래서는 안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논쟁에 주목하게 하는 힘

    을 보고 혹자는 '형제의 비극'을 본다. 그래서 한국 영화 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은 형제가 주인공이지만,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형제'와는 무관하다. '형제'는 갈등 고조를 위한 영화적 요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형과 동생에 대한 비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영국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대한 감독의 역사적 성찰을 담고 있는 무거운 영화이다. 이 영화에 담긴 감독 켄 로치의 성찰은 단순히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대한 거대하고 영웅적인 서사시를 그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켄 로치는 아일랜드 독립투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입장의 차이들에 주목한다. '형제의 비극'은 바로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일랜드 공화국 수립을 인정한 '런던협약'에 대한 입장의 차이들...

    <라디오 스타>- 진부한! 그러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의 스토리는 진부하다. 한 때 날렸던 스타가 강원도 소도시의 라디오 방송 디제이를 맡고, 우여곡절 끝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라디오 방송은 인기를 얻는다. 여기에 잠깐의 찡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지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따스한 기분을 안겨주면서 끝난다. 스토리 얼개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결코 참신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한 때는 날렸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88년도 가수왕' 최곤은 한 때의 화려함을 잊지 못해 현재의 곤궁함을 전혀 모르는(아니면 외면하는) 스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좋게 밴드나 하고 있던' 최곤을 발견해 가수왕까지 만든 매니저 박민수는 끝까지 최곤의 손발 노릇을 마다 하지 않는 착하고 희생적이며, 순박하기까지 한 '형'(매니저라기보다는!)의 전형적인 모..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컬트스러운

    그럴듯 한 대사도 없고, 경악할 만한 영상도 없으며, 그렇다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의 열연이 눈부신 것도 아니며, 요란한 볼거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의미심장하고 무거운 메시지를 폼 나게 제출하지도 않는 영화이지만, 최소한 낄낄댈 수는 있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라는 이름의 한 밴드가 핀란드 툰드라 지방의 시골 헛간에서 오디션을 본다. 별 볼 일 없는 그들의 연주. 음반제작자는 '이런 쓰레기 음악은 미국에서나 통할 것'이라며 미국행을 권유한다. 미국에 도착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는 또 오디션에 응하지만, 역시 퇴짜를 당하고 멕시코의 결혼식장 연주를 의뢰받는다.이 영화는 멕시코까지 이르는 그들의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의 매니저는 술집에서 연주를 하고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