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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그 길에서>-도로의 폭력성 고발

    나는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를 꼭 보고 싶었던 까닭은 도로에 투영돼 있는 인간문명의 폭력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연구팀 3명이 120km 길이의 도로에서 3년여간 확인한 로드킬은 5천건이 훨씬 넘는다. 전국의 고속도로 3000km를 이틀 동안 다니면서 발견한 로드킬은 무려 1천여건. 한국의 도로가 총연장 10만km에 달한다고 하니 확인되지 않은 로드킬의 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황윤 감독은 평소 보고 싶었던 동물 친구들을 도로에서 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을 빼앗긴 뒤였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어 의식불명에 빠진 삵을 연구팀이 발견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Hey Jude'가 최고!

    비틀즈의 음악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다. 감독은 누구인지, 출연배우들은 어떤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가진 기대가 작품성이나 새롭게 편곡된 비틀즈 음악을 향한 것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하는 평범한 궁금증이 기대의 태반이었다. 이 영화는 비틀즈 음악 33곡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비틀즈는 60~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가장 대중적으로 노래할 줄 알았다. 상업적인 것이 곧 대중적인 것이 되기 십상이라는 점에 비추어, 비틀즈의 대중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비틀즈의 음악이 그렇듯, 영화 도 사랑과 젊음, 시대의 혼돈과 아픔, 부조리를 다룬다. 영화는 모든 면에서 비틀즈에 충실하다. 사랑으로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려고 했..

    <식코>- 의료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가 이번에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체제를 들쑤셔 놓고 있다. 새 다큐멘터리 영화 (SiCKO)에서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보험정책이 자국민들의 건강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에는 전국민 의료보험체제라는 게 없다. 한국에서 의무가입인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체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따라서 사기업의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상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마이클 무어는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풍자를 보여준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쉽고 명료하게 드러내준다. 그의 전작들을 두루 봐왔던 탓일까? 에서는 약간의 식상함이 느껴졌다. 미국의 의료보험체제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대충이나마..

    <자유로운 세계>- 그는 어쩌다 그리 되어버렸을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면, 무척 시시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슬픈 감동이나 격한 분노 따위가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어떠한 '논쟁'을 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 가 그랬던 것처럼. 는 역사 해석이 개입된 영화적 재구성이 아닌, 단순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는 다큐영화가 된 것도 아니다. 그저 '울어라', '분노하라'는 불편한 도덕적 강요로 도배질된 신파극에 그쳤다. 또 항쟁의 주체보다는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의 순수한 피해자를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 그래서 강도는 높았지만 간직될 수는 없는 눈물과 분노만 가능했을 뿐이다.(나는 영화를 보고 울지도 분노할 수도 없었지만) 이런 점에서 는 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 켄 로치는 착취당하는..

    둔해빠져 있다가는 괴물에게 잡아 먹힌다

    영화 을 다시 보았다. 의도적으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기 위해 귀를 쫑긋거리며. 처음 봤을 때 영상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블랙코미디와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 압권은 영화 초반에 바로 나와버린다. 영화는 미군부대 내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싱크대 위에서 버려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한강 잠수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발견하고 컵으로 낚아 올린다. 신기해서 만져보려다가 손가락을 물리고 놓쳐버린다. 그 다음 장면은 비오는 한강 다리 위. 양복 입은 남자가 다리 난간에 기대어 투신하려고 한다. 다리 아래 한강을 내려다보는데 뭔가 있다. 그를 말리려고 쫓아온 사람들에게 '밑에 크고 검은 게 있어'라고 말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