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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어야 할 것

2007년 2월 9일 우리가 알기로 해바라기는 해를 좇아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 움직이는 것은 해바라기 '꽃잎'이 아니다. 해바라기의 성장을 담당하는 줄기와 잎의 끝부분만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해를 좇아 움직이는 줄기 때문에 해바라기 꽃잎이 해를 향해 있는 것일 뿐이다. 왜 우리는 꽃에 대하여 꽃잎만을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것일까? 정작 꽃잎을 키우는 것은 줄기와 잎, 뿌리가 아니던가. 줄기와 잎, 뿌리가 전부라거나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의 그늘에 가려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야기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정 가치있는 것들이 이야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diary 2010.02.21

몽상가

2007년 2월 3일 나는 몽상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웬지 모를 낭만적 뉘앙스가 좋다. 혹자는 이상을 비현실과 동의어로 치환해버리지만, 현실에 대한 나름대로 냉철한 분석을 배제한 이상은 별로 없다. 이상은 현실의 개선을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이상이 이상에서 머무는 한, 이상이 현실에 대하여 어떠한 방향이나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상은 현실의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이 없는 현실은 퇴보에 불과하다. 그래서 꿈을 꾼다. 그래서 억지라도 부려보는 거다. 그것조차 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버텨낼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내가 아는 한, 역사는 꿈 꾸는 자들의 억지에 의하여 추동된다. 물론 억지는 말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억지스런 행동이 수반된다.

opinion 2010.02.21

연대의 바탕

2007년 1월 25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완결한 개인이 되는 것보다 내가 부족한 것을 당신이 갖추어 함께 도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비록 개인의 부족함은 많더라도 관계는 성숙해질 것이다. 성숙한 관계에서 각 개인도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부족함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장으로 관계가 성숙해진다기보다는 관계가 성숙해짐으로써 그 안의 개인들이 함께 크는 것. 이것이 연대의 바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너는 저것을 갖추는 것.

opinion 2010.02.21

기억

2007년 1월 2일 자꾸 상기하지 않으면 잊는다. 쉽게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위하여. 기어이 마주 보고, 술잔 부딪힌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다. 내 앞에 없어도 된다. 그대 마음 그대로. 그대가 간직한다면, 그걸로 된다. 그대 마음, 그대가 가장 잘 알듯이, 내가 그 마음 안다면 되는 거다. 걱정이다. 내가 아는 그 마음,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어쩌나. 괜찮다. 나의 잘못조차 그대는 너그럽게 받아주겠지. 나의 배려보다는 그대의 너그러움으로 우리가 좀더 대면하기를. 그래서 나는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꾸 우리 기쁜 날들을 추억한다. 우리 잊혀질 날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다면, 기억해야 한다.

diary 2010.02.21

잡탕

2006년 12월 28일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의 중에서 그래도 남겨진 낭만은 애틋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남겨져야 하는 것들은 앙상하고 스산할 뿐이다. '어리석음, 어리석음, 어리석음, 소심함, 소심함, 소심함이 뒤섞인 잡탕' 새해에 대한 설계는커녕, 묵은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지도 못하는. 하지만 세상에 우스운 청춘은 없다.

diary 2010.02.21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2004년 10월 8일 늘 그럴 모양새다. 잘 살고자 하는 마음자세는 별 다를 바가 없으니. 그러나 자세를 따르고자 하는 의지는 늘 쉽지 않은 것임을. 기쁠 때 자세를 평상심으로 이끌 수 있는 의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그 마음의 정체를 아는 것. 내 움직임이 가는 그 마음의 방향. 그 지향. 그 가치. 그것을 아는 것. 그게 정작 어려운, 궁극적인, 본질적인 그것이다. 술기운에 빌린 맹렬한 용기는 생활에서 일상으로 범하는 비겁함보다 미천하다. 부끄러움의 끝은 멀지 않았다. 다만, 그 끝을 아는 것, 그 끝의 힘듦을 아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부끄러움을 면하..

diary 2010.02.21

말하지 못하는

김광석은 노래했다. "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은 음~ 어디 쯤 있을까" '소리없이 내 맘 전해볼까' 했지만, 마음이 소리 없이 전해지기가 갈수록 어렵다. 소리가 없으니, 마음도 없다는 게 요즘 대세가 아닌가. 내 마음 고요히 그대에게 닿았으면. 소리 내지 않았어도 그대 마음에 들렸으면. 마음이 마음으로 통한다면, 그대 내 마음의 벗이 되리니. 술한잔이 대수랴. 나는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한다.

diary 2010.02.21

용기

2006년 10월 28일 현실보다는 용기가 앞섰던 시절에, 과거 행위의 정당성으로 미래의 나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뿐, 미래는커녕 현재의 입장을 뒷받침하기에도 벅차다. 술은 과거를 불러오기 십상이고, 미래의 설계에는 늘 도움되지 못한다. 대가를 지불하기 벅찬 행동은 그 과잉만큼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고, 남겨진 상처는 늘 아무도 모르게 아물어야만 한다. 상처를 남에게 들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과잉 용기를 위장하거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서 냉소하는 것이다.라고 믿는다. 나는 주로 '용기'를 냉소하는 편이다. 물론 이것은 위장된 비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diary 201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