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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깨닫고 있는 사실 하나. 해를 거듭할수록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만 남더라는. 돌아보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인생관, 비슷한 정치적 지향,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슨 결심이나 작정을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유유상종 초록동색이라 했던가. 여하간 이렇게 나이 들면 별로 좋지 않겠다는 생각.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야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으리. 우물 안이 편안하긴 해도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비좁다.

diary 2010.02.25

무서운 서비스

김종철 선생님이 시사IN에 쓴 글을 읽고, 일단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내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그런데 큼지막한 배너광고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부산광역시 당일배송 서비스를 실시합니다" 오전 10시 전에 주문하면 부산에서는 그날 바로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와! 좋겠다' 할 사람들도 있겠으나, 나는 좀 뜨악하다. 알라딘에서 파는 물건들이 무슨 시초를 다투는 종류도 아닌데 당일배송이 정말 필요한 서비스냐 하는 것. 물론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도 이건 좀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속도경쟁, 시간경쟁은 단순히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테니까. 게다가 그 편리함이라는 것도 결국엔 누군가의 가혹한 노동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으니까.

opinion 2010.02.24

교양 없는 사회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하려는 상황에서 한국과 영국의 비교 (과학적 연구결과는 절대 아니지만, 갔다와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할 만큼 사실성이 농후함) 공통점 ☞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눈치를 살핀다. 차이점 영국 ☞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는 망설임 없이 도로를 건너간다. 한국 ☞ 운전자는 속도를 유지하고(간혹 속도를 더 높이고), 보행자는 자동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물론 영국에도 과속하거나 보행자 개무시하는 운전자가 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이고. 한국에서는 보행자 개무시가 보편적이고, 보행자 우선이 예외적인 경우라는 거. 약자일 때 배려나 보호를 받기는커녕 개무시 당하니까, 강자가 되기 위해 살벌하게 경쟁하면서 피로에 쩔어서 사는 사회. 그리하여 약자나 강자나 더불어 불행한 사회...

opinion 2010.02.24

중도

2007년 2월 1일 대화는 맥락적이다. 같은 현상이나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맥락에 따라서 전혀 다른 대화가 가능하다. 정해진 것은 없다. 이것을 폼 잡고 말하면, '중도(中道)'라고 한다. 중도는 기계적인 중립이 결코 아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원하는 목적에 다다를 수 있는 최선의 길, 그것이 중도이다. 오로지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길. 그래서 정함이 없는 길이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정할 수 있을까?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천국이란 새로운 생활방식이지 신앙이 아니다." 천국은 관념적인 기도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실천'을 통해서 획득되는 것이다. 우리 삶 속에서 관계를 실천하는 수많은 방식. 산다는 것은 그것들을 배우고 실험하고 개선해가는 과정.

diary 2010.02.23

어른

2007년 7월 21일 얼마나 좋을까? 딱 마음 먹은 만큼 일이 이뤄진다면. 하지만 세상만사 어찌 그리 되나. 이런 생각도 든다. 마음 먹은 만큼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기보다는 그 '마음'에 성실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하면 어른이 될 것 같다. 마음 먹은 만큼 일이 되지 않더라도, 좌절보다는 그 '마음'의 진심을 잃지 않는다면, 나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늘 기쁜 가운데 아득한 슬픔 떨쳐지지 않는다. 슬픔은 슬프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기쁨이 두렵기 때문에 슬픔을 놓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diary 2010.02.21

연탄재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08년 2월 9일 자전거 타고 혼자 쏘다니다가 어느 들판에서 찍었다. 연탄재를 저렇게 짓뭉개버린 것을 보니, 그 사람은 여러 사람에게 수없이 뜨거운 사람이었나 보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단 한번도 뜨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에게 한결같이 뜨거운 사람이나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 어차피 외로운 사람. 정호승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연탄처럼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행복할까? 자신의 몸을 태운 연탄은 재가 되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잊혀지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diary 2010.02.21

공중전화

2005년 11월 10일 공중전화. 군대 시절, 공중전화 앞에서 몇 십분 동안 줄 선 수고 끝에, 그리운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떨렸던가. 별로 나눈 말도 없는 것 같은데 전화카드의 잔액은 왜 그렇게 뚝뚝 떨어졌는지. 휴가 첫날, 부대를 나서자마자 공중전화를 찾아 아는 이들에게 '휴가 나왔다'며 신나게 떠들기도 했다. 휴가 마지막날, 부대 복귀 직전에도 공중전화를 찾았다. 그 착잡함이란! 제대 이후로 공중전화에 대한 애틋함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갑 속에서 전화카드는 사라지고, 우리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졌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신속함은 공중전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요즘엔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신용카드를 대신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핸..

diary 2010.02.21

사랑은 실존적으로

2007년 9월 9일 어쨌든, 사랑은 교훈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실존적으로 하는 거다. 어느 시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으니 세상이 재상영관 같다고. 단 하나의 영화를 보고, 보고, 또 보는 것 같다고, 대체 우리는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 것일까...... 선은 텅 비고 추상적이기만 하고, 일상은 자고 먹고 섹스하고 사냥하는 욕망의 습관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전경린 소설 中에서- 사랑은 무언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어지는 것은 아닐지. 사랑은 어떠한 가치가 아니라, 그리 되는 삶의 형태는 아닐지. 분명한 것은 제도가 사랑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것.

diary 2010.02.21

2007년 8월 27일 시인 정호승은 이런 시를 썼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시인은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시인을 위해 단 한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왕년에는 그랬다. 술 한잔이 달콤했고, 오가는 술잔에 정을 담았으며, 거나한 취기에 감히(?) 혁명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술은 로맨티스트를 낳았고, 혁명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한낱 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술은 전혀 로맨틱 한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혁명의 도구도 아니었다. 아! 술은 단 한번도 나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음주의 뒤끝은 늘 민망하고 미안하며, 허무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거듭하면, 취기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diary 2010.02.21

나이

2007년 7월 3일 저녁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출사 카페에 들어갔다. 7시30분 번개모임 글이 있다. 오늘 중요한 몇 가지 업무도 끝냈겠다 수고한 기념으로 한 바리 뛰어줘야겠다 싶어서 나갔다. 17명이 모여서 너릿재 다녀왔다. 라이딩 끝나고 수일통닭에서 시원한 맥주로 뒷풀이까지 즐겼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닉네임과 실명, 그리고 나이를 말한다. 이른바 자기소개의 양식이 그러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왜 나이가 마치 필수요소처럼 들어갔을까.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 '뿅뿅뿅'님 하던 사이가 형님, 동생, 누나, 오빠, 언니 이렇게 질서가 잡힌다. 다들 그러한 질서가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그냥 '땡땡땡'님 하면서 존대하는 것이 더 편하던데. ..

diary 201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