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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은 명품 좌빨 시트콤

TV 보기를 돌 같이 하는 나도 꼬박꼬박 챙겨본 것이 바로 이다. 시트콤이 나를 웃기고 울리는 '작품' 노릇을 할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건드리고 가는 걸 보면서 좌빨 성향의 불경스런(?) 시트콤이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마지막회에서 본색을 확 드러낸다. 지붕킥은 계급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좌빨 시트콤이 분명하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지훈의 자가용 안에서 세경의 슬픈 사랑 고백을 빙자하여, 지붕킥은 '내가 바로 좌빨 시트콤이오!' 하고 자백하고 만다. 검정고시 보고 대학 가고 싶었다며, 계급의 사다리를 한칸 더 올라가고 싶었다던 세경이. 하지만 자신이 한 칸 올라섰을 때 그 밑에 다른 사람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는 세경이. 부잣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식탐 많은 동생이 먹을 것 ..

opinion 2010.03.22

연애는 화폐로 하는 것인가?

우리 시대의 연애가 썰렁해진 건 무엇보다 '차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준은 물론 학벌, 가족관계, 거기다 외모까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어떻게 열정이 폭발하겠는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둘 다 몸이 너무 무거운 탓이다. 자가용과 아파트, 그럴듯한 직업과 연봉 등이 척도가 되는 한 몸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동시에 욕망은 잠식되어간다. 화폐야말로 욕망의 흡혈마왕이라는 것, 잊지 마시라. 그러니 이 화폐가 쳐놓은 저지선을 뚫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의 열정을 누릴 수 있겠는가? ...쇼핑은 자가용에 대한 욕망과 포개진다. 쇼-쇼핑-자가용, 이렇게 이어지는 회로를 차단하는 것도 화폐 권력과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걸어야 한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사랑..

opinion 2010.03.22

좋은 대화

자신의 생각과 입장에 흔쾌히 동의해주는 사람들에게는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반면에 자신의 생각과 입장의 오류를 발견하여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사람에게는 감정적 불편함을 느끼는 게 십상팔구다. 하지만 후자가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니 말이 다 맞아'하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나 사뭇 진지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내 생각엔...'이라며 다른 생각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좋은 대화의 근사한 상대가 될 수 있다. 무슨 말을 해도 '응'과 '그래 맞아'만 반복해대는 사람과 시도 때도 없이(그러니까 눈치없이) '아니야'와 '넌 틀렸어'로 대화를 시..

diary 2010.03.20

또 EBS냐? 됐고!

가카께서 EBS 본사를 방문하시어 가라사대, "사교육을 없애자는 게 정부의 목표" 이건 뭐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올바르지도 않아. 사교육을 없애긴 왜 없애? 문제는 사교육의 존재 자체가 아니야. 사교육이 비정상적인 광풍으로 몰아치면서, 공교육과 상호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파괴적 관계가 되는 것이 문제인 거지. 물론 돈으로 쳐바를스록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일단 제쳐두고. 학교 정규수업, 방과후 수업, 보충 수업 등으로는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사교육도 있어야 하는 거야. 학교가 모든 학생의 학습을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어. 물론 학교는 그걸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사교육을 없앤다는 되도 않는 소리나 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

opinion 2010.03.19

징그럽지만, 또.

징그럽다. 징허다, 징해. 허벌나게. 어쩜 세월이 지나도, 당하고 또 당해봐도, 때가 되면 똑같은 소리들인지. 무서울 정도로 답답하구나. 선거가 닥쳐오니까 진보신당을 코너에 몰아넣고 역적이라고 다구리 놓는 걸 두고 하는 소리야. 반MB? 좋다. 좋아. 완전 동의한다. 근데 반MB가 야권연대의 목적과 가치의 알파요 오메가는 아니잖냐. 그냥 한나라당 후보만 떨어지면 그걸로 만사 OK 되는 거야? 뭘 위해서 반MB를 하는 건지가 중요한 거잖아. 무상급식도 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개미 오줌만 한 복지제도도 확충하고, 조세개혁해서 부자들 세금 더 내게 하고, 4대강 삽질도 막아야 하고, 해야 할 일 많다. 이런 거 하려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MB를 심판하겠다는 거잖..

opinion 2010.03.17

기고를 접다

프레시안은 변호사 김용철씨의 책 와 관련된 릴레이 기고를 받고 있다. 나도 좀 할말이 있을 것 같아 기고를 작심하였으나, 접었다. 써놓고 보니 글이 마무리가 안된다. 뻔한 결론을 짓기도 뭐하고. 임팩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대충 정리해서 기고할 수도 있으나, 프레시안의 사회적 위신(?)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접었다. 솔직한 이유는 對 프레시안 기고전에서 2전 2승 기록인데, 3전 2승 1패로 만들고 싶진 않아서다. 1패보다는 전승 기록이 더 나으니까. ㅋ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경영씨는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결혼하면 신랑, 신부에게 각각 5천만원씩 지급', '출산시 양육비 3천만원 지급', '60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매월 건국수당 70만원 지급' 등 ..

opinion 2010.03.17

자전거는 위험하지 않아

라이딩 도중 공원이나 벤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흔히 겪는 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90% 이상이 아저씨들이다)이 다가와서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은밀히(?) 접근하여 내 자전거를 슬그머니 살펴본다. 그러고나서 나에게 건네는 첫 질문은 이런거다. "이런 건 얼마나 하요?" 정해진 나의 답변은 이렇다. "제 건 별로 안 비싸요." 이쯤 해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혹 끈질기게 가격을 묻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말해주면 이 분들은 별말 없이 가신다. 생각보다 싸서 죄송합니다. ㅋ 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자전거 타면 안 위험하요?'다.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반박한다. "위험한 건 자동차죠. ..

bicycle 2010.03.14

'텅빈 충만'

지난 2006년 봄날,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진정한 행복은 이 다음에 이뤄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좋은 가구, 권력 등 이런 욕망들은 막상 갖게 되면 한동안 행복할진 모르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집니다. 이들은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자신의 책을 출판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는 기사를 보고, 빠르게 책장을 훑었다. 나에게도 법정 스님 책이 한권 쯤 있을텐데 하며. 다행이다. 한권 있긴 하다. 1989년에 샘터에서 출판한 '텅빈 충만'. 20년이 넘는 세월 탓에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가 풀풀 난다. 군대 시절 나는 매주 종교행사 때마다 불교를 골랐다. 교회에서 주는 초코파이보다는 절에서 주는 떡을 더 좋..

study 2010.03.12

말이 통해야

광범위한 사례연구에 의하면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성격, 지능, 학력, 수입, 외모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답니다.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대화가 잘 통할 수 있는 부부의 결혼 만족도가 제일 높다네요. 하지만 이런 유의 결론에는 늘 크고 작은 이견(異見)이 뒤따릅니다. 돈을 많이 벌어 오면, 한예슬만큼 예쁘면, 모태범처럼 명랑한 성격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졌으면... 친밀하지 않고 대화가 안 통한들 그게 무슨 대수냐는 거지요. 그 정도는 능히 참고 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착각(錯覺)입니다. 자동차 매장에서 디자인, 성능, 가격을 까탈스럽게 따진 뒤 아직 운전 면허증이 없다고 얘기하는 격입니다. 성능 뛰어나고 디자인 마음에 들고 가격 적절하다면 그깟 면허증이야 무슨 문제냐는 거겠지요. 명백한 착각..

opinion 2010.03.11

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지난 2월 1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연에 다녀왔다. 그런데 왜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사진이 이제서야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ㅋ 그건 그렇고. 이날 강연은 7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번 쉬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 동안 계속된 강연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번도 졸지 않았다. 물론 졸릴만한 강연이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테지만. 나는 정성일의 영화평을 꽤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그의 글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난해하다. 적어도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의 주제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였다. 아바타의 현란한 화면에 눈이 멀어버린 한..

movie 201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