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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2, 3

최뿅뿅 누이가 생일 선물로 준 상품권을 총동원(?)하여 질렀다. 누이께서는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을 샀다. 음악 공부하려고. ㅋ 책을 쓴 박종호씨는 정신과 의사이자 국내 최초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의 대표다. 이 책들은 클래식 동호인이나 입문자에게 가장 많이 '강추'되고 있다. 법정 스님도 생전에 이 책을 읽으며 클래식 음악을 들으셨다는. 여하간 좋은 책을 얻어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찜찜한 게 좀 있다. 이 책의 출판사가 시공사라는 사실 때문. 알다시피 시공사의 대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래 맞다. 전 전 대통령. ㅋ '전재산 29만원'의 레전드를 자랑하는 그 분의 아들이 시공사 대표다. 그쪽 업계에서는 준재벌로 통한다는데. 자수..

music 2010.04.14

뜨거운 감자 - 시소

영화는 없고 사운드트랙은 있다. 뜨거운 감자의 프로젝트 앨범 '시소'는 그래서 OST가 아니라 'IST'(Imaginary Sound Track)이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보았던 어느 사랑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김C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나 싶고, 배두나의 짧은 나레이션도 감정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적인 가사는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10개의 트랙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불현듯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다가, ..

music 2010.04.13

교양 없는 교사

고1인 인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날, 일부러 영화를 보러 압구정동까지 갔다 왔다. 평일에 보러 가려고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했으나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며 허락을 해주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내야 했다. 어느 논술학원에서 를 보고 홍형숙 감독과 학생들이 간담회를 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큐영화 를 보는 건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교사. 학급 전체의 야자 분위기(?)를 위해 예외적으로 빼줄 순 없으니 휴일에 보러 가는 건 어떠냐고 하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겠는데.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는 좀 궁색하고 별로 교사답지 못하다. 오직 시험성적과 대학입시를 위한 것만이 '공부'인가? 시험공부가 공부의 전부인양 생각하니까 이 사회의 지성과 교양이 민..

opinion 2010.04.08

너릿재는 발파중

광주 라이더의 성지 너릿재 옛길이 훼손되고 있다. 너릿재 옛길은 광주에서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르게 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봄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벚꽃이 눈처럼 흩어 내린다. 좀 과장하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해도 될만 한 근사한 길이다. 오늘 실로 오랜만에 너릿재 옛길 라이딩에 나섰다. 만발한 벚꽃을 기대하며. 룰루랄라 즐겁게 페달링 하는데 너릿재 부근의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고가도로 공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산의 한쪽 면을 왕창 헐어내버리고 도로를 내고 있었다. 징허다 징해. 아무리 토건족들이 인민의 혈세를 쪽쪽 빨어먹고 산다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토건족의 아가리에 갖다 부을 세금은 많고, 밥 굶는 사람들을 위해..

bicycle 2010.04.07

知란 무엇인가?

2007년 6월 16일 공자 왈, "仁이란 愛人이다" 그리고 "知란 知人이다" 물론 공자는 질문하는 자와 그 상황에 따라서 인과 지에 대해서 다른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통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무지(無知)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을 뜻하게 된다. 경쟁이 삶의 원리가 되고, 사회운영의 논리가 된다는 것은 결국, 무지한 개인과 무지한 사회를 양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원리와 논리를 아는 것이 '지식'으로 대접받는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배척당하는 것, 이것을 사회는 '효율'이라고 부른다. 무지가 知로, 진실한 知가 어리석음으로 둔갑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이다. 그런 점에서 '어리석음..

study 2010.04.07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교육은 꽤 대중적인 화두다. 너도 나도 교육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한마디씩 훈수 두기를 주저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 이것을 '교육열'이라고 부른다면, 한국의 교육은 수준 있는 발전을 이루고 있고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과 열망을 즐기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누구나 교육 문제에 대해서 입 열기를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질문은 던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에 주목하는 오류를 범한다. 살벌한 사교육비 부담이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수업시간을 국영수에 몰아주느라 음악, 체육, 미술은 천덕..

opinion 2010.04.05

어항

국무총리 정운찬씨가 '4대강 어항론'을 펼쳤다. 그는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완료되면 큰 어항 된다" 어떤 느낌이 드나? 난 딱 보고 '어라! 운찬씨가 4대강 사업 반대하는거냐?' 했다. 놀랍고 기이한 일이구나 했다. 4대강의 생태를 살린다는 게 이 미친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데, 그걸 대놓고 '어항'이라고 조롱했구나 한거다. 소심한 운찬씨가 감히 가카에게 반기를 든 것인가? 흠.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근데 그게 아니네. 운찬씨는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면서 "지금이 작은 어항이라면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들은 큰 어항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니까 '어항'을 좋은 개념으로 쓴거다. 같은 우..

opinion 2010.04.04

마이 웨이

(내가 본)거의 모든 성장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남들이 뭐라든 'my way'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아직 마이 웨이를 모르는 자에게는 그걸 찾으라고 하고, 마이 웨이를 포기하고 먹고 사는 현실을 택한 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이 웨이'를 외칠 것을 권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진실한 성장 영화는 그 결말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즐거운 인생' 같은)따뜻한 성장 영화는 마이 웨이의 행복감을 화면 가득 채워준다. 좌우당간에 성장 영화들은 '마이 웨이'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겠냐고 한다. 인생의 희노애락 따위는 평정심으로 대할 수 있을 법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어깨를 감싸며, '힘들어도 네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하라'고 조언해주고 쓰윽 사라지는. 그리고 우리의 ..

movie 2010.04.02

아빠 한대수는 행복하다

예전에 어쩌다 텔레비전을 켰다가 한대수가 나온 걸 보고 바로 채널고정한 적이 있다. 한대수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게다가 아침 토크프로그램이라니. 여하간 횡재다 생각하고 시청했다. 한대수는 어린 딸과 함께 출연했었다. 옥산나와 결혼 16년만에 갖게 된 첫 자식. 한대수는 나이 예순에 아빠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를 꼽으라면 단연 한대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마초 기질도 좀 있고,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보헤미안 한대수가 즐겨 쓰는 독특한 어휘가 있다. 그는 '좋다'는 느낌을 '양호하다'고 표현한다. 맛있는 음식도 '양호하다'고 하고, 멋진 옷도 '양호하다'고 한다.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양호하다'는 말을 썼더니 사람..

music 201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