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두개의 진실

    사랑을 할 때 그 사람이 살인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사랑이 끝날 때 그 사람이 살인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은 살인을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그래서 사랑은 그 자체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끝날 때까지 사랑한다는 믿음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그리고 그 시작과 끝을 스스로 책임지면 된다. 둘은 모두 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가족 : 불완전하니까 가족이다

    *아래 글에는 영화 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은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조금은 유명해졌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봐야지 하고 광주극장 예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이 나서 숨만 겨우 쉬면서 영화를 봤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남아 있어서 고마운 광주극장.은 줍고 주워지는 관계로 이뤄진 가족을 보여준다. '줍는 행위'와 '훔치는 행위'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먼저 버려진 사람들로 구성된 이 가족을 소개해보자.할머니 하츠에 :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그 남편의 죽음 덕분에 연금을 받고 낡은 집에서..

    연애담 :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연애'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정의한다. 이거 바로 잡아야 한다. 연애는 '남녀'간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지, 남자와 여자만 하는 일은 아니다. 우연히 또는 치밀하게 시작하고 격정에 휩싸이며 권태롭다가 갈등하고 이별하고 재회하기도 하는. 연애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일 중에서도 꽤 근사한 일이다.우연한 시간에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일로 마주친 윤주와 지수. 둘 사이에 사소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일어난다. 이것은 사랑의 시작. 설명할 수 없는, 아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끌림.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고,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칠 기회를 만들며, 떠올리기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우리 모두 ..

    짧은 이별은 없다

    매일 아침 잠이 깨면 이별한건지 아닌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면서 엄청난 무게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 이별이다.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 날마다 아침이면 그 무게감을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날마다 끌고 다녀야 하는 커다란 무게감. 밤이 되면 무게감은 더욱 커진다. 다리가 후들거려 잘 걷지도 못한다.온갖 복잡한 것들을 다 털어내고 남는 것은 하나다. 그에게는 그녀가 필요하다. 무엇으로 그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까?내일이면 그녀는 그에게 다시 중요해질 것이고, 그는 수없이 마음을 억누르고, 진심인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는 말들을 그녀에게 내뱉고, 수많은 패배를 겪을 것이다.하루, 3일, 일주일, 한달, 그리고 1년..... 그렇게 혼자서 참아야 할 일이다.결혼생활에서 진정한 잔인함은 늘..

    초행 : 두렵지만 한걸음 한걸음

    시놉시스 보고 꼭 봐야지 했던 '초행'. 광주극장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니, 오늘 아니면 내일 퇴근하고 볼 수 있다. 내일 저녁엔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오늘 보기로. 겨울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건 추위와의 싸움. 당직 퇴근하고 집에 들러 목도리까지 챙겨 나갔다.'초행'은 7년차 연인 수현과 지영이 슬슬 결혼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영화냐 다큐냐 헷갈린다.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다큐라고 생각할 만큼 리얼 리얼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대환 감독이 배우들에게 상황 설명만 하고 거의 모든 대사를 애드리브로 하게 했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섬세한 상호작용과 배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할 일. 영화는 두 배우의 리얼 애드리브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