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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나무

    4월 2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벚꽃나무. 전남대학교 농대3호관 앞이다. 내가 다니던 시절부터 캠퍼스는 끊임없이 변했다. 99년 복학했을 때 캠퍼스 도로에는 여기저기 횡단보도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캠퍼스인지 그냥 일반도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돈(!)되었다. 덕분에 캠퍼스는 여유와 자유가 있는 산책보다는 자동차에 주의하면서 보행하는 곳이 되었다. 헌 건물은 허물어지고, 연인들의 속삭임과 선후배의 대화가 가득했던 언덕과 작은 숲은 새 건물에 자리를 내준다. 그나마 아직 남아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벚꽃나무. 벚꽃나무 아래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흩날리는 벚꽃잎이 막걸리 잔에 떨어지는 풍류를 상상하게 만든다. 카메라는 챙겼으나, 삼각대는 차 트렁크에. 하나 있던 가로등마저 고장난건지 뽑혀서 누워 있고..

    표징

    며칠 사이에 봄꽃들이 가득 핀다. 떡볶이 먹으려고 들른 청풍쉼터에 노점트럭은 사라졌고 목련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봄꽃 나들이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개나리가 노랗게 꽃잎을 내어놓고, 벚꽃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목련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은 여전히 꽃과 함께 온다. 그리고 봄은 여전히 짧다. 봄은 사계절 중 분명한 하나가 아니라 겨울과 여름을 잇는 간절기가 되는 듯 하다.날씨가 더워지니 천변 자전거도로에는 날벌레 떼가 나타났다. 새까맣게 떼지어 있는 날벌레들을 빠른 속도로 뚫고 가면 후두두 소리내며 온몸에 부딪치고, 순식간에 스포츠글라스 렌즈 안에, 버프로 가린 얼굴에 들어온다. 집에 와서 옷을 벗으면 몇 마리가 방바닥에 힘없이 떨어진다.이것이 나에게는, 봄은 이미 가고..

    '이명박 구속'을 넘어서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지난 10년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도 끄떡 없었던 이명박이 구속된 것을 보면 그들의 10년이야말로 우리에겐 잃어버린 10년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국정을 농단했고, 이명박은 국가전반을 농단했다. 이명박의 구속과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 주변에서 권력으로 사익을 취한 자들을 빠짐없이 법정에 세워야 한다. 특히 '자원외교'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하고 나랏돈과 권력으로 사익을 챙긴 자들은 모조리 처벌해야 한다.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구속된 전직 대통령 4명. 전두환과 노태우 같은 자들은 차치하고라도, 어찌 되었든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와 이명박. 박근혜처럼 이명박도 형식적이나마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다. 주권을..

    미투의 익명과 실명 사이

    '미투'는 어느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투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발화되지 않은 미투는 훨씬 더 많다. 미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사회의 주목이 없었을 뿐이다. JTBC 뉴스룸에서 서지현 검사가 출연해 신분과 얼굴을 공개하며 '미투'를 한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미투' 운동의 변곡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 뒤로 이른바 '실명과 얼굴을 깐' 미투는 언론과 우리의 주목을 끌었고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은연중 또는 고의로 '실명' 미투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익명' 미투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관심과 신뢰를 갖게 되었다. 심지어 '익명' 미투를 한 피해자에게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야 믿어주겠다는 희한한 협박(?)을 하는 무리도 있다.실명과 익명의 차이로..

    사이클 삭스

    비앙키 사이클 삭스. 선물로 받았다. 이제 장갑만 갖추면 비앙키로 풀세트 장착이 가능할 듯. 비앙키의 체레스테(Celeste)는 정말 마성의 칼라다. 가격은 아주 사악하고. 날씨가 좀더 더워져야 반바지 입고 사이클 삭스 신을텐데.자전거 탈 때 일반 스포츠 양말 신었는데, 이쁜 사이클 삭스가 눈에 들어와서 샀다. 비앙키 양말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퀄리티는 아주 좋다. 빨리 반바지 입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