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71

턴테이블 1

# 1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전축이 있었다. 태광 에로이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가슴 높이 만큼 큰 스피커가 있었다. 음악감상을 취미로 하는 그런 집안 분위기는 아니었고, 트로트나 경음악 테잎이나 라디오가 켜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는 늙으면서 자꾸 잘 나갔던 왕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이 전축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최초로 전축을 샀었다 뭐 이런 이야기다. 아빠 말에 따르면 왕년에 '최초로' 산 것들이 많다. 카메라도 최초로 사고, 전축도 최초로 사고. 물론 믿거나 말거나.턴테이블도 있었는데, 태광 에로이카 CM송 같은 게 담겨 있는 LP판이 있었다. 아마도 전축 살 때 끼어있었을 것 같다. 아빠로부터 턴테이블을 돌리는 법을 배우고, 나..

music 2018.10.18

LP

LP 한장 샀다. 처음으로 내돈 주고 산 거다. 집에 오래된 LP가 몇 장 있긴 한데, 아버지가 주워온(?) 것을 내가 슬쩍 해온 거다. Metallica의 명반 of 명반 'Master Of Puppets'도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번에 산 LP는 늑대보호운동가로도 유명한 엘렌 그리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원래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판을 사려고 찾아보았는데 품절. 엘렌 그리모의 연주도 평이 좋다길래 사봤다. 디지털 음원에만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싸구려 턴테이블을 저렴한 앰프에 물리고 입문용 스피커로 출력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음질'만 놓고 보면 우왓 할 일은 없다. 다만 조금은 불편하고, 약간은 느리고, 몸을 더 움직여야 하는 뭐 그런 아날로그스러운 맛..

music 2018.08.27

광주시향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 : Dear Lenny>

3월 15일(목)광주시향 지휘 김홍재피아노 조재혁A. Copland / Appalachian SpringG. Gershwin / Rhapsody in BlueL. Bernstein / 'Symphonic Dances' from West Side Story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이거 하나만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예매 시작일에 바로 예매. 월요일부터 계속된 야근으로 쌓인 피로에, 전날 당직근무하고 아침 퇴근 없이 정상근무까지. 몽롱한 상태로 퇴근하고 집에서 온수로 샤워하고 문예회관에 갔다. 이날 공연의 압권은 역시 'Symphonic Dances'. 재즈풍의 연주로 시작해서 클래식, 남미음악까지 풍성한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레너드 번스타인은 작곡가, 지휘자, 음악교육가로 최고의 자리에..

music 2018.03.17

베토벤 교향곡 9번과 발레의 만남

지난 1월 ACC에서 '댄싱 베토벤'을 보고나서 공연실황 영상을 구하려고 유튜브도 샅샅이 뒤지고 별짓을 다했지만 실패. 수소문한 결과 국내에 발매도 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건 꼭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해외구매를 결심. 주문하고 한달만에 드디어 내 손에 블루레이 디스크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에 의한 발레 (The Ninth Symphony by Maurice Bejart) (2015)Bejart Ballet Lausanne / Tokyo Ballet / Zubin Mehta /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 Ritsuyukai Choir2014년 도쿄 NHK홀 실황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음악에 맞춰 모리스 베자르가 창..

music 2018.03.07

장필순

시사인 이번 호에 장필순 인터뷰가 실렸다. 가수보다는 '뮤지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 무슨 몇단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지도 않고 옥구슬 굴러가는 미성도 아니다. 오히려 허스키한 음색 때문에 어렸을 때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가끔 마음을 흔들고 끝내 눈시울을 뜨겁게 달궈놓기도 한다. 그는 노래 잘하는 가수는 아닐지 몰라도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소리 없이 차곡차곡 보여주는 뮤지션이라는 건 확실하다. 조만간 8집 정규앨범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새 앨범이 기대되는 까닭은 바로 저 한 문장 때문이다. '더 단순해졌다' 복잡한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단순해지는 거다. 어떤 작업도 그렇고, 나의 마음도 그러하고, 어떤 이와의 관계도 그렇고, 그래서 인생사가 ..

music 2018.02.09

광주시향 2018 신년음악회

광주시립교향악단 2018 신년음악회 : 신세계 지휘 김홍재Piano Sergey Tarasov PROGRAMJ. Strauss II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P. I.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A. Dvořák /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체코의 음악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뉴욕 국립음악원장으로 있을 때 작곡했다. 초연되자마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만 드보르작은 "이 곡은 체코의 음악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라고 말한다. '신세계로부터'는 제4악장을 듣는 순간 '아 그 곡!' 할 만큼 대중적인 교향곡이다. 4악장의 웅장함은 언..

music 2018.01.25

지휘자 표정 보는 재미

요즘 시간 나는대로 대가들의 공연실황을 감상중이다. 음악은 현장에서 듣는 것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내 인생에 이런 대가들의 지휘를 현장에서 들을 날이 과연 올까 하는 게 또 현실이니까. 영상을 통해서라도 보고 듣는 게 어디야 하고 있다. 그런데 영상으로 감상하면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지휘자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거. 공연장에서는 늘 지휘자의 뒤통수만 봐야하지만, 영상에서는 지휘자의 생생한 표정을 잡아주니까.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뒤통수만 보는 건 좀 재미 없는 것과 비슷한 그런거다. 지휘자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건 당연한데, 표정도 다 다르다. 거장중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진지하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이 그대로 지휘할 때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카라얀의 카리스마는 뭐 ..

music 2018.01.15

광주시향 2017년 송년음악회

광주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E. Chabrier - "Espana" Bizet - Carmen Suite No.1 & No.21. Prélude2. Aragonaise3. Intermezzo4. Les Dragons d'Alcala5. Les Toréadors6. Habanera7. Chanson du Toréador8. Danse Bohème 최영섭 - 그리운 금강산 Franz Lehár - "Meine Lippen, sie küssen so heiß" from "Giuditta" 김효근 - 눈 Franz Lehár - "Dein ist mein ganzes Herz" from "Das Land des Lächelns" Manuel De Falla - The Three Cornered Hat1. The..

music 2017.12.1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1. Moderato - Allegro2. Adagio sostenuto3. Allegro scherzandoSviatoslav Richter / Stanislaw Wislocki / Warsaw National Opera OrchestraRecorded 195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는 가장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이다. 거의 10년 전인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만, 어떤 영화에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고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바로 이거다. 작곡가와 작품번호를 알기 위해 여기저기 질문글을 올리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소름 돋게 들었던 부분이 바로 2악장이..

music 201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