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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뭐 가끔 메일을 받긴 하지만, 작심하고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문의 편지글은 거칠게 요약하면 '돈이 없어 할일을 못한다'는 내용이다. 옳은 일을 하는데 돈이 없어 좌절하는 것 만큼 서글픈 일도 별로 없다. 후원하기 웹페이지를 열어놓고 한참 망설였다. 그러다가 지갑을 열어도 되는 이유를 찾아냈다. 올해 월급이 올랐다. 마음 바뀌기 전에 후다닥 정보 입력하고 CMS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단문을 남기고 창을 닫았다.솔직히 망설였습니다. 쥐꼬리 월급에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래도 되나'가 아니라 '이래야 한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대신 몸으로 뛰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겠지요. 아직 ..

opinion 2018.02.01

모카포트

오랜만에 모카포트를 꺼냈다. 베트남 여행 다녀온 후배가 선물로 준 커피 마셔보려고. 이탈리아 가정집에 무조건 하나씩은 있다는 비알레띠 모카포트. 한국으로 치면 뚝배기 정도 될까. 간단히 커피 내려 마시기 좋다. 불 조절이 중요하므로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 보일러의 물이 금방 끓으면서 커피가 추출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바로 불을 꺼야 한다. 물론 머신의 기압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집안 가득 퍼지는 커피향도 좋고, 커피 맛도 나쁘진 않다. 크레마도 뭐 보기엔 비슷하게 생긴다. 그런데 베트남 커피는 원래 그런가. 참기름 향이 나는 것 같다. 비빔밥에 커피 넣을 것도 아니고 내 취향은 아닌 듯.그래도 모처럼 모카포트를 꺼내게 해준 건 인정. 처음에 모카포트로 재미를 붙이고, 다음에 장만한 건 네..

diary 2018.01.30

모든 일엔 끝이 있으니

드디어 끝이 보인다. 2018년 임금인상안 고치고 돌리고, 고치고 돌리고. 막막하던 것도 하다보니 답이 보이고. 내가 애초 염두에 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룬 것 같다. 물론 사업주가 아닌 한 내가 생각한대로만 할 수는 없지만, 나의 재량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서 거의 모두 관철시켰다는 의의도 있고. 부수적으로 엑셀을 좀더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서 좋고. 엑셀 개발자들은 참 노벨상이라도 주고 싶다. 평소 칼퇴근을 철칙으로 삼고 있지만, 오늘 같은 날엔 연장근로를 불사해도 좋다. 사무실에 홀로 남아 고도의 집중력으로 급여정산 마무리. 나를 위한 성취감. 모..

diary 2018.01.29

명도동

광주광역시 광산구 명도동. 풍경만 보면 광주 맞아? 하겠지만, 광주 맞다. 애초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차 세워두고 마을 돌아다녔다. 마을마다 꼭 있는 정자나무는 느티나무 아니면 팽나무.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을테지만, 지금은 이파리 하나 없다. 배추도 버려지고, 고추도 버려졌다. 그냥 걷는다. 그냥 걸어야 버려진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diary 2018.01.28

공동정범 : 불편하더라도 또다른 진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재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사망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궁금한 게 많았다. 2009년 1월 20일 이후 '용산'을 생각할 때면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들이 풀린다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큐영화 '공동정범'은 진실의 또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용산 참사의 공동정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살이를 하고 출소한 생존자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동정범'은 첫번째 이야기 격인 '두 개의 문'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두 개의 문'이 다양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참사의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했다면, '공동정범'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용산 철거민만 있었던 ..

movie 2018.01.27

사진 선물

거의 3주만에 드디어 선물 증정.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 선물하기 좀 뭐하긴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도 영 못봐줄 건 아니니까. 형은 드디어 레이의 이름을 지었다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유원'. 남자 이름 여자 이름 구분 따위 없이 중성적인 느낌이고 영어 발음으로 'you won' 그래 니가 이겼다 뭐 이런. 유원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유원이 아빠는 몸 좀 챙기면서 일하고.그나저나 사진 선물하는 거 참 오랜만이다. 한창 때에는 책 선물보다 사진 선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연말에는 1년간 찍은 사진 중에 괜찮은 거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송년 모임 때마다 선물로 돌리기도 했다. 그 땐 내가 찍은 사진의 9할은 인물사진이었다. 지금은 1할도 안되는 듯.

diary 2018.01.26

광주시향 2018 신년음악회

광주시립교향악단 2018 신년음악회 : 신세계 지휘 김홍재Piano Sergey Tarasov PROGRAMJ. Strauss II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P. I.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A. Dvořák /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체코의 음악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뉴욕 국립음악원장으로 있을 때 작곡했다. 초연되자마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만 드보르작은 "이 곡은 체코의 음악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라고 말한다. '신세계로부터'는 제4악장을 듣는 순간 '아 그 곡!' 할 만큼 대중적인 교향곡이다. 4악장의 웅장함은 언..

music 2018.01.25

저임금 노동자에게 '파격'은 없다

신세계그룹이 1월1일부터 주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연말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홍보에도 써먹었고, '파격'이라는 칭찬도 적지 않게 챙겼다. 시행 한달이 되어간다. 우려했던, 아니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하다. 역시 저임금 노동자에게 '파격'은 '꼼수'가 되어 돌아온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데, 사측의 꼼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뭐 이런 게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을 어떻게 노동자의 것으로 가져올 것인가. 업무 집중도 향상과 효율성 제고와 같은 사측의 논리에도 노동계에서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건 사측의 일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개선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민..

opinion 2018.01.24

최강한파 뚫고 자출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베란다로 나가본다. 온몸으로 추위를 느끼고 음 심상치 않군 하면서 10초간 갈등. 그래도 마음 먹었으니 도전해봐야지 하고 자출을 준비한다. 겨울 라이딩에 처음으로 히트텍을 입고 기모저지와 방한자켓을 입는다. 보통은 초반에는 좀 추워도 달리다보면 땀이 나서 웬만하면 기모저지와 방한자켓 2벌만 입는데, 오늘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므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하고. 아, 들숨부터 다르다. 찬 기운이 폐 속으로 스며든다. 그래도 달릴 만 하다. 광주천도 얼었다. 물살이 좀 느린 곳이나 가장자리는 얼음이다. 이건 또 처음 보는 풍경. 오늘 추위가 대단하긴 하다. 바람이 불면 온몸에 찬물을 맞은 듯 하다. 그래도 죽지 않아. 30분쯤 달리..

bicycle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