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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5·18

내가 뜨거웠던 시절, 5·18은 항상 거리 위에서 최루탄과 짱돌 속에서 외치는 이름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시험에 나오는 것)만 알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 그 해는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학살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해였다. 그해 여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이라고 발표했고, 광주는 난리가 났으며, 거리는 '학살자 처벌'과 '5·18 특별법 제정'이라는 구호로 덮였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학살 주범들이 법정에 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곧 특별사면되었다.처벌과 단죄는 턱없이 불충분했고, 진상규명은 '군사기밀'과 양심선언 부재 등을 이유로 미완에 그쳤다. 제대로 이뤄진 것 없이 5·1..

opinion 2018.05.20

FFWD 휠셋 비앙키 에디션 데칼

비앙키를 탄다면 누구나 꿈 꾸지 않을까. 비앙키 고유의 칼라 체레스테로 깔맞춤한 휠셋. 그 중에서도 압권은 FFWD사의 비앙키 에디션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아래 사진을 보라. 이보다 영롱할 수 있을까.하지만 꿈을 이루는 데 어김없이 돈이 필요한 법이고. 만만치 않다면 우회하거나 뭐 얄팍한 방법이라도 써야지. 그럴 듯한 데칼을 사서 붙이면 몇 백만원 하는 FFWD 비앙키 에디션 휠셋을 몇 만원으로 즐길 수 있다. 워낙 유명한 휠셋이라 인터넷 검색하면 이 데칼을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본트레거 아우라5 TLR 휠셋을 FFWD 비앙키 에디션으로 탈바꿈해줄 데칼을 구매하고, 오늘 드디어 작업. 처음이지만 해보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닌데, 총 작업시간은 2시간 넘게 걸렸다. 원래 붙어 있..

bicycle 2018.05.13

노동절

2001년 4월 말경 나는 어느 비정규직 노조 파업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캐리어사내하청 노조는 '전국 제조업사업장 최초'의 비정규직 노조 파업을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인터넷한겨레 사이버기자단 하니리포터와 시민의 소리 시민기자 활동을 하던 나는 무작정 파업현장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기사를 송고했다. 노조 설립을 이유로 집행부 전원을 부당해고한 사측에 항의하고,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 및 처우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5월 1일은 무조건 '노동절'이어야 했고, '근로자의날'은 국가와 자본의 언어라며 혐오했다. 그랬던 나는 이제 어느 사업장의 '근로자'가 되어, 손수 '근로자의날'이라고 인쇄된 휴무 안내문을 만들어 게시한다.그리고 내가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재인..

opinion 2018.05.02

본트레거 아우라5 TLR 휠셋 교체

6개월 만에 휠셋 교체. 작년 10월 중고로 산 노바텍 젯플라이 알로이휠을 본트레거 아우라5 TLR(BONTRAGER AURA5 TLR) 휠셋으로 바꿨다. 물론 이것도 중고. 한달 동안 도싸 중고 게시판과 중고나라에 잠복하다가 건졌다. 카본휠은 브레이크 신경 쓰여서 좀 그렇기도 하고, 웬만하면 자전거 값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 알로이 림에 카본이 덧대어진 이른바 '알카본' 휠셋 중에서 고른거다.지난 토요일 배송 받고 바로 샵에 싣고 가서 스프라켓 이식. 친절한 사장님 공임비 5천원에 깔끔하게 옮겨주셨다. 스프라켓 달고 집에 와서 나의 비앙키에 휠셋을 결합. 옷 갈아입고 테스트 라이딩. 나 같은 아마추어는 전문지식이 없으니, 느낌만 말할 수밖에. 가격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구름성,..

bicycle 2018.04.30

남북정상의 극적인 만남

9시15분부터 외래 TV 앞에 앉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보다 관심이 덜 했고, 직원들은 광주 쌍촌동 무단횡단 교통사고 블박영상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지만 '정상회담 왜 하는거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고, 취재차 온 외신 기자는 남의 나라 정상들이 만나는 순간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선생의 말이 이런 일에도 통하는건가. 그건 그렇고.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을테지만 이 만큼 세계가 주목하고, 또 지켜보는 이들을 울고 웃게 하는 극적인 만남도 없을 것 같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손 맞잡고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 1면 전면을 가득 채우는 파격적..

opinion 2018.04.27

까짓 '댓글' 없어도 그만

말하자면 나는 '드루킹'이 누구인지 그가 한 행위가 어떤 건지 세세하게 알고싶은 생각이 없다. 그저 범죄혐의가 있다면 처벌 받으면 그만. 뭐 이 정도 생각이다. 하지만 '댓글과 여론' 이런 주제에는 관심이 많다. '댓글 조작'이 '여론 조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메카니즘이나,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는 거나, '베댓' 따위가 '여론'의 지위를 얻는 괴상한 현상, 이런 건 참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여론이라는 게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쉽게 입에 오르내리고, 정부나 정치인들은 항상 여론의 향배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고, 전문가나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통계적으로 여론을 파악해서 '예측'이라는 걸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여론은 바람과 같아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방향을 알 것도 같은..

opinion 2018.04.26

광주독립영화관 GIFT 개관

지난 11일 광주독립영화관(GIFT)이 문을 열었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외에 영화관을 상상하기 힘든 세상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광주극장과 더불어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건 그렇고. 광주독립영화관 개관에 깊숙이 관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S형으로부터 전화 한통. '어디냐? 보자. 잠깐이면 된다.' '아 또 뭘 주려고 그러나' 하고 나섰다. S형은 지난 겨울 내가 액자사진 선물할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왔다. S형은 인화한 사진과 함께 누런 봉투와 리플렛 하나를 내밀었다.광주독립영화관 개관 기념 리플렛과 관람권 티켓 2장. 리플렛은 광주극장에서 '소공녀'를 볼 때 챙겨온 게 있어서 이미 본 것이고. 티켓은 득템. 역시 좋은 형이군 했으나. 이것은 미끼. 이어서..

diary 2018.04.16

하드디스크

2주일쯤 되었나. 영화 한편 보려고 노트북을 열고 외장하드를 연결했더니 '액세스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가 눈앞에 딱. 허걱. 바로 도스창 열고 chkdsk 명령어로 하드디스크 체크하고 재부팅했으나 안됨. 작년에 구입한 하드디스크 도킹스테이션에 500G 1개, 2T 1개를 꽂아놓고 사용중이었다. 500G 하드디스크는 파티션을 나눠서 한쪽에 영화 파일, 다른 쪽에 사진파일 저장. 2T 하드디스크에는 십몇년 동안 수집해온 음원들이 가득. 남은 인생 날마다 음악만 듣고 살아도 다 못들을 음원들. 그것도 무손실 파일로만 꽉꽉 채워두었던. 다행히 2T 하드는 정상작동했다. 500G 하드가 문제인데 처음에는 파티션 하나만 인식이 안되더니, 며칠 후엔 다른 파티션 마저 액세스 불가. 네이버에 구글에 온갖 검색엔진 동원..

diary 2018.04.10

홈파티

4월 7일. 직원 초대로 참석한 홈파티. 나는 나베가 먹고 싶다고 했고, 메인으로 딱 올랐다. 흠 맛있다고 해줬지만, 사실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다. 그래도 다른 음식들이 맛있어서 봐줬다. 집주인은 자기가 요리해서 남들 먹이는 거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자주 오라고 했다. 그러시다면 우리야 쌩유. 경로우대(!) 해준다고 회비도 면제라는데, 아직까지는 우대 받을 정도는 아니니까 공평하게 회비 냈다. 갈 때는 직원 1이 집앞으로 태우러 오고, 집에 올 때는 직원 2가 태워다 주고. 여러모로 만족했다.

diary 2018.04.09

한수제 찍고 광주극장

4월 5일. 오랜만에 평일에 당퇴하는 기념으로 벚꽃나들이를 계획했으나, 비가 내림. 그래도 계획한 건 실행해야지 하고 나섰다. 평일이고 비까지 내리니 인파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나주시 한수제는 처음 가봤다. 예상대로 꽃잎은 거의 떨어졌고, 비에 젖은 꽃잎들이 길바닥에 착 달라붙어있다. 이 또한 운치가 있어 좋다. 나주까지 온김에 곰탕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광주극장에 가서 '소공녀'를 보았다. 전날 당직근무 탓인가, 영화 중반부터 수시로 졸았다.

diary 201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