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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 먹고 잡소리

우리는 6명이었던 거다. 퇴근하고 내 차에 탄 건 나까지 5명이었는데.가장 나이차가 적은 녀석이 띠동갑인데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하대하였다. 다른 곳은 몰라도 밥상 위에서는 평등해야 하는 법이니까.그나저나 난 왜 이렇게 어린 녀석들과 맞먹는 게 유쾌한지 모르겠다. 내가 좀 변태인 면이 없진 않으나, 뭐 어떤가 남들 피해주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서로 즐거우면 그만. 그건 그렇고 내일 최강한파라는데, 자전거 출근을 마음 먹고 있다. 겨울 날씨가 참 요상해져서 이제는 삼한사온이 아니고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라나 뭐라나)란다. 이래 가지고 자전거출퇴근을 하겠나. 차라리 미세먼지 실컷 마시는 것보다는 추운 게 훨씬 나으니까. 내일은 감행할 생각이다.어제 퇴근 전에 비가 조금씩 내려서 아 망했네 하..

diary 2018.01.23

혼자서 가라

풍족한 생활이란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면 '좋은 삶'을 고민하는 시간은 희소해진다. 공동체가 소멸되어가는 대중사회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우리의 삶을 규정한지 오래다. 하지만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으로는 행복을 유지하기 어렵고 스스로 내면을 느낄 수 없다. 소비는 얼핏 나를 위한 행위인 듯 보이지만, 사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이타적 행위다. 욕심 나는 내 삶과 일상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갈수록 진중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같이 노는 사람들은 있어도, 함께 생각을 나누고 내면을 보여주며 때로는 격한 논쟁도 불사하는 그런 관계를 새로 맺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가끔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는 까닭이다...

diary 2018.01.20

참사 2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참혹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참사'라고 했다. 6명이 생목숨을 잃었고, 매년 이 즈음 사람들은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9년째다. 9년 동안 무엇이 해결되었고, 무엇이 달라졌는가. 재개발사업은 '도시재생사업'으로, '뉴타운'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강제철거와 약탈식 재개발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신화와 가난한 사람의 터전을 짓밟고 뻗어 올라가는 건물을 부럽게 바라보는 세태는 오히려 더 견고해지지 않았는가. 당시 진압작전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했고 드디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20대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되었다. 지난 9년간 이명박근혜 정..

opinion 2018.01.19

오래된 책에 쌓인 게 먼지 뿐이랴

부모님 집에 갔다가 오랜만에 예전 내 방에 들어갔다. 벽 하나를 꽉 채운 책장에 오래된 책들. 임용시험 공부할 때 보던 수험서들도 그대로 있다. 아빠는 내가 공부한 게 아깝다며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나는 임용시험 접으면서 버리자고 막 그랬는데 오래 전부터 그냥 내버려둔다. 아빠의 애잔함도 나름 지켜주고 싶고. 그건 그렇고 먼지 쌓인 책 몇권 골라서 가져왔다. 내 삶의 한 궤적을 보는 것 같아서 순간 울컥. 오래된 책들에 쌓인 건 먼지 뿐은 아니구나. 나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고 잘 살아온 나를 토닥토닥 해줬다.무려 1984년에 초판 1쇄가 나온 니체 전집 중 한권. 내가 초등학생 때 니체를 읽은 건 아니고, 헌책방에서 산 거다. 저 도장은 예스24에서 책 많이 샀다고 사은품으로 보내준 것. 책..

diary 2018.01.16

엄마 반찬

퇴근하고 마트에 들렀다. 오늘은 부모님 집에 가기로 한 날. 과일이라도 사가려는데 과일값 왜 이렇게 비싸냐. 귤은 무슨 금귤이고, 잠깐 망설이다가 딸기 한 상자 들고 나왔다. 오늘도 엄마는 반찬을 한가득 싸놓았다. 예전에는 집에 갈 때마다 엄마랑 옥신각신 했다. 나는 반찬 해놓지 마라고 하고 엄마는 부득부득 하나라도 더 챙겨넣었다. 아빠는 또 옆에 서서 저것도 주고 이것도 주라고 냉장고를 다 털 기세로 거든다. 자꾸 이러면 집에 안온다고 엄포를 놔도 무소용. 나는 알아서 잘 먹고 사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했지만, 엄마는 항상 반찬을 해놓고 나를 기다렸다. 몇년 전부터 마음을 바꿔먹었다. 주면 주는대로 받아오기로. 이건 설득할 일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할 일로 생각하기로. 모성이 아무리 설득한다고 ..

diary 2018.01.16

지휘자 표정 보는 재미

요즘 시간 나는대로 대가들의 공연실황을 감상중이다. 음악은 현장에서 듣는 것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내 인생에 이런 대가들의 지휘를 현장에서 들을 날이 과연 올까 하는 게 또 현실이니까. 영상을 통해서라도 보고 듣는 게 어디야 하고 있다. 그런데 영상으로 감상하면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지휘자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거. 공연장에서는 늘 지휘자의 뒤통수만 봐야하지만, 영상에서는 지휘자의 생생한 표정을 잡아주니까.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뒤통수만 보는 건 좀 재미 없는 것과 비슷한 그런거다. 지휘자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건 당연한데, 표정도 다 다르다. 거장중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진지하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이 그대로 지휘할 때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카라얀의 카리스마는 뭐 ..

music 2018.01.15

인생의 좋은 자세 '아님 말고'

고만고만한 또래의 젊은 남자들이 징집당해 모이고, 먼저 온 순서대로 서열이 정해지며, 서열이 높을수록 어줍잖은 권력을 쥐고 아래 서열에게 뭐든지 할 수 있게 되는 바로 그곳. 현대성은 고사하고 근대의 합리성조차 들어오기 전에 모조리 반납했어야 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곳. 거기서 나는 성선설을 선택했다. 물론 맹자의 성선설 같은 동양철학을 고민한 결과는 아니고. 저들은 원래 착한 사람들인데 군대라는 특수조직이 악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거라고 믿기로 했다는 거다. 맹자의 비유대로 물은 원래 아래로 떨어지는 본성을 갖고 있는데 외부의 힘에 의해 산위로 거슬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외부의 힘'을 선한 것으로 바꿔놓으면 원래대로 선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는 나름대로 논리적인 전개.라고 하지만 중2 수준의..

opinion 2018.01.14

개헌을 위하여

2018년 한해동안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개헌이지 않을까. 아직 연초라서 그런지 개헌을 하긴 하는건가 싶은 미적지근한 분위기이긴 하다만.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을 언급하기도 했고 앞으로 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긴 할거다.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할건지 다음에 할건지 여의도의 진흙탕 싸움이 예상되긴 한다만, 어쨌든 개헌은 할 것이다.개헌 한다고 세상이 갑자기 장밋빛이 되는건 아니다만, 국가와 사회의 기본 원칙을 다듬고, 법률 이하 제도와 규정을 강제하는 최상위법이라는 면에서 개헌은 중대사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큰 그림 완성하기 전에 우리의 요구를 마구잡이로 내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 개헌은 기회다. 단순히 헌법을 고치는 선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

opinion 2018.01.12

댄싱 베토벤 : 혁신과 화합의 향연

오늘 휴가까지 내고 본 다큐영화 '댄싱 베토벤'. 수시로 ACC 홈페이지를 살피는데, 이거 보자마자 바로 예매. 후배 것까지 해주려고 했지만, 1인 1매만 가능. 나중에 알려줬는데 이미 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누구나 들어봤을 매우 유명한 음악인데, 여기에 현대무용이 결합하는 공연이라니. 아, '댄싱 베토벤'은 공연실황은 아니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후반부에 실제 공연 장면을 짧게나마 볼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 다큐영화를 봐야할 이유로 충분하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과 도쿄 발레단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연이 도쿄에서 펼쳐진다. 1964년 '합창'을 초연한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를 연습하는 무용가들의 모..

movie 2018.01.12

덕분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베란다로 나가서 바깥 상황을 살폈다. 아 많이도 쌓였다. 이른 새벽부터 경비 아저씨가 수고하신 덕분에 이미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다. 모르고(또는 모른척) 살아서 그렇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 덕을 우리는 보고 산다. 경비 아저씨들에게 머슴 부리 듯 갑질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몇천원 늘어나는 게 아까워서 남의 생계를 끊는 일도 서슴지 않는 그런 세상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긴 하다만. 최저임금이란 게 노동을 시키고 이 돈보다 더 적게 주면 안된다는 취지인데, 어떤 사람들은 노동 시키고 이 돈만 줘도 된다고 받아들인다.그건 그렇고, 우리는 노동자를 자기 먹고 살려고 돈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 쉽게 생각해버린다. 그러니까 다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거니까, 감사할..

opinion 201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