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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물 좀 빼주세요.

606억원. 광주시가 2004년 말부터 시작한 광주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에 들이는 돈이다. 누구 돈인가. 피 같은 돈, 시민의 혈세다. 이 돈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시민 불편부터 해소하는 게 우선일 터. 운암교 부근 광주천변에 조성된 공터. 평소 시민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아이들이 공놀이도 하는 곳이다. 그런데 비가 내린 뒤 물이 가득 고여 있다. 폭우가 내린 것도 아닌데 공터의 3분의2가 물에 잠겨 있다. 시공 때부터 배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된 것이다.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서류 따위로만 해치우는 행정의 한계다. 사후 관리를 모르쇠 하는 행정의 게으름이다. 덕분에 고인 물이 자연 상태에서 마르기 전까지 시민들은 이 공터를 이용할 수 없다...

bicycle 2007.06.24

恒産을 찾아서

김훈은 시사저널 기자의 결혼식 주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물적 토대를 구축하라." 대단한 주례사다. '백년해로 하라'는 썰렁한 주례사에 비하면, 이 얼마나 구체적인 조언이고 지령(?)인가! 확언컨대, '물적 토대'란 곧 밥벌이를 뜻할 것이다. 좀더 풀어보면 생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객관적, 물리적 조건들이다. 맑스에 따르면, 토대는 상부구조를 규정하고 상부구조는 토대에 조응한다. 경제적 기반이 변화하면 상부구조 전체가 변화한다. 그래서 인간의 의식이 그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그 의식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대가 상부구조를 절대적으로 결정 짓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상부구조 나름대로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토대에 조응하는 것 같다. 여하간 분..

diary 2007.06.23

광주천 자전거 도로가 위험해요!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이라면 광주천 자전거도로의 포장상태를 알아준다. 험로구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굳이 산을 찾지 않더라도 산악 라이딩의 스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로 포장을 해놨지만 표면에 균열이 난 곳이 많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평탄해 보이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타보면 승차감이 형편 없다. 아스팔트 포장 공사를 할 때 평탄화 작업을 대충 한 것 같다. 또 곳곳이 움푹 패여 있어 승차감은 둘째치고 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위 사진은 광주제일고와 광주교 원형광장 사이에 있는 구간을 찍은 것이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자전거 도로가 파손돼 있다. 문제는 며칠 전에 이 곳을 지나면서 본 그대로 지금도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주간에는 그나마 눈에 보이니까 옆으로 피해 갈 수 있겠지만, 어..

bicycle 2007.06.22

드디어 장불재에 오르다

오늘 아침 갈치사탕님이 주관하시는 '일요 아침운동'에 참석했습니다. 아침운동 때 광주시 환경시설공단 소식지 취재가 있었죠. 인터뷰는 수일 안에 블루네임님께서 응해주실 것이고, 오늘은 사진촬영만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캐로님께서 처음으로 오프 모임에 나오셨어요. 저랑 집이 가까워서 아침에 만나서 거북선 레스토랑으로 같이 갔습니다. 집~학교만 다니시다가 오늘같은 장거리는 처음이시라는데, 그래도 잘 타시더군요. 특히 5.18 묘역에서 다운힐 할 때 캐로님 얼굴 가득 만족스러운 표정이 번지는 것을 저는 놓치지 않고 확인했지요. ㅎㅎㅎ 일요 아침운동에는 처음 나왔는데, 샤방샤방 달리는 게 참 좋았습니다. 전 샤방체질이라... ㅋㅋ 4수원지에 도착해서 휴식하고, 복귀하려는데 돌빠구님이 장불재 가자고 선동하기 시작했..

bicycle 2007.06.18

[EBS]검색엔진 마케팅과 구글의 영향력

구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독점이라는 명백한 잘못을 범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신선하면서 개척적인 사업 방법과 내용으로 이용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기업이다. 쉽게 볼 수 없는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구글의 지향점처럼 세상의 모든 정보가 한 곳으로 집중되어 관리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일이라는 점이다. 그 시스템이 아무리 엄청난 효율성을 보장하고, 우리에게 '신세계'를 선사한다고 하더라도. 구글을 누가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study 2007.06.16

어쩔 수 없이 라이딩

여느 때처럼 아침에 학교에 나와서 홍도 컴퓨터이용실로 갔다.(오전에는 대학원실에서 스터디가 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한빛고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문이 잠겨 있다. 원래 토요일에는 그런건가? 어쩔 수 없이 정보전산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여기도 문이 잠겨 있다. 오랜만에 가보니 모니터가 모두 LCD로 바뀌고 책상도 산뜻하게 바뀌었던데. 토요일에는 왜 문을 안 여느냐고요~ 노트북도 대학원실에 짱 박아둬서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스터디 하고 있는데 들어가서 노트북 가지고 나올 정도로 내가 무례한 놈도 아니고... ㅎㅎㅎ 결국 오전에는 너릿재옛길 라이딩으로 시간을 보냈다.

bicycle 2007.06.16

생맥주 한잔

여느 때처럼 9시가 넘어서 학교를 나섰다. 늘 똑같은 길로 다니는 게 오늘은 갑자기 싫증이 났다. 그래서 집 앞까지 거의 도착해서 핸들을 돌렸다. 월드컵경기장으로 갔다. 그 곳 매점에서 캔맥주 하나 시원하게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캔맥주를 안 판다. 피처나 500cc 생맥주를 판단고 한다. 생맥주 500cc를 종이컵에 담아달라고 했다. 2천원을 냈다. 생각보다 비싸다. 매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를 잡고 생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하다. 땀 흘린 후 생맥주 한잔. 이 정도로도 금새 기분 좋아진다.

diary 2007.06.12

신뢰할 수 없는 기념

전남대학교 도서관 별관 보존자료실에서 찍은 1987년 6월의 광주일보 1987년 6월 민주항쟁. 20년이 흘렀다. 오늘은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기념식도 열렸다. 정부와 언론들은 '6·10 민주항쟁'으로 통칭하는 분위기다. 항쟁이 그 날 하루에만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굳이 날짜를 특정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한다. 여하간 인민의 항쟁 역사가 정부 차원에서 기념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국가가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하는 것이고, 항쟁의 의의와 정신을 계승하는 일을 제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항쟁의 역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제도 바깥에서 제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들을 양보하거..

opinion 2007.06.10

너릿재 옛길 야간 라이딩

6월 9일. 시내에서 통닭을 안주 삼아 생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고독한 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1시쯤 시내에서 너릿재로 출발. 광주천 자전거도로에는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은데, 소태동에서부터 자전거전용도로로 접어드니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고즈넉한 밤의 정취가 참 좋다. 매연도 없고, 소음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자전거 바퀴가 아스팔트 위를 구르면서 웅웅 하는 소리를 낸다. 너릿재 옛길 초입에 들어서자 불빛 하나 없다. 오직 자전거의 라이트 불빛으로 앞을 밝히며 오른다. 거친 내 숨소리를 이토록 명료하게 들어본 적이 없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헉헉 대는 나의 숨소리를 내가 듣는다. 내 숨소리를 듣는 데 이토록 집중해본 적이 없다. 고독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일까. 너릿재 정상에 올라 하..

bicycle 200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