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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는 독이다.

    보수정당들의 '단일화' 의제를 득표에만 혈안이 된 그저 그런 짓거리로만 치부했는데, 정당정치를 황폐화하는 독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었다. 한국 정치사에 제대로 된 정당 정치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단일화'는 정당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단일화가 정당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면 합당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호간 정책의 일치를 인정하고 당을 합쳐 새 정당의 후보로 나서면 되는 것이다. 물론 합당이라는 형식적 조건이 그대로 진정성을 확보해주지는 않는다. 92년 김영삼에게 대통령 당선을 가져다 준 '3당 합당'이라는 역사를 떠올려보라. 그건 '합당'이 아니라 추악한 야합이었을 뿐이다. 합당 후에는 인민들의 검증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 직전에 별의 별 명분을 내세우며 합당을 하고..

    계급을 없애고 노동자들만으로 살자?

    내가 보고 있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다.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라 학생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경제체제에 관한 단원에서 발견한 학생의 메모. 교사가 급진적이었던 모양이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에서 60과 100의 차이. 잉여가치에 대해서도 아주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가들을 없애자'는 구호가 섬뜩하다. 계급이 없는 세상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일텐데. 그리고 공산주의는 계급관계의 소멸이 달성된 것이지 '자본가'라는 실존적 인간의 제거를 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현실 역사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자본가들을 살해했던 史實이 실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공산주의의 전체적 진실인 것은 아니다. 어떤 시대에서 벌어진 어떤 공산주의자들의 행위를 근거로 가치체계와 이론으로..

    이런 개에겐 몽둥이가 약

    세상에는 아직 개새끼들이 많다.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사회주의자인 루쉰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무는 개라면, 그 놈이 뭍에 있건 물 속에 있건 전부 때려도 되는 부류에 속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시미관'인지 모르겠지만, '미관'을 위해 누군가의 생존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발상은 어떤 뇌구조에서 나온 것일까. 그런 만행을 범하는 데 시민의 혈세를 쓴다는 것도 참 살 떨리는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아래 시는 에서 가져왔다.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 불량식품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내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붕어빵을 13년동안이나 구워 오종오종 어린이들에게는 발길 멈추는 꿈을 주시고, 배고픈 이들의 배를 값싸게 채워주시며, 가난한 모임방에 훈훈한 인정..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2007년 10월 16일치 에 실렸다.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지난 주말, 모임이 있어서 무등산 산장으로 나섰다. 교통수단은 자전거. 산수5거리부터 무지막지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고 허벅지 근육은 잔뜩 팽창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통스럽지만 상쾌하다. 다만 반갑지 않은 자동차 매연 때문에 좀 괴롭긴 하다. 휴일 탓인지, 산장으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꽤 많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보며 “이 많은 차들이 무사히 주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산장으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 주차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미 주차장은 포화상태. 시간이 갈수록 도로가에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났다. 급기야 내려오는 시내버..

    자전거는 관대하다

    자주 겪는 일이라 어진간하면 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좀 웃겨서 몇 자 적는다. 월요일 자출길, 농성 4거리에서 신호받고 신세계백화점 4거리까지 죽어라 달린다. 자동차 흐름에 맞추려면 있는 힘껏 달려줘야 한다. 가장자리 차선은 늘 택시, 버스에 불법주정차량들 때문에 다닐 수 없다. 평소 최대한 가장자리로 붙어서 주행하는데, 오늘은 뒤에서 어떤 운전자가 신경질적으로 경음을 울려댄다. 속도가 붙은 상태라 뒤를 돌아본다거나 어중간하게 옆으로 피해주는 것은 위험하다. 10여초만 더 가면 교차로 지나서 가장자리 차선으로 비켜주면 된다. 그런데 뒤에서 더럽게 징징댄다. 그래서 관대한 나는 후방 안전을 확인하고 가장자리 차선으로 살짝 비켜주었다. 그랬더니 좋다고 내 옆으로 쭉 들이댄다. 그러고 얌전하게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