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완의 5·18

    내가 뜨거웠던 시절, 5·18은 항상 거리 위에서 최루탄과 짱돌 속에서 외치는 이름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시험에 나오는 것)만 알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 그 해는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학살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해였다. 그해 여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이라고 발표했고, 광주는 난리가 났으며, 거리는 '학살자 처벌'과 '5·18 특별법 제정'이라는 구호로 덮였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학살 주범들이 법정에 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곧 특별사면되었다.처벌과 단죄는 턱없이 불충분했고, 진상규명은 '군사기밀'과 양심선언 부재 등을 이유로 미완에 그쳤다. 제대로 이뤄진 것 없이 5·1..

    노동절

    2001년 4월 말경 나는 어느 비정규직 노조 파업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캐리어사내하청 노조는 '전국 제조업사업장 최초'의 비정규직 노조 파업을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인터넷한겨레 사이버기자단 하니리포터와 시민의 소리 시민기자 활동을 하던 나는 무작정 파업현장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기사를 송고했다. 노조 설립을 이유로 집행부 전원을 부당해고한 사측에 항의하고,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 및 처우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5월 1일은 무조건 '노동절'이어야 했고, '근로자의날'은 국가와 자본의 언어라며 혐오했다. 그랬던 나는 이제 어느 사업장의 '근로자'가 되어, 손수 '근로자의날'이라고 인쇄된 휴무 안내문을 만들어 게시한다.그리고 내가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재인..

    남북정상의 극적인 만남

    9시15분부터 외래 TV 앞에 앉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보다 관심이 덜 했고, 직원들은 광주 쌍촌동 무단횡단 교통사고 블박영상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지만 '정상회담 왜 하는거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고, 취재차 온 외신 기자는 남의 나라 정상들이 만나는 순간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선생의 말이 이런 일에도 통하는건가. 그건 그렇고.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을테지만 이 만큼 세계가 주목하고, 또 지켜보는 이들을 울고 웃게 하는 극적인 만남도 없을 것 같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손 맞잡고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 1면 전면을 가득 채우는 파격적..

    까짓 '댓글' 없어도 그만

    말하자면 나는 '드루킹'이 누구인지 그가 한 행위가 어떤 건지 세세하게 알고싶은 생각이 없다. 그저 범죄혐의가 있다면 처벌 받으면 그만. 뭐 이 정도 생각이다. 하지만 '댓글과 여론' 이런 주제에는 관심이 많다. '댓글 조작'이 '여론 조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메카니즘이나,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는 거나, '베댓' 따위가 '여론'의 지위를 얻는 괴상한 현상, 이런 건 참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여론이라는 게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쉽게 입에 오르내리고, 정부나 정치인들은 항상 여론의 향배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고, 전문가나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통계적으로 여론을 파악해서 '예측'이라는 걸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여론은 바람과 같아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방향을 알 것도 같은..

    '이명박 구속'을 넘어서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지난 10년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도 끄떡 없었던 이명박이 구속된 것을 보면 그들의 10년이야말로 우리에겐 잃어버린 10년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국정을 농단했고, 이명박은 국가전반을 농단했다. 이명박의 구속과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 주변에서 권력으로 사익을 취한 자들을 빠짐없이 법정에 세워야 한다. 특히 '자원외교'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하고 나랏돈과 권력으로 사익을 챙긴 자들은 모조리 처벌해야 한다.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구속된 전직 대통령 4명. 전두환과 노태우 같은 자들은 차치하고라도, 어찌 되었든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와 이명박. 박근혜처럼 이명박도 형식적이나마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다. 주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