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투의 익명과 실명 사이

    '미투'는 어느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투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발화되지 않은 미투는 훨씬 더 많다. 미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사회의 주목이 없었을 뿐이다. JTBC 뉴스룸에서 서지현 검사가 출연해 신분과 얼굴을 공개하며 '미투'를 한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미투' 운동의 변곡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 뒤로 이른바 '실명과 얼굴을 깐' 미투는 언론과 우리의 주목을 끌었고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은연중 또는 고의로 '실명' 미투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익명' 미투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관심과 신뢰를 갖게 되었다. 심지어 '익명' 미투를 한 피해자에게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야 믿어주겠다는 희한한 협박(?)을 하는 무리도 있다.실명과 익명의 차이로..

    맷집

    살면서 중요한 것은 맷집이다. 전투력 높은 것도 뭐 중요하겠다만, 맷집 좋은 것만 못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살다보면 잽도 던져야 하고 훅도 날려야 하며, 때로는 제법 강한 어퍼컷도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이것도 일단 맷집이 기본은 되어야 써먹을 수 있다. 한방에 나자빠져서야 잽 던질 기회도 없을테니. 진짜 복싱에서는 펀치의 위력이 가장 우선하겠지만, 인생에는 맷집이 더 중요하다.영화 '주먹이 운다'는 맷집의 서글픈 위대함을 보여준다.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지만 지금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받고 맞아주는 일을 하는 강태식(최민식). 타고난 건 금수저가 아닌 맷집 뿐. 그거라도 생계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태식의 인생은 밑바닥에서 허욱적거릴 뿐이다. 허세는 태식의 밑바닥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뿐이다.영화에..

    소심한 보복

    아침에 씻고 나와서 뉴스를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SAMSUNG'. 아 재수 없어 하고 테이프를 뜯어서 발라버렸다. 내가 가진 물건 중 유일한 삼성 제품인 스마트TV. 물론 삼성 물건 안사려고 애쓴지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중고로 TV 사는데 싼 가격에 딱 필요한 기능만 있는. 가진 게 없으면 가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깐. '무노조 경영' 하나만으로도 더러운 기업이구나 했는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백혈병에 걸려 죽어갈 때 산재신청조차 가로막고 돈으로 입막음하려 한 또 하나의 가'족같은' 기업 물건 따위 안사야지 했다. 그러다가 삼성 비자금 & 뇌물 사건 터졌을 때부터는 거의 본능처럼 '삼성' 이름 들어간 건 일단 거부감부터. 10년도 더 전에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대형 ..

    에라이 씨발

    씨발놈들.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 건재하다. 삼성. 정권은 바뀌어도 삼성은 영원하다.과연 대법원에 희망이란 걸 기대해도 될까. 2017년 8월 1심 선고공판에서 이재용이 실형 5년을 받았을 때 한 신문기사의 제목은 "삼성공화국은 막을 내렸나"였다. 삼성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었던 기억인데, 삼성공화국은 막을 내린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낸 우리의 광장은 삼성 앞에서는 턱없이 좁아지고 만다.삼성을 씹었던 글들을 다시 곱씹으며 씨발씨발해야겠다.

    강용주의 싸움을 지지합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동신고등학교 3학년. 어머니의 울음을 뒤로 하고 항쟁 마지막날 도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가 닥쳐오자 도망치고 만다. 그후 의대생이 되었고 학생운동에 나선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감옥 안에서 온갖 협박과 고문에도 준법서약서에 무인을 찍지 않고 버티다가 1999년 삼일절 특사로 출소한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국가는 보안관찰이라는 이름으로 3개월마다 경찰서에 무슨 일을 했는지 신고하도록 했다. 인권침해이고 이중처벌이다. 그는 '하지 않을 자유'를 위하여 다시 투쟁을 선택한다.그의 이름은 강용주, 이른바 '최연소 장기수'다. 그리고 2003년 전향제도와 준법서약서는 폐지되었다.양심과 사상의 자유. 한국의 헌법을 온전히 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