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무엇을 유보할 것인가?

"살고 싶은 삶을 언제까지 더 유보하면 홀가분하게 밥그릇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소설 中-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은 행위와 행위결과를 분리시키고, 주체와 객체를 분리시킨다.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밥그릇'과 분리된다. 단순히 괴리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충돌하고 갈등한다. 대부분 '밥그릇'이 아닌 '살고 싶은 삶'을 유보하지만, '밥그릇'에 대한 삶의 종속은 점점 강화된다. 자본이 노동자의 '밥그릇'을 강력히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본은 노동자의 '밥그릇'에 의존한다. 우리가 '밥그릇'을 유보하고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 순간, 긴장하고 분주해지는 쪽은 자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의 전복만큼 현실은 술술 풀리지 않는 법. 이게 문제라는 거지... ㅎㅎ

opinion 2006.09.16

"폭발적 지지와 급격한 추락"

노무현 정부의 실패. 아직 그의 임기는 1년 넘게 남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실패'를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부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분명한 불행이다. 실패의 짐은 고스란히 인민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개혁세력'(일단 그들의 진짜 정체와 능력은 논외로 하고 일반 대중이 그렇게 인식하는)의 실패는 인민의 개혁 희망에 상처를 주고, 보수화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불행이다. "폭발적 지지와 급격한 추락". 최장집 교수의 책 에서 나오는 말이다. 노무현 정부의 탄생과 현재의 몰락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그리고 나름 객관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말이다. 최장집 교수에 따르면 이 말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과 국가를 운영하고 개혁할 ..

opinion 2006.09.1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

2006년 9월 15일. 한국판이 창간되었다. 통신사 뉴스 퍼다 쓰기(물론 선별적이다!)에 주력하는 한국언론의 국제기사에 짜증이 나는 분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목 마를 때 시원한 물 한잔 정도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10월 15일부터는 웹사이트도 유료화한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http://www.lemonde.co.kr/

opinion 2006.09.15

존중

나에겐 내가 판단하고 책임지고, 즐겨야 할 삶이 있듯이, 그 사람에게도 그러한 삶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굳이 어느 한쪽의 희생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선택은 올바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각자의 삶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서로의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부득이 그것이 함께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말했는데, 혹자는 '그건 자유주의적이다'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자유주의적이지 않다. 자유주의적이라면 일종의 '내버려둠'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내 말은 각자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유를 서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자유주..

opinion 2006.09.13

'임시 야간 숙소'에 대한 단상

임시 야간 숙소 (Bertolt Brecht, 1931)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無宿者)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 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람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

opinion 2006.09.11

바보

일상의 사소한 것에 쉽게 화를 내지만, 삶과 직결된 공적 이슈에 대해서 분노할 줄 모른다. 작은 일을 하고 크게 생색을 내지만, 사소한 것에 배려할 줄 모른다. 여러 사람 앞에서 큰 목소리 내지만, 단 한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모른다. 환경 오염을 진지하게 걱정하지만,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가능한 직접행동을 마음 먹을 줄 모른다.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모르는 게 많은 바보가 되어간다.

opinion 2006.08.31

음악은 내 친구

최근에 헤드폰을 샀다. Senheiser px200 독일 제품이다. 이어폰은 귀가 아프고, 차음도도 좋지 않아서 헤드폰으로 바꾼 것이다. 언제나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IAUDIO X5L과 잘 어울린다. 내 인생에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악적 감성과 재능을 발달시키지 못했다는 것. 아쉬운대로 가끔 하모니카 연습을 하고, mp3 player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없다. 그 때 기분, 정서, 조건에 따라서 내키는대로 듣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볼 때에는 자연의 소리와 닮아 감미로운 쿠바음악을, 괜히 우울해지면 쿵쾅쿵쾅 가슴을 때리고,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락을 듣는다. 내뱉는 듯 읊조리는 힙합도 작은 우울함을 씻기에 좋다. 이런 것들이 지겨울 때에는 영화..

opinion 2006.08.13

대중교통, 지속가능한 도시의 선택

영국 런던 시내의 버스 정류장이다. 지붕이 있는 이 시설물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도 있고, 각종 버스 운행 및 교통 정보에 대한 안내판도 붙어 있다. 광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이다. 광주은행이 '고객 감사의 뜻을 담아' 버스 정류장마다 설치했다. 하지만 위 사진을 자세히 보라. 도로쪽이 막혀 있고, 인도 쪽이 터져 있다. 그렇다. 우리와 반대다. 차량통행 방향만 우리와 반대인 것이 아니다. 광주의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시설물은 도로쪽으로 터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써야 한다. 물론 차량 소음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문제가 더 심해진다. 비 피한답시고 버스정류장의 시설물 안에 들..

opinion 2006.08.05

약자에겐 죄가 없다.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했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복사열을 확확 내뿜는다. 숨 막힌다. 한낮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무더위에 인상을 잔뜩 지푸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 차 없는 사람들이다. 에어컨 있는 시원한 실내가 아니라, 에어컨은 없어도 뙤약볕 가려줄 지붕이 있고, 선풍기라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늘을 찾아 시멘트 덩어리 위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지구 온난화. 더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공적인 냉방에 시원함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은, 세상을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또는 지배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기를 쓰고 자..

opinion 200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