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걷기 좋은 문화전당

얼마전 광주드림에 투고한 글이다. 걷기 좋은 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내 주차장 규모를 크게 줄이기 위한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문광부의 방침에 광주시가 협조한 결과다. 주차공간 대신 문화공간 확보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전당 주변을 문화공간과 보행중심 거리로 가꾸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보행 공간의 잠식과 궤를 같이 해왔다. 차도가 넓어지면서 보행자는 ‘갓길’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지금 보행현실을 보라. 보행자가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도와 횡단보도에서조차 자동차의 위협과 눈치에 시달려야 한다. 잠시 눈을 돌려 네덜란드를 보자.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보행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자전..

opinion 2007.08.15

맹세와 경례를 쫓아내보아요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정말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악습이자 나쁜 제도이다. 아무런 감흥이나 의식도 없이 기계처럼 오른손을 왼쪽 가슴 위로 갖다대는 이 뻘쭘 액숀. 나는 군대 전역 이후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국가에 '충성'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 나에게 한국은 별로 '충성'하고 싶지 않은 국가다. 설사 내가 국가에 '충성'한다 치더라도 그걸 왜 꼭 뻘쭘한 액숀을 취해서 공개적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근엄한 행사장에서 모두가 일어서서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나는 멀뚱 멀뚱 서 있기만 했다. 그 때마다 상당한 쾌감을 느꼈다. 직장이나 기타 경직된(?) 단체에 소속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opinion 2007.07.16

이랜드 그룹 불매운동에 참여하세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이랜드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저야 뭐 워낙 소비를 거의 안 하고 사니, 이런 데 갈 일이 없지만, 여러분의 연대를 기대하며 올립니다. 나쁜 놈들한테는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직접행동은 해보아용~~ 정부가 정부가 아니고, 노동부가 노동부가 아닌 한국에서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인민의 직접행동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말 많은 대통령 노무현씨는 꼭 이럴 때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군요. 확실히 계급적인 입입니다. ㅎㅎㅎ 뉴코아 아웃렛, NC백화점, 킴스클럽, 홈에버, 2001아웃렛 등 이랜드그룹 5개사에 대한 불매(반품)운동 참고로 이랜드그룹 계열사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홈에버, 뉴코아아웃렛, 2001아웃렛, 킴스클럽, NC백화점 후아유, 베이비헌트, 브..

opinion 2007.07.13

쓸데없는 성별구분

최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신정아 동국대 교수가 학·석·박사 학력을 모두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기사들 중 연합뉴스의 기사 한토막. 이런 대담한 거짓말 행각과 도덕 불감증 때문에 각종 미술 관련 게시판에는 신정아씨를 가리켜 '예술계의 여자 황우석'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예술계의 황우석'이라고 하면 될 일이다. 굳이 '여자'를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 물론 당사자가 남자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별을 구분해서 알려줄 필요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opinion 2007.07.12

고 윤한봉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윤한봉 선생님이 별세하셨다. 오늘 오후 문자메시지로 부고를 받았다. 고인을 처음 본 때는 2000년 5·18 민중항쟁 주간이었다. 비엔날레 공원에서 김남주 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였던 나는 5·18공동취재단과 함께 제막식 행사를 취재하고 있었다. 송기숙 교수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나와서 제막을 거행했다. 그들이 시비를 덮고 있던 하얀 천을 끌어내리자 시비가 모습을 드러냈고, 모두 박수를 쳤다. 그러고나서 그들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웬 왜소한 남성이 홀로 남아서 그 커다란 하얀 천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남들은 다 양복 입고 나왔는데, 그 남성은 허름한 점퍼에 하얀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하얀 천을 들쳐 메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신기했다. 제막에 참여할만한 ..

opinion 2007.06.27

신뢰할 수 없는 기념

전남대학교 도서관 별관 보존자료실에서 찍은 1987년 6월의 광주일보 1987년 6월 민주항쟁. 20년이 흘렀다. 오늘은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기념식도 열렸다. 정부와 언론들은 '6·10 민주항쟁'으로 통칭하는 분위기다. 항쟁이 그 날 하루에만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굳이 날짜를 특정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한다. 여하간 인민의 항쟁 역사가 정부 차원에서 기념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국가가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하는 것이고, 항쟁의 의의와 정신을 계승하는 일을 제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항쟁의 역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제도 바깥에서 제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들을 양보하거..

opinion 2007.06.10

공권력을 잘 이용하자

저녁 밥을 먹고 바람이나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도로를 타고, 풍암저수지를 지나 시청자미디어센터 쪽으로 달리던 중에 인도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자전거를 멈췄다. 인도 위에 한 할머니가 배를 깔고 누워 있고, 그 옆에서는 젊은 여성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인도 위로 올리고 뭐 도울 일 없을까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전화로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19에 신고한 것 같았다. 전화를 끊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걸어나오더니 쓰러졌단다. 옷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할머니에게 말을 시켜봤더니, 술을 드셨다고 한다. 젊은 여성에게 119에 신고한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할머니 목에 걸려 있는 연락처 목록을 보고 전..

opinion 2007.05.27

김영삼씨에게 감사할 일은 없다.

5·18기념재단과 5·18 제 단체가 김영삼씨(한국의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영삼씨가 '광주 시민의 명예회복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므로' 감사패를 준단다. 그리고 김영삼씨는 처음으로 5·18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김영삼씨는 1988년 노태우와 '3당합당'이라는 야합을 맺고 국민이 만들어낸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어버린 사람이다. 그리고 IMF 사태를 초래해 한국의 경제를 초국적 자본에게 상납하고, 수많은 인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장본인이다. 김영삼씨가 대통령에 재직하고 있을 때 5·18 특별법이 제정되고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김영삼씨의 '공적'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5·18특별법 제정을 ..

opinion 2007.05.22

학교생활을 바꾸는 5ㆍ18수업을 위하여

5ㆍ18민중항쟁 27주년 기념 행사에 다녀왔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5ㆍ18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또 정신계승을 교육적으로 구체화하려는 노력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본다. 오늘 발표의 주제가 '수업사례'이기 때문에 실제 교수학습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꽤 근본적인 고민이 들었다. 5ㆍ18에 대하여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관한 인지적 교육과 5ㆍ18의 정신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정의적 교육이 그것. 물론 이 두 차원의 교육이 양자택일하거나 전혀 별개로 이뤄질 성질은 아니다. 오히려 긴밀하게 관련성을 가지면서 상호보완적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opinion 2007.04.28

투표는 좋은 거다.

오늘 재·보궐 선거가 있다. 아침에 아버지가 나가면서 하는 말. "옆집 아줌마한테 투표 좀 해줘라." 지난 해 5·31지방선거 때 기초의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이번에 다시 나선 모양이다. 아침부터 분란(?)을 만들기는 싫어서 그러겠다고는 했다. 그러고나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내가 사는 선거구에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없다. 선택지는 세 가지다. 1. 그나마 나은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뭐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만) 2. 투표는 하되 무기표한다. 3. 그냥 쌩 깐다. 결국 나는 2번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일단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했기 때문. 선거를 통해 집권하려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으로써 투표율 제고에 보탬이 되는 것도 정당활동의 일환이다. 그리고 앞으로 '..

opinion 200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