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별 걱정 다 하시네.

메일 확인하려고 모 포탈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이 없는 기사를 읽고 말았다. 제목부터 황당하다. "하리수 입양, 네티즌 찬반양론 팽팽" 하리수가 5월에 결혼을 하는 모양인데 아이를 입양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 두고 사람들이 왈가왈부 떠든다. 나 이것 참. 하리수가 입양을 하든 말든 그건 개인의 문제다. 인신매매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입양하겠다는데 그게 무슨 찬반을 따질 문제인가. 굳이 찬반을 따진다면 하리수와 그 상대방이 해결할 문제다. 범위를 좀 넓히면 그 가족들의 문제다. 반대하는 자들은 입양된 아이가 자라서 받을 상처를 걱정해준다. 별 걱정을 다 하신다. 그것 역시 하리수와 그 가족이 알아서 할 문제다. 왜 남의 가정사에 집단이 끼어들어서 떠드는가. 이런 걸 기사로 써서 공공의 문제로 변신..

opinion 2007.04.23

추모도 차별하는 사회

소위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로 알려진 이후 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부는 긴급히 대책회의를 연다.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까지 검토되었지만 미국 정부가 'NO' 했단다. 주미 한국대사라는 분께서는 '미국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자성하는 의미'에서 '32일간 금식'을 제안하는 해프닝까지 제공해주신다. 왜 우리가 '자성'해야할까? 혹시 있을지 모를 미국 거주 한국인들에 대한 피해에 대비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전체가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부가 나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넌센스다. 존재하지 않는 책임을 존재한다고 자..

opinion 2007.04.20

그 남자, 노무현

2000년 노무현.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며 '당선 안정권'을 포기하고 부산에서 출마한 그 남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순교'에 감동을 받았다. 나? '지역감정'이라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의미 있는 계급적 이해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노무현에 관심 없었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그 남자. 유례 없는 '팬'들의 성원과 특유의 감성정치술로 한국의 대통령이 된 그 남자. 어느 대선후보 방송토론장에서 노무현은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또박또박 대면서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말 잘한다고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수치 잘 외우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인 것도 아니다. 여하간 그는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남자에게 '기대'라는 걸 걸었던 모양이다. 나? 노..

opinion 2007.04.03

우는 기자와 로맨티스트 대표, 그리고 센스 있는 기자

흔히 언론을 두고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한다. 이 창이 제 역할을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 빨간 색유리가 끼워진 창으로 본 하늘은 파란색이 아니다. 불투명한 유리가 끼워진 창으로 선명한 바깥 풍경을 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나마 투명하고 깨끗이 닦인 유리창이라면 비교적 정확히 보일 것이다. 창에 어떠한 유리도 없다면, 가장 정확히 바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각적 수용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바깥에 대하여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바로 언론을 통하지 않고 현장에서 세상을 직접 체험하는 것일 터.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상만사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opinion 2007.03.28

무상의료 좀 하자고요

얼마 전 어머니가 건강진단을 받았다. 여윳돈이 있어서 '호사'를 누린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무료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들의 수준이 그렇듯이, 생색내는 수준의 검진만을 해준다. 보험료 월 납부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암 검사도 해준다고 한다. 검진 결과 위에 종양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 전대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으란다. 그러니까 국가 수준의 의료체제가 인민한테 해주는 서비스가 이 정도다. 결국 확실한 것은 제 돈 내고 확인해봐야 안다. 정밀진단 예약을 하고, 2주일 쯤 기다려야 한다. 한심한 한국 의료체제의 수준이란! 예약된 날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전대병원에 가서 MRI촬영까지 하고 돌아오셨다. 그 날 저녁,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

opinion 2007.03.27

교통약자를 위한 견인업무를 바란다

아래 글은 방금 광주드림 기사를 읽고 퍼뜩 생각나서 독자투고한 원고다. 불법 주정차 견인 업무가 각 구청으로 환원되면서 민간 위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단속 자체보다는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견인 업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잘 들었다.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그 이유는? 원활하게 소통되어야 할 '교통'에 자동차만 포함돼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자동차들이 막힘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견인 업무의 전부일까? 아니다. 나는 차도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인도까지 침범하는 불법 주정차에 대한 견인도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인도의 턱이 낮춰진 부분을 당당하게 가로막아버리는 불법 주정차들은 반드시 견인되어야 한다. 이런 자동차들은 보행자와 자전거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opinion 2007.03.22

우리는 모두 보행자이다.

두말 하면 잔소리다. 한국 사회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정치적 원인도 문제이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의 비윤리와 몰상식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거리낌 없이 인도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불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면도로 진입로 때문에 끊긴 인도와 인도 사이에 얌체처럼 길을 가로막고 주차된 차량도 부지기수다. 특히 인도턱을 낮춰놓은 부분을 빈틈없이 가로막은 채 주차된 차량을 보면 자전거 페달 끝으로 확 긁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자전거가 다니기에 불편할 정도면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비윤리적으로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와 자전거는 불편과 불쾌를 겪어야 하고, 심지어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 위험까지..

opinion 2007.03.18

짧은 만화 <불행한 소년>의 강박

만화가 최규석의 '불행한 소년'이라는 짧은 만화가 김규항이 발행인으로 있는 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 그런데 그 만화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그 만화를 본 구독자들(의 부모!)이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절독 선언까지 불사했다고 한다. 일단 만화를 감상하시라. '불행한 소년' 그리고 항의와 해명 요구에 대한 김규항의 답장을 읽어보시라. 나는 김규항의 입장과 주장에 대하여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특히 가짜 천사에게 평생을 속은 사람에게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속을 편하게 하려는 심사라는 것. 또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강박이 있다는 것. 이것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opinion 2007.03.10

나를 '나'라고 말한다는 것

말은 사회적 산물이다. 그 사회의 구조와 통념이 반영되지 않은 말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 군사독재정권은 '곧 전향할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미전향 장기수'를 고집했다. 이 말은 나중에 '비전향 장기수'로 바로 잡혔다. 결혼을 당위나 의무쯤으로 전제(이건 폭력!)해버리는 '미혼'이라는 말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비혼'으로 바꿔 쓰인다. 불안정감을 주는 '편부모' 대신에 '하나로도 완전하다'는 의미의 '한부모'가 쓰인다. 당하기만 하고 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피해자'는 폭력에 대항해 살아남은 적극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생존자'로 대체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대인관계에서 쓰이는 호칭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호칭은 관계의 성격을 반영하고, 지위와 연령, 성별 등 위계와 힘의 관..

opinion 2007.03.04

통일문제 단상

지난 2일 개강한 대학원 수업 중에 라는 과목이 있다. 오늘 발제 부분을 미리 읽으면서 질문거리를 공책에 적어 놓았다. 그런데 발제가 끝나고 토론시간을 갖지 못했다. 교수님이 외장하드에 담아 온 동영상을 보고, 보는 틈틈히 강의로 남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통일문제'에 대하여 학문적 탐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거의 문외한이다. 단상을 메모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라. 분단 이후 한국이든, 북조선이든 통일에 대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통일정책을 추진한 집권세력이 있었나? 결과적으로 양측의 역대 집권세력들은 겉으로 '조국의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분단상황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나 연장을 위해 활용해왔다고 생각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은 그 자체로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opinion 200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