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만 하면

아이는 '어른만 되면' 하는 생각으로 살고, 고등학생은 '대학만 가면'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실업자는 '취업만 하면' 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수험생은 '합격만 하면' 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문다. 천대받는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승용차만 사면'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참는다.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내집마련만 하면' 하고 설움을 삼킨다. 나이가 꽉찬 미혼은 '결혼만 하면' 하는 생각으로 오늘을 보내고, 기혼자들은 '자식만 낳으면' 하고 산다. 자식을 키운 사람들은 '손주만 보면' 하고 노년을 맞이한다. 인생을 '~만 하면'으로 나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빡 친다. 언젠가 친구 M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개나 소나 행복으로 사는 거 아니냐..

opinion 2010.11.08

쥐20은 민폐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민폐'란 민간에 끼치는 폐해다. 쥐20은 민폐다. 회의장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위헌적 발상은 차라리 예상했던 거다. 얻는 것도 없으면서 되게 신경 써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시민사회로부터 좋은 소리도 못 듣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하라 해도 안한다는 쥐20 의장국을 넙죽 받아오더니, 민폐가 이만 저만 아니다. 원래 올해말 완공예정이었던 광화문 현판 복원은 광복절 행사와 쥐20 일정에 맞추느라 석달 앞당겨졌고, 결국 쥐20을 코앞에 두고 금이 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공항 근처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가동을 중단하니까 인민들한테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자제하란다. 쥐20 정상들이 지나가는 길에 악취가 나면 안된다고 그 난리다. 아니 그들이 무슨 오픈카 타고 퍼레이드라도 하냐 말..

opinion 2010.11.05

'한국형 체벌 매뉴얼'을 수출하라

학교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더불어서 군대에도, 감옥에도, 회사에도, 청와대에도, 사회 모든 영역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폭행범을 체포해서 재판을 받게 하고 감옥살이 시키는 것보다는 곤장 몇대 때리고 돌려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는 주장도 해야 한다. 재벌 회장님들한테 쓸데없이 사회봉사 따위 시키지 말고, 추징금 따위 뜯어내지 말고, 엉덩이 까고 곤장을 때려야 한다고.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어디에서나 '말로 안되는 놈'은 꼭 있으니까. 아이들은 어느 정도 미성숙한 면이 있고 판단과 결정에 오류의 가능성도 어른보다는 높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이런 아이들에게조차 교육이 아닌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다 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말로 안되는 놈..

opinion 2010.11.03

무인자동차

구글이 개발중인 무인자동차가 시험운전에서 1,600킬로미터 주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고는 단 1건 일어났는데, 그것도 신호등에 걸려 정지한 무인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라고. 그러니까 사고를 낸 게 아니라 사고를 당한 셈. 구글이 하는 일이란 게 어찌 보면 재미와 편리를 동시에 주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살 떨리게 공포스러운 프로젝트이기도 한데. 무인자동차 개발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 다른 건 몰라도, 좀더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해서 가장 합리적인(최소한 합법적인!) 운전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 안전해질 수 있을까? 거의 모든 교통사고는 인간의 판단오류나 실수, 고의, 감정적 반응에 ..

opinion 2010.10.26

프랑스 10대들 님 좀 짱인듯

프랑스 10대들이 간만에(?) 거리로 나섰다. 몇년 전 최초고용계약법이라고-최초로 고용된 사업장에서는 맘대로 해고해도 된다는 개떡같은 법안- 사르코지가 장관 할 때 밀어붙였다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결국 철회된 재미난 일이 있었다. 10대 고등학생들이 한몫 단단히 했다고 들었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도 비슷한 양상인 모양이다. 이번에도 사르코지가 연금개혁한다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정년을 연장해서 연금지급을 좀 미루겠다는 건데, 인민들의 저항이 꽤 뜨거운 것 같다. 파업하는 대학도 나오고, 1,200여개 고등학교가 집회에 참여하고, 경찰이 800개가 넘는 고등학교를 봉쇄하고 있다는. 얼핏 보면 연금법 개정이나 정년연장 같은 건 기성세대들 문제인데 왜 학생들이 난리냐 할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고등..

opinion 2010.10.22

국감시즌

국정감사 시즌이다.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의 싸움이 주로 무대에 올랐다면, 이 시즌에는 각개전투가 중심이다. 각 의원실에서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스펙타클이 펼쳐지게 된다. 잘된 작품은 9시 뉴스에 나오고 의원 본인도 폼 잡고 한말씀 하는 화면이 전국에 뜨게 되는 나름 선거운동(!) 효과도 얻는다. 기자들은 어렵게 취재 안해도 괜찮은 뉴스거리가 넘치는 풍요로운 시즌을 맞게 된다. 요즘 나오는 뉴스 중 외신이나 사건사고를 빼면 9할이 국감 작품이라고 보면 맞다. 이게 잘 만들면 꽤나 남는 장사라서 일단 터뜨리고 보거나 정책적인 마인드보다는 포퓰리즘에 기대는 무리수를 두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행정부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모처럼 바빠지는 시즌이기도 하다. 국감 시즌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 사바사바하거..

opinion 2010.10.08

'이념적 소비'의 이념

'이념적 소비'라는 아주 아름다운 표현이 등장했다.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씨의 작품이다. 마트에는 거의 가질 않아서 몰랐는데, 이마트에서 피자'마저' 파는 모양이다. 동네 피자집보다 더 큰 피자를 더 싸게 판단다. 그래서 재미를 좀 보는 것 같다. 어느 트위터러가 정용진씨의 트위터에 '소상점을 죽이는 공략을 포기해달라'는 요지로 의견을 보냈고, 이런저런 트윗이 오가는 중에 정용진씨는 (소비자들이 동네상점보다 마트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시나요 이념적으로 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나는 정용진씨가 이런 질문을 한 속내를 알지 못한다. 다만 '소비자는 이념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라는 게 정용진씨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이념'..

opinion 2010.09.25

with a cup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방방 뜨게 만드는 월드컵 뭐 그런 컵은 아니다만. 날마다 적어도 한번 이상은 쓰게 되는 컵. 물 마실 때도 쓰고, 차 마실 때도 쓰고, 술 마실 때도 쓰는 그 컵. 자주 쓰게 되지만 자기 컵 갖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딜 가나 간편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게다가 거의 공짜이기까지 하다) 종이컵 같은 일회용 컵들이 완비돼 있으니까. 알고 보면 한국은 진짜 편한 사회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데 있어선 강대국(?)이다. 종이컵이라 사람들은 대개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지만, 이게 그냥 종이로만 만들어졌을 리 없잖아. 진짜 종이컵이라면 물이 들어가면 버텨내겠냐고. 종이컵의 안쪽에는 종이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폴리에틸... 뭐시기라는 화학적 코팅 물질이 발라진다. 뜨거운 물..

opinion 2010.09.17

사람 잡는 시간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다 수능개편안까지 (국)영수 몰입교육으로 가차없이 내달리는 가카의 교육정책. 2011학년도 임용시험 공고를 앞두고 임고생들은 이미 정신적 공황상태. 상황이 워낙 막장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가. 서로 헐뜯고 난리다. 좌우를 막론하고 미래학자들이 통합과 통섭을 미래의 핵심 가치라고 설파하고 있는 마당에 가카의 한국은 거침없이 후진한다. 이 정도면 학부모들과 교사들부터 들고 일어나야 할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학생들은 어떨까? 프랑스나 독일처럼 거리로 나설 .........................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고. 정말 답 안나온다. 이 정도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에 아이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나라가 또 있을까? 이따위 ..

opinion 2010.09.16

푸어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대중(그러니까 '하우스푸어'는 아니고 우석훈이 표현한 '그냥 푸어'인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니들이 저지른 탐욕의 대가이니 고통의 책임도 니들 것이라는. 타당한 말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자기책임 하에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값이 올라 생긴 불로소득은 개인이 챙기면서 집값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그래 한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하는 건 그냥 나같은 필부들의 감정인 거고. 정부가 그래선 곤란하다. 어찌되었든 고통받는 인민을 위해 '행정'을 수행하라고 인민들이 만들어준 것이 정부라는 거니까.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자산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만. 최소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전문용어로 연착륙할..

opinion 201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