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장래희망

한국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변천사를 정리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물론 초등학생 때 꿈꿨던 장래희망대로 어른이 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읽는 게 뜬금없는 일은 아닐 것 같다. 내 생각엔 왠지 제법 정확하게 사회상을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만.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정확하게 따라 배우는 법이니까. 이런 추정을 한번 해보는데, 음... 60-70년대에는 군인이라는 직업이 장래희망인 아이들이 꽤 있었을 것 같다. 90년대 들어 오늘에 이르면 그 수는 가파르게 줄었을 것 같고.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80년대에도 장래희망이 '장군'인 놈들이 꼭 있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 군인이 장래희망인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 군인 가족이라면 모르겠다만. 과학자는 ..

opinion 2010.05.16

이건희가 부럽냐?

최근 삼성생명 상장으로 이건희씨가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4조 5천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지분 가치 4조 1천억원 등을 합하면 무려 8조 8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신은 이건희씨가 부럽습니까? ①매우 부럽다 ②부럽다 ③그저 그렇다 ④부럽지 않다 ⑤전혀 부럽지 않다 이런 여론조사 한번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리고 이건 뽀나스. 다음 지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삼. 은 삼성생명이 병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 경찰 등에서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보험금 불지급률과 불지급액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활용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기관 실무자들을 '협력자'로 분류하여 '관리'해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당사자도 기억 못하는 오래된 의료정보들을 불법으로 ..

opinion 2010.05.16

518 산성

광우병 촛불집회 때 경찰은 대형 컨테이너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 촛불과 청와대 사이를 막았다. 사람들은 'MB산성'이라고 불렀다. 경찰의 발상 자체가 기괴한 것이기도 했고, 주권자와 소통하기를 대놓고 거부하는 주권 피위임인 MB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주권자와 주권 피위임인 사이에는 거대한 '산성'이 있었다. 말할 권리가 있는 자와 들을 의무가 있는 자 사이에 놓인 대형컨테이너들은 외면의 상징이 되었다. 말하지만 듣지 않고, 듣지 않으니 말하지 않는다. 나는 감히 '518 산성'이라는 개인적인 조어를 세상에 내놓는다. 518 산성은 MB산성과 다른 점이 있다. MB산성은 듣지 않으려는 자가 쌓은 것이라면, 518 산성은 말하려는 자와 들어야 할 자, 침묵하는 자 모두가 함께 쌓아 올린 것이라는 것..

opinion 2010.05.15

옳으니까 하느냐, 가능하니까 하느냐

옳은 일이니까 한다는 것과 가능한 일이니까 한다는 건 아주 다른 일이다. 옳다는 건 알지만, 불가능하다고 느껴져서(이거 '느낌'인 경우가 많지 않냐?) 하지 않는 사람은 많고, 옳은 일이니까 일단 시작해서 가능성을 높이는 사람은 눈물나게 적다. 이런 숫적 열세 때문에 옳은 일은 대부분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거나,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로 취급당하기도 하고 그런다. 마이너리티의 비애 비슷한 게 된다. 정의와 가능성. 둘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타기 하면서, 그때 그때 입장 바꿔가면서 약간은 비겁하게 사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꼴이다.라는 생각은 든다. 누군가의 비겁함을 탓하려면, 비겁하냐 안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비겁하냐가 정확한 질문이 되겠다. 이게 나쁘다고 말할 자신은 나에게 없고. 우리가 일..

opinion 2010.05.11

광주-윤난실, 부산-김석준, 서울-노회찬, 경기도-심상정

살면서 꼭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곳 중에 법정이 있다.(피고인이나 검사, 변호사로 말고 그냥 방청객으로)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들을 차분히 보고 있으면 고단한 삶과 그마저도 긍정하고 살아가는 징한 의지력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지고, 겸허해지기도 하고. 뭐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을 갖게 된다. 비슷한 이유로 시내버스 첫차도 살면서 꼭 한번은 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보면 안다. 노회찬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새벽 4시 시내버스 첫차에 타는 사람들(강북에 살면서 강남 빌딩을 청소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는 거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노회찬은 지금까지 투명인간이어야 했던 그들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이게 단순히 그들의 임금을 올리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일을 뜻하는 건 아닐 거다. ..

opinion 2010.05.09

주식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금이 '사상 최대'라고 언론회사들이 삼성을 기사로 빨아주신다. '공모주 청약'이라는 그럴싸 한 말로 둔갑시켰지만,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거잖아. 이게 다 돈 놓는 자 따로 있고, 돈 먹는 자 따로 있는 게임이라는 건 희극이고. 이런 불멸의 법칙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예외', 또는 '이번만은!'이라고 믿게 만드는 돈의 사악한 마법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게 비극이고. 주식으로 돈 벌었다(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의 피눈물에 기반한 불로소득!)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고, 그 사람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건 참극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기업은 계속 이윤을 올려야 한다. 작년보다 올해 이윤을 더 올리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기 어렵다. 이윤을 내지 않는 회사에..

opinion 2010.05.05

교양 없는 교사

고1인 인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날, 일부러 영화를 보러 압구정동까지 갔다 왔다. 평일에 보러 가려고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했으나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며 허락을 해주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내야 했다. 어느 논술학원에서 를 보고 홍형숙 감독과 학생들이 간담회를 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큐영화 를 보는 건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교사. 학급 전체의 야자 분위기(?)를 위해 예외적으로 빼줄 순 없으니 휴일에 보러 가는 건 어떠냐고 하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겠는데.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는 좀 궁색하고 별로 교사답지 못하다. 오직 시험성적과 대학입시를 위한 것만이 '공부'인가? 시험공부가 공부의 전부인양 생각하니까 이 사회의 지성과 교양이 민..

opinion 2010.04.08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교육은 꽤 대중적인 화두다. 너도 나도 교육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한마디씩 훈수 두기를 주저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 이것을 '교육열'이라고 부른다면, 한국의 교육은 수준 있는 발전을 이루고 있고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과 열망을 즐기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누구나 교육 문제에 대해서 입 열기를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질문은 던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에 주목하는 오류를 범한다. 살벌한 사교육비 부담이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수업시간을 국영수에 몰아주느라 음악, 체육, 미술은 천덕..

opinion 2010.04.05

어항

국무총리 정운찬씨가 '4대강 어항론'을 펼쳤다. 그는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완료되면 큰 어항 된다" 어떤 느낌이 드나? 난 딱 보고 '어라! 운찬씨가 4대강 사업 반대하는거냐?' 했다. 놀랍고 기이한 일이구나 했다. 4대강의 생태를 살린다는 게 이 미친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데, 그걸 대놓고 '어항'이라고 조롱했구나 한거다. 소심한 운찬씨가 감히 가카에게 반기를 든 것인가? 흠.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근데 그게 아니네. 운찬씨는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면서 "지금이 작은 어항이라면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들은 큰 어항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니까 '어항'을 좋은 개념으로 쓴거다. 같은 우..

opinion 2010.04.04

아는 놈이 도둑놈

내가 진보신당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 아직 잘 모르겠으나, 정말 잘했다고 확신하는 건 민주노동당 탈당이다. 요즘 서울 관악과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확실히 잘한 일 맞다. 일단 불거진 곳이 전국에서 이 두 곳인데, 불행히도 다른 지역에서도 지저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정말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진보정당 통합 운운하는 걸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진보정당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나는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통합해서 민주당 내 왼쪽의 역할을 맡는 것이 진보정당은 물론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나저나 진보신당 보기가 참 딱 하다. 민주당에 무시당하더니, 그나마 동지인 민노..

opinion 2010.04.01